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감이 교차하는 저녁이네요

Kirth 작성일 15.09.29 00: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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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잘 지내고나니

 

어느 순간부터 남자로써 내 인생이 없어졌다는 생각이 드네요

 

집에서의 내 위치는 아들이고 아버지 이자 남편이고 사위의 자리 뿐이며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는 그냥 특정회사에 속한 팀장이고 직장 상사이며, 부하직원일 뿐이라는 생각이고

 

제가 강의 나가는 학교에서는 학생들한테는 교수님이고 다른 교수님들한테는 겸임 연구원이며

 

창업 멘토링 관리 해주는 사람일 뿐이고요

 

 

하루가 부족할 정도로 일에 시달리고 집에 퇴근해서 잠깐 아이랑 놀아주고 나면

 

집사람이랑은 몇 마디 나눠 볼 시간도 없네요

 

물론 아이랑 못 놀아주는 날도 엄청나게 많지요

 

저녁 늦게 퇴근해서 집에 잠들어 있는 가족들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정말 만감이 교차합니다

 

 

내가 지금 이 시간까지 뭐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내가 이렇게 하니까 가족들이 편하게 잠이라도 잔다는 생각도 하고

 

앞으로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되나 싶기도 하고

 

내일은 좀 일찍 와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부모님 생각도 나고 뭐 그렇네요

 

 

다른 분들도 그러실지 모르겠지만...

 

회사에서고 집에서고 직책이라는 생겨버리니...

 

어디가서 약한 소리를 할데가 없네요

 

진짜 가끔은 너무 힘들다고 찡찡거리고 싶기도 한데 상대가 없어요...

 

 

저도 마누라를 쫓아다녀서 결혼했고

 

지금도 마누라 많이 사랑합니다

 

그래서 바람 피우는 유부남녀들을 잘 이해를 못했었는데..

 

요즘은 쪼끔 이해가 되긴하네요 

 

 

아직까지 내 스스로를 젊다고 생각하고

 

내 인생의 전성기는 지금이라고 생각하며 생활하고 있죠

 

하지만 그건 내게 정해져있는 역할들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고...

 

한 사람의 남자로써의 인생은 이제 끝난건가 싶기도 합니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 중에 저랑 나이가 같은 연예인들이나 저보다 연배가 높은 연예인들이

 

한참 어린 친구들한테 형이나 오빠라고 불리우는걸 보면 참 기분이 이상하기도 해요

 

TV 밖에 있는 같은 나이의 저는 형이나 오빠라는 이야기 들어본지 몇 년이 훌쩍 지나버린거 같은데 말이죠

 

 

가끔은 누군가에게 남자로 보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고

 

가끔은 가족들없이 혼자서 나만의 시간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고

 

가끔은 가족들 눈치 안보고 내가 갖고 싶은거 내가 사고 싶었던거 막 사보고 싶기도 하지만 못하는게 슬프네요 

 

 

죽기 전에 내 인생에서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나만을 위해서 뭘 했었는가 생각해봤을 때

 

뭔가 좀 임팩트 있는게 기억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그런게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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