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냥이가 하늘나라 갔습니다..

비콤씨 작성일 14.06.03 23: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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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그러니까 2013년 9월쯤 호기심 반, 관심 반으로 샴 고양이 두마리를 입양했습니다.

맞벌이 부부라 한마리는 외로움 탈까 싶어 두마리 분양 받기로 하고 가정분양을 위해 대구에서 부산으로 직접가서 당시 두달 된 암컷과 한달 조금 지난 수컷을 각각 다른 집사에게 분양 받았었죠.. 당시 응답하라 1994가 붐이었을 적이라 부산에서 입양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암컷은 나정이, 수컷은 재준(사진의 오른쪽)이라 이름을 지어줬고 그렇게 두마리는 우리 식구가 되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쭉 강아지도 키워봤고 20대 중반에 졸업하고 취직했을 무렵 토이푸들도 키워본 경험이 있어서 별 어려움 없이 재준이 나정이도 작 적응했고 올해 네살 된 우리 아들도 아주 좋아라 했었죠..


그러다 올해 초에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쇼파에서 일어나려고 발을 딛다 이불 속에서 잠들었던 재준이를 그대로 제가 밟아 버린겁니다..

재준이는 끙끙대다 피를 토했고 당시 시간도 오후 10시쯤을 지나, 평소 다니던 동물병원 원장님께 직접 호출을 하여 급히 응급 치료를 받고, 폐출혈이 경미한 것 외에는 괜찮다는 불행 중 다행스러운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사건 후로 저는 각별히 재준이에게 더 애착이 갔고 재준이 나정이는 이제 어엿하게 성묘의 모습을 갖췄었죠.. 그러나 제가 집사노릇을 제대로 못했습니다. 말씀드린데로 맞벌이였고 퇴근하고 나면 처음처럼 많이 놀아 주지 못했죠.. 그리고 식탁 쇼파라던지 거실쇼파등을 마구 긁어데서 어쩔수 없이 거실에서 키우던 베란다 딸린 빈방에 냥이들 거처를 옮겼습니다. 이게 화근이 되어버립니다... 휴.....


대형 캣타워도 갖췄고 사료는 자율배식 했으며 생선통조림과 간식, 소고기 등을 먹이며 나름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역시 많이 놀아주지는 못했습니다..


오늘 저녁이었네요.. 와이프는 회식 중이었고.. 저는 퇴근을 하고 아들 녀석과 저녁을 먹고 있었는데 관리실에서 인터폰이 왔습니다.. 저희집은 33층이었고, 34층에서 관리실로 연락이 간 모양인데 '고양이가 베란다에서 떨어진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순간 놀라 고양이 방을 가보니 베란다 방충망이 10센티 정도 열려있는것을 보고 혹시나 했는데... 제가 가면 개냥이 처럼 두마리가 항상 반겨주었는데 나정이만 베란다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네요.. 정말 아차 싶었습니다... 평소에는 환기를 위해 방충망은 확실히 닫아놓고 베란다 창문만 조금 열어 놓았는데 창틀에 올라가서 방충망을 열어버린 것 같습니다...


아들 녀석을 끌어안고 1층 부터 4층까지의 주차장 화단을 뒤지고 추락 지점이 예성되던곳을 다 뒤졌는데 없더군요.. 5층은 옆동과 연결 되있는 놀이터 구조인데 5층을 샅샅이 뒤져도 없는겁니다... 얼마전 부산에서 24층에서 추락한 고양이가 화단에서 별다른 상처없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던 터라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있었죠... 하지만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도망을 가더라도 살아만 있어라는 간절함으로 찾았던것 같습니다..


날이 어두워 더이상 찾지를 못하고 관리요원들에게 자초지정을 설명하고 고양이를 찾으면 연락 부탁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집으로 올라왔습니다. 와이프랑 카톡을 하며 희망을 갖자라며 다독이고 있는데 관리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14층 베란다에서 사체를 찾았다고 연락이 왔네요.... 14층까지 오피스텔이고 15층부터 일반 가정세대라 건물 구조가 14층이 야외 베란다가 돌출 되어있었는데 거기로 추락한 모양입니다... 그렇게 재준이는 하늘나라로 가버렸습니다... 오늘 아침에 캣타워 꼭데기에서 놀던 모습을 보고 출근했었는데.... 


한동안 할말을 잃었네요.. 재준이한테 너무 미안하고 한동안 관심을 가져주지못하고 많이 놀아주지 못한게 너무 미안하네요.. ㅠㅜ 나정이도 친구를 잃어서인지 오늘따라 유난히 많이 우네요..


앞으로 어떡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새로 입양을 해야 되는건지... 아니면 혼자 있는 나정이를 좋은 집사를 만나게 해줘야 나정이를 위한건지...


초등학교 4학년때 몇년동안 키우던 바둑이를 하늘로 보내고 3일뒤에 실감이 나면서 한 일주일을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마도 지금은 실감이 나지 않아 이렇게 키보드 두드리는 정신은 남아있나 봅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좋지 않은 일이라 어디 게시판에 올릴지 몰라 여기 올렸으니 이해해주시구요... 하늘로 간 재준이에게 명복을 빌어 주십사 하며 글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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