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음감은 애낳을때 방해가된다네요

상큼한오물 작성일 20.08.02 19: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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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음감이 애 낳는데 장애가 된다???
 

무슨 소리냐구요?


 

울 와프가 둘째 딸을 낳으려고 카운트다운 들어갔습니다.

원래는 7월 중순인데 아마 미리 낳을 것 같아요. 첫째 딸도 그랬거든요.

 


 

아래 절대음감, 상대음감 얘기가 나와서 생각난 2년 전의 경험입니다.

절대음감이 애 낳는데 장애가 됐었다는...

 

 


 

울 첫째 딸을 출산할 때였어요. 저도 물론 옆에서 같이 손잡고

라마즈 호흡하고 있었는데...


 

울 와프. 갑자기 힘주다말고 뭐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왜 E 냐구! 파도레시b가 아니라 미도레시b잖아!

신경 쓰여 애 못 낳겠어! 선생님 저거 좀 꺼줘요.


 

빙 둘러서있던 병원 스탭들과 나. 이게 무슨 애 낳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 하고 벙 쪄 있는데...


 

알고 보니 출산실에 산모 안정시키려고 틀어놓은 음악이 문제였어요.

모짜르트의 마적 중, 밤의 여왕이 나오고 있었는데


 

고음으로 라파라도 파도레시b 하는 유명한 부분.


 

소프라노가 거의 라파라도 미도레시b 로 부르더군요.

고음이라 파가 플랫 되는 가수가 종종 있는데 조금만 플랫 돼도

거의 미로 떨어지죠.


 

다들 애 받다말고 넘어갔습니다. 불량가수 CD는 당장 퇴출...


 

산부인과 샘 왈... 다들 이거 들으며 잘 낳던데???


 


 

울 와프는 피아노 전공자이며 악기 몇 개를 더 하는데, 모든 음에

다 예민하기 때문에...


 

음악을 편히 못 듣습니다. 머리 속으로 분석을 하며 듣기 때문에

음악 들으면 쉬 피곤해져요. 누가 음이 지속적으로 틀린다면

이런 사람한테는 엄청난 고문이죠.

그래서 울 와프 놀리는 방법 중에 이런 게 있어요.

바하 평균율 같은 거 띄엄띄엄 치다가(저는 잘 못 쳐요) 일부러

다른 음을 누르는 거. 울 와프 자다가도 꽥 소리 지릅니다.

에이 아니구 에이플랫이라구!!! 그렇게 치려면 치지 마! ㅎㅎ

 


 

작곡을 하는 내가 볼 때는 절대음감이 참 피곤한 재능이라

(클래식 연주자들에겐 유용한 재능일 수 있어요)

이거 극복하게 하려 했더니 의외로 잘 하네요.

안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와서...


 

연습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혹시 절대음감으로 고민하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G조의 피아노곡을 Eb으로 치게 한다던지. 유명하고 달달 외우는 피아노

소나타를 과감하게 전조시켜 연주시킨다던지. 도레미 송을 계명으로

아무 조성에서나 자유롭게 부른다던지... 뭐 이러면 됩니다.


 

특히 바이올린 전공자들이 힘든 경우가 많더군요.

어렸을 때 상대음감을 잘 교육받은 후에 악기를 익혀야 절대음감으로

고생하지 않게 됩니다. (절 가르쳐 준 국민학교 때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드리는 부분입니다) 음감 있는 아이가 계이름, 음이름 구분

안한 채로 악기를 배우면 나중에 상대음감이 안 받아들여져 고생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곡이 C조로 시작했는데 끝날 때 C#으로 끝났다면 틀린 걸까요?


 

감동과 쾌락을 주는 예술행위 목적에 그것이 더 부합한다면 틀리다고

볼 수 없겠죠. 서양식 음악교육에선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음 체계나 선법이 다른 민속악들의 경우엔 별의별 게 많으니까요.


 

우리가 말하는 절대음감이란 것도 기계처럼 맞는 건 아니에요.

클래식 음악들도 나라마다 악단마다 튜닝을 다르게 하기도 하니까요.

440보다 몇 헤르쯔 올려서 연주하는 경우가 많죠. (446도 있답니다. 흐미)

그리고 음악이란 게 평균율보다는 그 음악에 맞는 튜닝을 하는 게

더 안정적으로 들리잖아요. 순정조라고 하죠. 클래식 기타 연주

가보시면 곡조성에 따라서 튜닝 하는 거 많이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저도 기타리스트 출신인데, 특히 솔로할 때는 중요한 튜닝법입니다.


 

그러니 저 음은 4옥타브 G 다. 내기할래? 뭐 이러는 거

음악하는 과정의 놀이 정도로 생각해도 될 것 같아요.

대단한 작곡가들 중에도 심지어 음치도 있으니...

작곡과의 상관계수가 높은 것도 아닌 것 같고.

 


 


 

이제 저는... 둘째 딸 낳는데 틀, 하자 없는 음악을 골라야겠군요.

출산 두 번짼데도 떨리네요

 

 

 

 

출처

http://www.cuonet.com/bbs/board.php?bo_table=community2&wr_id=7646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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