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은 왜 시간이 지나면 점점 물러질까요? 무른 과일 먹어도 되는 걸까요?

잠만보뱃살 작성일 22.02.20 18: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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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과일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봅시다. 과일이란 무엇일까요?

식물에서 수정이 이루어지면 씨앗이 만들어집니다. 이 씨앗이 바닥에 바로 떨어진다면, 모체와 자손이 서로 경쟁하거나 자손들끼리 좁은 공간에서 물과 양분을 두고 서로 경쟁하게 되겠죠. 이것을 피하기 위해 식물은 여러 방법을 이용하는데, 그 중 하나가 달콤한 과일입니다.과동물이 과일을 먹게되면, 씨까지 같이 먹거나, 과일을 씨 째로 가져가서 먹게되고, 씨는 소화계를 거쳐도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여기저기 퍼지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식물은 세포가 단단한 구조를 형성하기 위해 셀룰로오스를 골자로 하는 딱딱한 세포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동물들은 셀룰로오스를 분해하기 위한 효소를 가지고 있지 않고, 설령 분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셀룰로오스는 서로 단단하게 묶여있기 때문에 분해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또, 식물세포는 스스로 도망가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쓰거나 떫은 맛이 나는 물질을 가지고 있기도 하죠. 이렇게 소화도 잘 안되고, 맛도 없는 음식은 다른 동물들이 잘 먹지 않기 때문에 씨가 퍼지는 데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식물들은 과일을 맛있게 만들도록 진화했고, 과일이 맛있어지도록 숙성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과일이 숙성될 때, 식물은 과일에 숙성될 때가 되었다는 신호를 보내고, 이 신호는 과일에 도달하면, 과일의 숙성을 유도하게 됩니다. 먼 거리에서 자기 세포에게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을 호르몬이라고 부르는데, 이 때 사용되는 식물 호르몬이 바로 에틸렌입니다. 그럼 에틸렌이 과일에 신호를 전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하나는 셀룰레이스(셀룰로오스 분해 효소)를 분비하는 것입니다. 셀룰레이스가 분비되면, 세포벽이 조금씩 무너지게 되고 단단한 구조가 물렁해지게 됩니다. 익기 전에 땡땡했던 땡감이나 땡귤같은 과일들이 익어가며 점점 부드러워지고, 또 너무 익어버리면 물렁해져서 무너져 물러버리는 것이 이러한 이유입니다. 셀룰로오스는 포도당이 일렬로 쭉 연결되어 구조를 만드는 구조다당류의 일종인데, 셀룰레이스에 의해 분해되면, 사람이나 동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당이 되면서 먹었을 때 단맛이 강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살짝 무른 과일은 오히려 잘 익었을 때보다 더 달게 느껴지죠. 

 

또, 다른 하나는 엽록체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과일이 익으면 더이상 광합성을 통해 당분을 만들어낼 필요가 없고, 또 과일이 익고, 물러가면서 세포벽이 무너진 식물세포는 정상적인 구조를 유지하지 못하고, 터져 죽게 될 것입니다. 어차피 본체에서 떨어져서, 다른 동물들에게 먹히고 죽을 세포들이기 때문에, 엽록체를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게 되고, 엽록체가 파괴되면서 더이상 녹색을 유지하지 못하고, 다른 색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죠. 또 이렇게 색이 변한 과일들은, 동물들에게 이제 잘 익어서 먹을 때가 되었다는 알림을 줄 수 있는 역할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그럼 무른 과일은 상한건가요? 먹어도 되는걸까요?하는 의문이 들 수 있을거에요. 엄밀하게 말하면 무른 것은 아직 상한 것은 아닙니다. 약간 무른 정도라면 아직 먹어도 괜찮을 것 입니다. 하지만 식물이 점점 물러가면서, 식물을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세포벽이 무너지고, 식물세포 자체도 터져 죽으면서, 병원균이 증식하는 것을 막는 것이 점점 어려워 지게 됩니다. 게다가 당이 풍부해진 상태는 세균에게 있어서도, 에너지가 풍부한 상태이기 때문에, 더더욱 증식을 막기 어려울 것입니다. 즉, 물러버린 과일은 썩기 좋은 상태가 된 것이기 때문에, 눈에 상한 것이 보이지 않더라도, 상한 것일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조심해서 먹도록 합시다! 

 

 

이상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가끔 이런 일상에서조볼 수 있는 현상을 과학상식으로 풀어보는 글을 올려볼까 합니다. 비루한 지식이라 틀린 내용이 있다면, 추가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일단 다음은 백신 관련해서 써볼 생각인데, 내용도 많고 어려울 수 있어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하는지 좀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궁금하신 것 남겨주시면 다음에 그걸 다뤄볼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방탈이라면 참 죄송하고 어디 올리면 좋을지도 부탁드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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