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난 우리집 강아지 새벽 숨소리를 들으며

해구름달 작성일 15.04.07 02: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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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화장실 가고파 깼다가 뒤척이며 울집 강아지 숨소리를 들으니 괜히 새벽감성이 돋아오릅니다.

14살된 노인 강아지 두녀석과 살고있어요.

제 인생의 절반은 같이 있던 아이들인데 그만큼 추억도 많은데 나이든 강아지들과 지내니

매일매일 마음 한켠이 아려옵니다.

 

제가 태어나 이 강아지들을 만나 사랑하게 된게 너무 행복하고,

그 아이들을 사랑하는 제 마음을 글로도 남기고싶어서요..

블로그에도 남긴 글이라 아래부턴 독백으로 반말로 작성된 점 양해해주세요.

 

+첫번째 사진에 있는 녀석이 토토로입니다. 빠삐용의 피가 반쯤 흐른다고해요.

+두번째 토토로랑 같이 누워서 자고있는 녀석은 배달이라고 해요. 푸들의 피가 흐르는 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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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잠못들때. 혹은 새벽에 깨어나 다시 잠들지 않는 시간에 준비하게 되는것.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내가 아끼는 토토로.
이녀석의 숨소리를 듣고있자면,

언젠간 다가오리라 늘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더욱 확실하게 다가와있다고 느껴지는,

이별에 대해 준비하게 된다.

 

 

살아있는 생명은 결국 어느순간 죽음을 맞이한다. 갑작스런 사고로 인한 죽음이 아니라,

자연적인 노화로 인해 서서히 죽음을 준비해간다면  숨소리로 그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아기의 숨소리는 듣는 이도 잠에 빠져들게 할만큼 기분좋은 바람소리가 나온다.
점차 나이가 들고 생명력이 약해지면.

우리의 폐는 바람을 힘차게 들이쉬고 뿜는게 아니라 힘들여 내뿜고 가쁘게 들이쉬게 되어가게,

그렇게 된다고한다.

쉬 .. 쉬.. 참 마음이 아프고 아려오는 바람 소리.

 

 


내 옆에서 십년 넘게 쌕쌕 골며 자던 토토로는 할머니가 되서 내 옆에서 쉬~..쉬~ 잔다.

외출했다 돌아올땐 문앞에서 열쇠만 짤그락 꺼내도

나 왔다고 문앞에서부터 벌써 짖고 얼굴보면 꼬리야 떨어져나가라!며 엉덩이까지 반동주며

반갑게 쉐킷 쉐킷 흔들던 아이들은 이제 나 왔다고 깨워줘야,

 

비몽사몽 졸던 눈을 뜨고 상황파악에, 일초정도 더 줘야 이내 반가움에 몸부림친다.

몸에선 엊그제 목욕해도 구수한 냄새.
날 바라보던 맑은 눈은 하얀 유리막이 씌워진듯 침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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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까부는 배달이는 할아버지 다 되셔서 앉았다 일어날때면 끙끙이고
행여나 맛난거라고 쳐맥이면 켁켁 기침하고.

 

 

아이들이 나랑 함께 할 시간이 이젠 얼마 남지 않은거구나.. 매일. 매일. 준비를 한다.
이 아이들이 언제나 누워있던. 물을 마시던. 쉬하고 떵싸던 그 자리들이 빈자리로 돌아가겠구나.

내가 중학생때부터 함께했던 동생들이.

 집에오면 형왔어 오빠왔어 꼬리치고 조아라해준 사랑들이 이젠 돌아가야 한다고 숨소리로 알려준다.

욕심이 있다면 조금더. 아니 더 오래 오래 같이 있자. 그러자고.

한번 손대면 구수한 향기 묻어나는 배때지 쓰다듬어주고 되내인다.

 

 

그래도 다시 일어서며 한켠으로 준비하고..

매일 매일 이별연습. 빼먹지 말고 꾸준히 하라고 오늘도 새벽에 열심히 그렇게 숨을 쉬어주는구나.
사랑한다. 고맙다. 내 동생들. 이쁜 강아지들.
너거들 태어나 살아준 시간들 내겐 너무나도 예쁜 보석같은 추억들.

그래도 다시한번 쉬 쉬 자고 있는 배때지 만지면서 조금 더 같이 있자. 조금 더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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