재력가인 ㄱ씨는 2003년 연예계에서 활동하던 ㄴ씨를 만나 사귀면서 이런 값비싼 물품을 선물했다. 6년 동안 모두 80가지 2억6000만원어치에 이른다. 또 ㄱ씨는 거의 달마다 ㄴ씨에게 현금도 수백만원씩 보냈다. ㄴ씨의 대출금이나 신용카드 대금을 갚아주고, ㄴ씨가 스케줄이 있어 지방에 가면 숙박비를 주거나 피부관리실 비용 등으로 모두 3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그런데 두 사람은 6년 동안 사귀다 헤어지고 ㄴ씨는 헤어진 지 석달 뒤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ㄱ씨는 여자친구에게 쏟아부었던 선물과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먼저 ㄱ씨는 ‘결혼을 빙자해 돈과 선물을 받아 챙겼다’며 ㄴ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자 ㄱ씨는 법원에 ㄴ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자기와 결혼할 의사가 없는데도 결혼할 것처럼 결혼 준비 비용 등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주변 사람의 증언 등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ㄴ씨가 혼인할 의사 없이 ㄱ씨를 기망해 금품을 편취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ㄱ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사기라는 불법행위가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손해배상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항소심에서 ㄱ씨는 “결혼을 약속해 약혼이 성립됐지만 ㄴ씨가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주장하며 ㄴ씨의 채무불이행을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민사11부(재판장 김용대)는 지난 16일 “증언 등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당사자 사이에 혼인을 하려는 합의가 성립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법원 관계자는 “서로 결혼 합의를 하지 않았거나 한쪽이 다른 쪽을 기망했다는 사정이 없는 한 교제하면서 받은 선물은 도덕적 판단은 별개로 하더라도 돌려줄 법적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ㄴ씨는 몇해 전부터 연예계 활동을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