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지어진지 30년쯤된 빌라에 살고있는 부부입니다. 그리고 저는 집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위치는 서울의 알만한 사립대 후문 근처입니다.
오래된 건물 특성상 방음은 엉망입니다. 옆집에서 조금만 시끄럽게 떠들어도 웅성거리는게 들릴정도 입니다.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는 물론 '다녀왔습니다.'하는 소리가 정확히 들립니다. (현관쪽 벽이 붙어있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원래살던 옆집 학생들이 이사가고 작년(2015년) 8-9월쯤에 신혼부부라며 이사를 온다는데 바로 오는게 아니라 한달뒤에 올거라며 그전에 아는 형님가족이 한달쯤 살거니까 양해바란다는 겁니다. 그러고는 애 둘딸린 부부가 한달정도 살고 이사가더군요. 그때까진 그런가 보다했습니다. 그러고난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신혼부부가 이사를 오더군요.
크게 이상한건 아닌데 이사를 오고나서 짐을 조금씩 들이면서 살림을 채우는거 같더군요. 그런데 묘한건 그집에서 그 부부가 상주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신혼부부가 결혼식 이후에 신혼집에 살지 않고 가끔 일주일에 두세번 와서 산다는게 이상하더군요. 그리고 벽넘어로 자꾸 부부이외의 다른사람들이 들락거리는 것같은 소리가 들리더군요. 처음엔 시끄럽거나 별다른 문제가 없어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죠. 인사성도 밝고 인상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고나서 얼마지나지 않아 이사짐을 다 들여놓았나보더군요. 그러면서 노후된 수도관 교체한다고 공사를 한다길래 그러냐고 하면서 인사하면서 공사가 어떻게 됐는지 보려고 그집안에 들어가게 되었죠. 특별할건 없었는데 둘이 사는 것 치곤 짐이 상당히 많더군요. 그리고 거실벽에 세계전도가 걸려 있는데 지도 제목이 '세계전도지도'더군요. 그때는 교회 열심히 다니시구나 했죠. 이때까진 그러녀니 했습니다.
이렇게 옆집의 모든 공사와 이사가 끝나고 나서부터 서서히 거슬리기 시작하더군요. 밤시간(9시부터11시사이)에 수도 없이 사람들이 들락거리더군요. 처음엔 이사와서 집들이하나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한달 내내 그러더군요. (주말엔 더합니다.) 그리고 새벽 5시쯤에 매일 누군가가 나갔다 들어 왔다 하더군요. 벽넘어로 들리는 사람소리가 분명 한두명이 아닙니다. 거기다 전부 남자 목소리들입니다.
그러던중 몇일 외부업체에서 일할게 있어 출퇴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오는데 옆집앞에 등산복입은 다양한 연령대(20-40대) 남자들이 현관 비밀번호를 몰라 버벅거리고 있더군요. 저를 보더니 누군가한테 당황해하며 전화를 걸더군요. 일단은 말다툼하기 싫어서 무시하고 지나갔습니다. 이때가 12월 초쯤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현관 비밀번호 틀리는 소리가 계속 들리더군요. -이소리 정말 짜증납니다.-
시끄러운건 그렇다고 해도 성인 남자들이 매일 이렇게 들락거리는게 너무 신경쓰이더군요.
매일 집에서 일하다보니 알게 된게 몇가지 있습니다. 옆집에서 택배 받는 사람이 적어도 다섯명은 된다는 점, 그리고 새벽과 아침에 집을 나서는 사람 역시 다섯명쯤 됩니다. 그리고 옆집에 오는 남자가 최소한 9명이상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누군가 한명은 새벽 다섯시쯤에 귀가해 오전시간엔 자고 있다는 것입니다. -두세달동안 듣고 본 것들을 가지고 유추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옆집 여자분은 처음 한달정도 보고 인사한 뒤로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벽넘어에서 들리는 소리중에도 여자목소린 없었습니다.
딱히 밤에 시끄럽거나 하진 않습니다. 새벽에 들락거리는게 가장 짜증나긴하죠. 한참 잘시간에 깨니까요. 그리고 계속해서 달라거리는 남자들이 가장 거슬리죠.
그러던중 하루 밖에서 이런 소리가 들리더군요. 'ㅇㅇ이친구 터미널에 도착했다니까 데리고 올께요. 어쩌구저쩌구...'
그 이후로 몇번 그런소릴 들었고 무슨 상경하는 사람들 처럼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오는 사람도 봤습니다.
그러던중 이주일전 주말 아침(새벽부터) 옆집남자들 끼리 너무 화기애애하게 시끄럽게 굴어서 잠에서 깼슴니다. 전날 야근하고 일도 잘 풀리지 않던차에 짜증까지 겹쳐서 옆집으로 가서 한소리 할려고 문을 두드렸습니다. 문 열리더니 모르는 얼굴이 '무슨일이시죠'하며 모르는 얼굴이 보여서 집주인 있냐고 물었더니 잠깐 나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집안을 들여다 봤더니 왠 남자 넷이 앉아서 아침을 먹고 있더군요. 그리고 현관에 신발이 열켤레 이상 보였습니다. 일단은 가정집이니까 새벽에 조용히 좀 하고 왠만하면 여기 오지마라고 하고 나왔습니다. 그 뒤로는 좀 조용해 지긴 했는데 여전히 들락거리네요. 좀전에도 계단에서 그중 둘과 마주쳤는데 민망한듯 시선을 피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