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의 선미 부분 증축으로 무게중심이 높아진데다 항로 변경 과정에서 선박 과잉 회전으로 각도 조절에 실패해 발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선박 측면 침수가 발생하고 대형 트럭과 컨테이너 등 화물들까지 한쪽으로 쏠려 배가 뒤집어진 것이지 암초 충격이 아니다. 승용차로 치면 차량 지붕에 짐을 잔뜩 싣고 과속 급회전 핸들 조작을 하면 원심력이 작동하며 차량이 구르는 장면을 연상하면 된다.”
17일 목포 한국병원에서 만난 사고 선박 조타수 박모(61) 씨는 불법 증축에 선박 조종 미숙까지 겹치며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인재(人災)’라는 얘기다. 박 씨는 “권고 항로를 운항했으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증축으로) 배의 무게중심이 높은데다 제주를 향해 가던 배가 권고 항로를 벗어나 사고 해역을 지나며 섬과 섬 사이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뱃머리를 좌현쪽으로 틀다 균형을 잃은 게 사고 원인”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특히 이 배를 일본에서 들여올 당시 선미 부분에 전시실을 만든다며 1개 층을 증축했다고 말했다.
또 “사고 당시 브리지에는 여성 3등 항해사와 또다른 남성 항해사 등 2명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대형 선박 운항 경력이 짧아 선박 회전 각도 조절에 실패해 균형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날 새벽 항해 당직 후 브리지 뒤편 선원 침실에서 잠을 자다 사고를 직감하고 조타실로 뛰쳐 올라갔지만 이미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기관실이 침수되고 발전기도 고장나 힐링(배의 균형 장치) 스위치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암초 충돌설이나 기관 폭발설에 대해서는 “(사고후) 해경 함정에서 침몰 순간을 지켜봤지만 밑바닥에 아무 흠집도 없었다. 찢어지고 깨진 데도 없었다. 배가 뒤집힐 정도의 (암초)충격이 있었으면 항해사 출신인 제가 충분히 직감을 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충돌이 없었다. 또 승객들이 들었다는 ‘쿵’ 소리는 3등실 앞부분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의 고정 나사가 파손되면서 나는 파열음이지 엔진 폭발음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선박 증축으로) 인천∼제주 항로 취항 당시부터 느낀 점이지만 이 배가 좌우로 흔들리는 현상이 심한 편이었다”며 “빠른 조류흐름에 회전각도까지 짧다 보니 배가 균형을 잃고 측면으로 넘어지면서 대형 화물까지 가세해 무게축이 한쪽으로 휩쓸린 최악의 사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