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아
새삼 잘 부르지 않던 너의 이름을 불려보려고하니 조금은 어색하다.
그건 너에게 좀더 다정하지 못했던 나의 무정함을 드러내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해.
15년전 설레는 맘으로 너와 처음 마주했을 때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별 때문에
나는 지금 너무나 혼란스러워.영원하지 않은 삶의 끝에 너와의 마지막도 있을거란
당연하고 단순한 진리도 그 땐 호기심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어.
단 하루도 떨어지지 않고 늘 내 곁에서 나의 근심과 즐거움을 함께해준 너이지만
난 너의 당연함을 고스란히 나의 능력으로 착각하고 있었지.
이렇듯 헤어짐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미안함과 미련으로 너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 지난 추억들을 되짚어보니 참 많은 일들이 머릿속을 흘러가.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흥이난 내게 너는 분위기를 거들었고
일하다 지친 내게 넌 살며시 다가와 따스한 휴식을 주고 갔었지.
내가 너에게 짜증을 부리며 내던져도 다시금 새단장을 하고 요염하게 기다려주었고
미래에대한 불안감에 잠못이룰 때도 조용히 내 입술에 너의 깊은 숨을 내어주었어.
군대에 있을 땐 거꾸로 도는 국방부 시계를 전역날짜로 돌려놨고
나의 직장상사에겐 혼신을 다해 대신 아부를 떨어주는 센스를 발휘했던 것 또한 나는 잊지 않고있어.
또 휴가 때면 찾아갔던 바닷가에선 서로의 자유를 위해주며 두팔벌려 하늘을 안았던 기억은
내겐 너무나도 근사한 일이었어.
누구나 그렇듯 오래되어지면 찾아오는 권태의 지루함 속에선 너는 묵묵히 나만을 바라봐 주었는데...
이젠 그런 너을 등뒤로하고 떠나야만해.
돌려말하기 싫고 어렵게 말하기 싫어.
실은 요며칠전에 너희 부모님을 만났어.
나에대해 집요하게 묻는 너의 부모님의 물음에 너를 사랑하는 나의 정성스런 답변들이 오고갔지.
그러다 나의 경제사정에 다다르게됐고 이내 나의 선택만이 남겨졌어.
어쩌면 강요라고 생각해.
내가 능력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인해 너와 영영 볼 수 없다는 건
지나간 너와 나의 엄연한 시간들을 부정하라는 억지라고도 생각했어.
어쩌면 좋을까라는 나와의 끊임없는 대화속에서도 너는 그 순간마저 내 곁을 지켜주었는데...
무리하게 지나갔던 며칠의 시간은 날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널 지키지 못하는 내 자신을 격멸하기 시작했어.
그러다 문득 스스로를 깨닳게 되었어.
난 대한민국의 일개미고
넌 대한민국의 세금이란 것을
?
잘가 담배야~
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