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알고 있었다.
네가 이별을 고하기 훨씬 전 그 어느 날, 너와 같이 있는 즐거운 시간임에도 나도 모르게 흘러나왔던 눈물 한 방울에 난 그냥 느꼈었던 것 같다.
그 이후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적극적으로 결혼 이야기를 꺼냈던 것이... 그것이 더 독이 될거란 것도 모른 채...
헤어지자며, 나에게 더 맘이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애써 외면한 채 결혼 이야기만 안하면 되는게 아니냐며 너를 잡았다.
첨에 나에 대한 마음이 크지 않았지만 내가 잘해줘서 사귀게 되었다는 너의 말에 나는 희망을 가졌고, 내가 더 노력해서 잘해주면 언젠가는 너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거든.
네가 다시금 헤어지자고 했을 때도, 사실은 그전에 알고 있었다. 너의 마음이 예전보다 더 멀어졌음을...
네가 말했던 여러 이유들...
가식적으로 보였다는 것, 스킨쉽 문제, 애취급했다고 느껴졌다는 것, 공부에 더 집중하고 싶다는 것 등... 충분히 다 이해하고 내가 노력하는데 문제 없는 것들이었지만.
단 하나, 나에게 여전히 마음이 없다는 네 말에 나는 더 이상 할 말도, 해줄 말도 머리속에 떠오르지 않더라.
사랑은 둘이 하는 거니까...
내가 너에게 최선을 다 했다 한 들,
사람의 마음이란 건 강요할 수 없으니까...
난 우리가 제법 잘 맞는 커플이라 생각했다. 맛있는 거 먹는 것 좋아하고, 놀러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성격도 좋은 편이고, 경제적인 부분도 남부럽지 않고, 무엇보다 속궁합도 잘 맞으니 마음이 깊어지는 것은 시간이 자연히 해결해 주리라 생각했거든. 33살과 32살의 연애에 설렘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 생각했다.
너와 헤어지고 기분 전환하고 싶어서 드라이브를 갔다. 별 생각 없이 버릇처럼 조수석에 내민 오른손이 너무도 허전해서 가슴이 아프더라.
겨우 잠들었다가 일어났는데 문득 내 방의 침대가 왜 이렇게 넓어 보이는 걸까?
네가 좋아했던 향수, 네가 사준 옷, 같이 쇼핑했던 구두, 차 트렁크 속의 사격표적판, 네가 미역국을 끓이고 찬장 속에 남겨둔 미역...
고작 3개월인데... 넌 언제 이렇게 내 삶 깊숙히 들어왔던 걸까?
정말로 다시 한 번 마지막으로 붙잡고 싶지만... 마음이 떠난 너에게 일방적인 내 사랑은 고통만이 되겠지?
잘 지내라.
원하던 공부도 잘 되길 바라고,
나보다 더 좋은 남자를 만나란 소린 차마 못하겠지만,
행복해라.
안녕, 내가 사랑했던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