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대입시험 봤는데, 생각보다 결과가 많이 안좋았습니다.
집에서는 당연히 난리가 났지요.
과를 조금 낮추어서 이학교를 가라, 재수는 할 수 있겠냐 보통 생각하는 수준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왔습니다.
결국 동생은 재수는 하기싫었던지 적당한 학과를 골라서 원서접수를 했습니다.
방안에 저와 동생 단둘이서 앉아있는데 원서접수하는 제 동생 뒷모습이 그렇게 안쓰러워 보일수가 없더군요.
머릿속에 온갖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왜 공부안했냐 그러게...걱정도 안되냐...위로를 해주어야하나...재수하라 그래볼까...'
똑딱똑딱 흐르는 시계바늘 바라보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불현듯 이런말이 나왔습니다.
"그과, 너 가고싶은곳 맞냐?"
대개 애들이 그렇듯 심드렁한듯한, 그러나 풀이 좀 꺾인 목소리로
뭐 가면 괜찮겠지...라고 대답하는데 할말이 없더군요.
다들 너의 꿈이 뭐냐고 묻기보다는 넌 이것을 해야한다 말해주었기에,
어릴적부터 학원이다 독서실이다 다니면서 하고싶은것 보다는 해야하는 일에만 온 정신을 몰두해야만 했던 제 동생에게
제가 한 질문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새삼스래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몰아치듯 말이 쏟아져 나오더군요.
너 거기가는거에 기죽지 말아라.
지금은 뭔지도 모르고 가는거 같아도,
분명 군대갔다오고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면 너가 하고싶은게 무엇인지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형 말 기억해라
지금이 아니라 그때가 중요하다.
그때가서 절대 늦었다고 생각하지말고 하나하나 차곡차곡 시작해라.
허둥지둥하지말고 침착하면 된다.
뭘해야할지 모르면 하나씩 전부해보고 누구든 붙잡고 물어봐라.
너 노느라고 시간허비한거 같아도 뛰어노느라 체력은 좋으니 분명 그때가서 잘할수 있을게다.
이렇게 말하고서 동생엉덩이 툭툭 치는데 느낌 참 묘하더군요.
우리나라 20대, 자기개발 서적에 목숨거는거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인생살아오면서 누구도 너의 삶을 위해, 너의 꿈을 위해 미치라고 말한사람 없었으니까요.
우리아버지 어머니 세대들의 삶의 방식은 학교공부열심히해서 좋은대학가는것이 인생의 목표였지만,
이제 당신들의 삶의 방식이 점차 시대에 밀려간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오늘 짱공에서 서양인들은 자신의 기준으로 위해 공부하고
한국사람들은 타인의 기준을 위해 공부한다는 글 보았습니다.
자신의 꿈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과 세상에 뒤쳐지기 싫어서 공부하는 사람 중 누가더 행복할까요.
나중에 제가 자식을 낳고, 그 애가 나에게 꿈을 말하는 날이 온다면 꼭 이렇게 말해줄 생각입니다.
"아빠는 너의 꿈을 응원한다."
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