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연애에 실패하는 이유

쓰발넘들 작성일 14.03.11 21: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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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글을 잘 안썼더니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 잡다한 수사없이 내용 위주로 툭 던져보려 한다. 

 

남자가 연애, 특히 장기적인 연애에 실패하는 이유는 몇가지로 요약이 가능하다. 

 

1. 남자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 : "괜찮은 놈인줄 알았는데 지금보니 좀 쩌리네"

2. 남자의 애정도에 대한 재평가 : "나한테 이제는 마음이 식었는지 예전만 못하네"

3. 기타 

 

새로운 남자가 생겼다거나,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되어서 문제가 생겼다거나 하는 내용은 3번에 해당되겠지만 결국은 사실 1번 아님 2번으로 수렴한다. 새로운 남자가 생겼는데 그 남자가 현재 남친보다 더 "괜찮아 보인"다 거나 혹은 "잘해줘서" 현재 남친에게 마음이 떴다면, 그래서 이별하게 됐다면, 이건 새로운 남자와 비교하여 그결과로 현재 남자의 가치나 애정도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진거고, 그런 재평가에 따라서 새로운 남자쪽으로 여자의 마음이 기울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고로, 거시적 관점에서 남자가 차였다면 그건 십중팔구 위의 1번 내지 2번에 해당된다고 봄이 온당한 것이다.

 

이 둘중에 좀 더 살펴봐야 하는 것은 1번일 것이다. 2번은 어쨌거나 남자가 직접적으로 이별통보를 안해서 그렇지, 행동이나 말로 여자에게 어느 정도 감정이 무뎌져 있음을 여러차례 보였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가 아니겠는가. 그점에서 사실 남자가 "내가 이렇게 해서 헤어진들 어쩔 수 없다" 라는 미필적 고의는 가지고 있었다고 봐야 할 거다. 그러니 자의에 의해 헤어지게 된 것에 가까운 셈이고, 이별통보를 여자가 했다고 해도 따지고보면 남자가 먼저 찬 것에 가까우니 굳이 분석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자 그럼 1번, 즉 남자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의 부분을 좀 얘길 해보자. 

 

남자에게 있어 연애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도 여자의 마음이 변하는 걸 막을 수 없었다" 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못해줘서 깨졌으면 억울하지나 않겠는데 엄청 잘해주려고 각종의 노력을 다했는데도 여자의 마음이 떠나서 개빡치고 환장하겠다는 얘기인 거다. 

 

좀 뻘한 예를 하나 상상해보자.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앞에 여자 세명이 서있다. 한예슬, 김태희, 송혜교. 그리고 당신에겐 안대가 씌워지고, 안내 방송이 나온다. "곧 이 셋중 한명이 당신에게 키스를 할 겁니다. 입술의 감촉만으로 셋 중에 누구인지를 맞쳐보세요. 상금은 물경 500원!" "얼씨구나, 지금 500원이 문제냐" 하고 기분좋게 안대를 쓴다. 입에 키스가 올 줄 알았더니 어이쿠, 키스가 목부터 들어오는게 아닌가. 거의 외마디 신음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그녀의 입술의 촉촉함을 온몸의 세포로 느껴가며 황홀감을 잠시 맛보게 되어 "여기가 무릉도원인가 하노라" 하는 천국에 온 기분을 맛보았다 치자. 설왕설래 하며 딥키스를 시전해가며 2분여를 보내고, 이제 안대를 벗었다. 자 과연 셋중에 누구일까? 대충 송혜교라고 대답했다고 치자. 

 

근데 안내방송이 다시 나온다. "죄송합니다. 방금 키스했던 여자는 이분이었습니다." 누군가 싶어 눈을 비비고 봤더니 이런 여자가 가려진 커튼 뒤에서 닭강정을 오물거리며 나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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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가 키스하고 막 흥분했던 게, 이 여자 때문이었다고?" 하는 배신감은 둘째치고, 자연반사적으로 구역질에 가까운 극도의 불쾌감이 온몸을 엄습할 거라 생각한다. 

 

허나 생각해보자. 눈감고 "예가 무릉도원인가 하노라" 하면서 천국의 달콤함을 맛보던 그때의 기분은 그럼 거짓된 감정이었던 건가? 그럴리 없다. 그때는 정말로 기분이 좋았을 거다. 단, 그게 한예슬/김태희/송혜교 중의 한명일 거라는 상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체접촉이 아주 황홀했을 뿐이었다. 

 

여기서 한가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행위'나 '자극'이 아니라, 그러한 행위/자극이 이뤄지는 context(맥락)이라는 것이다. 

키스를 하고, 받고, 스킨십하고 이런 거 기분이 좋아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상대가 위 사진의 여성이라고 하면 똑같은 자극임에도 불구, 굉장히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거다. 

 

자 그럼 생각해보자. 모든 여자는 남자가 자기에게 최선을 다해 잘해주길 원한다.  허나 중요한 건 "잘해주는" 행위가 아니라, "어떤 남자"이냐는 context가 된다. 그래서 남자를 "괜찮은 놈"이라고 높게 보고 있던 때에는 그 남자가 해주는 사소한 호의도 여자에겐 굉장히 달콤하게 느껴지겠지만, 나중에 재평가를 거쳐서 남자가 "쩌리"로 판단되면 이제는 그 남자가 해주는 어떤 호의나 애정표현도 짜증나고 역겨운 느낌만을 전달하게 된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여자의 마음은 더욱 식어만 갔다" 라는 역설은 바로 여기에서 기인한다. 

