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여 좀 도와주기를 바라네.

북두백곰 작성일 20.04.11 09:42:14
댓글 0조회 856추천 0

벗이여 오랜만이군!

 

내 그동안 깊은 산골에서 수학하느라 자주 연락을 주지 못하여 미안하네.

오늘 자네에게 이렇게 서신을 보내는 것은 작은 조언을 구할 일이 있어 이렇게 도움을 구하고자 하는 것일세.

 

최근 시절이 하 수상하여,

읍내에는 전염병도 창궐했다고 하고, 또 듣기로는 이 역병이 이국에서도 발생하여 수많은 이들이 죽었다고도 하더군. 사람도 참 많이 죽었다고 하니 제대로 된 사람을 구하기 힘든 시절인 것도 잘 알고 있네.

 

이런 시절임에도,

집안의 노복이 나이가 많아 곧 명을 달리할까 저어하여,

새로운 노복을 구하고자 하는데, 누가 제대로 일을 잘하는 지 알 수가 없어 도움이 필요하네.

 

며칠전 읍내에 방을 붙였더니 몇명이 찾아왔는데,

 

한녀석은 옆마을에서 꾸준하게 일을 잘해왔다는 추천서를 가져왔더군, 추천서를 보니 한양에 살고있는 놈인데 - 우리마을이랑은 좀 멀더군 - 자기네 당이 요번에 옆옆마을에서 전염병이 창궐했을때 열심히 일을 잘 도와서 역병해결에 큰 도움이 됬다고 하더군. 그런데, 내가 가만보니 이놈은 한양에 살고 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왠지 우리집일에는 소홀 할 것 같아 보였어. 그래도 추천서에는 일 잘한다고 적혀 있으니 그것은 믿음직 하였다네.

다만, 요녀석이 말이 좀 많은녀석이던데, 그녀석 말로는 요즘은 머슴도 지들끼리 패거리를 만들어 민생당이니, 미래한국당(한국이 어느 나라인지는 모르겠지만), 더불어시민당(여러 패거리가 함께 일을잘하는 놈들 모임), 정의당(올바른 일만 잘하는 놈들모임), 우리공화당이니, 민중당이니, 한국경제당이니(여기도 한국을 위해 일한다고 하더군), 국민의 당이니, 친박신당이니(박씨랑 친하다는데, 우리나라에 박씨가 많은가 보이), 열린민주당이니, 코리아당이니(전왕조가 고려가 아니었나?코리아는 어딘지 모르겠군), 가자!평화인권당이니, 가자환경당이니, 국가혁명배당금당이니(혁명이라고 하니 이상하게 들리는데, 돈을 공짜로 나누어 준다더군. 영 믿기지 않는 말같이 들렸어), 국민새정당이, 국민참여신당이니. 여튼 줄줄이 늘어놓는데 기억도 잘 나지 않을 정도로 많다고 하더군. 내 짐작하기로 역병이 창궐하여 사람이 많이 죽어 일할사람이 줄어들었으므로 이들도 패거리를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

 

두번째 머슴처럼 잘 생긴 녀석이 들어왔는데, 이놈은 미래한국당에서 일 잘하는 녀석이고 무조건 일을 잘할 수 있다고 하고 자기가 일했던 내역을 읊어 주었는데 일은 잘하게 생겼더라고. 다만, 먼저 만나본 녀석이 슬쩍 나가면서 요놈이 있는 한국당이란 데가, 쪽국에서 건너온 녀석들이 많은 곳이라 하더군.

알다시피 임진년과 정자년에 우리나라가 왜놈들로부터 큰 피해를 입지 않았던가. 그래서 쪽국에서 건너왔다고 하니 많이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네, 그리고 한국을 위한 당이라 하는데, 그 한국이 어디를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어. 그래서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네.

이녀석은 들어오자마자 마당을 쓸면서 들어오던것을 보아 싹수가 있는 것처럼 보이긴 하였으나, 내 앞이라 빗질을 했는지도 모르겠군.

게다가 왜놈들 나라인 쪽국에서 왔다고 하니 마음이 놓이지 않고, 그리고 이놈이 말하는 미래한국당이라는 곳이 어디를 말하는 것인지 그걸 모르겠어. 자기말로 한국을 위해서 일한다고 하는데, 왠지 크게 뒤통수를 맞을 거 같아 걱정이 많이 된다네.

 

세번째로 들어오는 녀석은 읍내에 살고 있는 녀석인데, 그래도 그녀석 집에 우리 집이랑 가깝더군.

다만, 비리비리하게 생겨서 일은 영 못할거 같고, 오면서 마을입구에 길다란 현판을 걸어 자기는 정의를 위해 일한다고 써놓았고, 커다란 판을 만들어 들고 들어와서 일잘하니 시켜주십시오 라고 하더군. 노력이 가상키는 하나, 그런 노력을 들일 필요까지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 아니 일을 잘한다는 것이 머슴일을 잘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가 잘한다고 선전하는 일을 잘하는지 잘 모르겠어.

 

네번째로 만나본 녀석은 자기말로는 무슨국가혁명배당금당이란 곳에서 왔다는데, 하는말이 자기네 당에는 신선에게서 도술을 배워서 손도 까닥하지 않고 머슴일을 할 는 녀석도 있다더군. 연식도 좀 있어 보이는데다가 하는 말이 죄다 허황하여, 처음에는 약쟁이가 온 줄 알았다네.

그래도 지원자들 중에는 나이가 많아보여, 이때까지 머슴일을 했으니 머슴일에는 통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긴하네만 일을 시켜보지 않았으니 알 수는 없는 노릇이네.

 

 

내가 양반체면에 직접 마당을 쓸고 장독을 닦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머슴을 구하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오는 녀석들이 이런녀석들뿐이라

자네라면 어떤녀석이 나은지 말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편지를 보냈다네.

 

가내 평안하기를 바라고.

빠른 답변을 보내주기를 바란다네 .

 

자유·수다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