여기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은 잘해주고 못해주고의 "행위"가 아니라, 남자가 왜 "괜찮은 놈"이었다가 "쩌리"로 격하되었는가의 맥락상의 문제인 거다.

 

이쯤에서 본인은 여자들의 고약한 진화심리학적 특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여자는 남자에게 늘 최대의 투자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하게끔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다. 남자가 벌어오는 돈, 남자가 잡아온 사냥감을 다른 여자와 나누지 않고 독점해야만 자식을 낳고, 키우고, 자신이 생존하는데에 유리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니, 여자는 남자에게 자신이 얼마만큼의 정서적/자원적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늘 시험해본다. 

 

그 결과 여자는 남자가 자신의 요구에 어느 정도까지 순응하는지, 남자가 자신에게 어느 정도까지 맞춰주는 지를 계속 테스트하는 성향을 보인다. 저녁식사 뿐만이 아니라 커피까지 남자가 살 것인지, 데이트 코스는 다 미리 꼼꼼히 짜놓을 것인지, 다른 여자가 아니라 나한테만 충성할 것인지, 남자집은 일산인데 분당인 자기집까지 데이트를 마치고 데려다 줄 것인지.. 등등을 계속 시험해 본다는 거다. 

 

자존감의 개념은 여기에 끼어든다. 정상적인 자존감을 갖춘 사람은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어떤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 

가령, 무리한 요구나 부탁을 듣게 되면 "내가 왜 굳이 이런 것까지 해야되나" 하는 자연스러운 반발심이 생기고, 그걸 직간접적으로 표출하게 되어 있다. 근데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혹시 내가 이런 불만을 말했다가 상대가 날 싫어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불안해지고, 결국 자기가 비상식적인 불편까지 감수하면서라도 상대에게 맞춰주고,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게 되어 있다. 

 

자 그럼 생각해보자. 여자는 늘 최대한의 요구를 하게끔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는 존재이고, 자존감이 낮은 남자는 상대의 요구를 거절할 줄 모르는 존재이다. 이 둘이 만나면? 굉장히 비상식적인 갑을 관계가 형성된다. 한쪽은 전혀 그럴 권리가 없음에도 당당히 특권을 요구하고, 다른 한쪽은 전혀 의무가 없음에도 최대한의 호의를 늘 베풀어주면서 그걸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 하는 권력관계가 도출되는 것이다. 

이건 제 3자가 볼 때는 전혀 이해되지 않음에도, "연애"라는 특수한 상황이니 그냥 묵과하면서 넘어가는 식이 되어 버린다. 

 

근데 여자의 또다른 진화심리학적 특성이라면, "권력관계에 대한 민감도"일 것이다. 여자는 집단 내에서 늘 우월한 지위를 갖춘 남자를 유혹함으로써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보장받게끔 진화해왔다. 예를 들어, 서열 3위의 남자와 짝을 이룬 여자는 서열 150위의 개쩌리 남자와 짝을 이룬 여자보다 훨씬 더 번식/생존적 관점에서 유리한 상황을 얻게 된다는 얘기다. 고로, 여자는 자연히 지위가 높은 남성에게 호감을 느끼고 지위가 낮은 남성에게는 비호감을 느끼게끔 발전해 왔다고 우리는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면 자존감이 낮은 남자에게는 여자가 어떤 느낌을 받을까. 자신의 모든 요구가 관철되고, 자기가 시키는대로 다 따라주는 그 남자는 "아.. 이 녀석은 나보다 지위가 높은 남자는 아니구나" 라는 느낌을 줄 확률이 굉장히 높다. 굉장히 역설적이게도, 남자의 호의에서 나온 모든 행동이 사실은 그 남자를 "지위가 낮은 쩌리"로 재평가 하게 만들어서, 여성의 호감을 더욱 깎아버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니 남자가 한번 "쩌리"로 인식이 되면, 그녀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애타는 애정공세의 모든 시도가 결과적으로는 여자의 마음을 더욱 식게 만드는 촉매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거다. 

 

이 교묘한 남녀관계의 역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건대, 여자가 마음이 식어갈 때 그 이유가 "내가 별로인 남자로 보여서"라면, 더이상 애쓰고 노력하고 너한테 잘하겠다고 여자앞에서 무릎꿇고 맹세를 하는 행동이 별 의미가 없다.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그러니 최선은 애초에 남자인 스스로의 가치가 쩌리로 비춰질 만한 행동을 안하므로써 지속적으로 그 여자의 마음속에 hot guy로 남는 것이고, 차선은 일단 악화일로에 들어섰을 때 평정심을 잃고 여자한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그녀에게 hot guy로 재차 재평가 되기 위해선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글이 뽀대나게 마무리 될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정도로 친절해버리면 재미없지 않겠는가. 하여 본인은 한가지만 말하고 글을 마치겠다. "장기연애의 성공은 남자의 향상된 자존감에 달려있다."


[출처]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연

애에 실패하는 이유|작성자 본좌토스 훈애정음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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