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일본 같지 않은 일본, 오키나와

합참의장™ 작성일 06.05.13 23: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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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마미 섬에 있는 후루자마미 비치.
세계에서 4번째로 물이 맑고 10대 다이빙포인트에 든다고
현지인들이 자랑할 만큼 이곳의 바다는 깨끗하고 아름답다.
일본 홋카이도의 스키 시즌이 아직 끝나지 않은 지금, 1년 내내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아열대 기후의 오키나와는 초여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오키나와는 원래 19세기 중반까지 450여 년간 한중일 3국과 무역을
하며 독자 영역을 유지한 류큐 왕국이었다. 임진왜란 때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 출병을 요청하자 형제지국의 우의를 저버릴 수 없다며 거부했다가
일본에 복속되면서 왕조를 닫아야 했다.

이 오키나와를 찾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한중일 3국과 류큐 문화가 섞인 색다른 곳이라는 점
때문이다.

지도에서 오키나와의 나하 시(市)를 중심으로 반지름 1000km의 원을 그리면 전남 여수, 중국 상하이, 대만, 혼슈가
포함된다. 규슈 남단의 가고시마는 685km 거리. 류큐 왕국이 15세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삼각 무역의 중심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지리적
이점과 더불어 사탕수수밖에 나지 않아 중개 무역만이 유일한 생존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오키나와의 ‘찬푸르’ 문화는 이런 역사의
소산이다. 찬푸르는 ‘잡다한 것을 한데 합쳤다’는 일본어 ‘짬뽕’의 원어(오키나와 현청 관광책자설명)로 해석된다. 1899년 규슈의 나가사키에서
식당을 하던 중국 푸젠 성 출신 화교가 화교고학생을 위해 버려진 식재료를 모아 만들었다는 음식 짬뽕. 찬푸르는 북방중국어인 만다린어 발음으로
‘츠판(吃飯·밥을 먹다)’의 푸젠 성 사투리가 일본어 표기 과정에서 변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키나와 찬푸르 문화의 원자재는 중국
한국 미국 일본의 문화다. 미국의 영향은 예상외로 크다. 태평양전쟁 중 일본 영토에서 벌어진 유일한 지상전 현장이 이곳이다. 82일간의 전투에서
20만656명이 전사(이 중 60%가 오키나와 출신·오키나와현 공식자료)했다. 패전 이후 미군정이 차지했다가 1972년에야 반환했다. 지금도
오키나와 본섬의 4분의 1은 미군기지로 들어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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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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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푸르의 줄기세포를 훑어보자. 먼저 류큐의 중심은 450년간 왕궁이었던 ‘슈리 성’이다.
명과 주변국의 조공 무역을 중개했기 때문에 슈리 성에는 각 나라의 사신을 영접하는 시설을 갖췄다. 정무의 중추기관이자 사신의 접대소를 겸한
셈이다. 슈리 성은 오키나와의 중심도시인 나하의 구시가가 내려다뵈는 언덕 위에 있는데 여러 대문을 비롯해 궁전 건축물은 중국의 그것과 흡사하고
빛깔도 붉고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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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사자 한쌍을 희화시킨 조각 시사(獅子)
‘시사(獅子)’도 눈여겨보자. 암수사자 한
쌍을 희화시킨 조각으로 류큐의 유산이다. 수사자는 입을 벌리고 있고, 암사자는 다물고 있다. 입을 벌린 것은 ‘돈이 들어온다’, 다문 것은
‘돈이 안 나간다’는 의미다. 중국 풍속을 담은 류큐의 마스코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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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흔적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나하 중심가의 ‘고쿠사이도리이’를 가 보자. 이곳은
미군기지에서 흘러나온 군수품을 사고팔던 시장이었다. 전장의 폐허에서 복구돼 ‘기적의 1마일’로도 불린다. 미국 문화의 간판인 패스트푸드점도 이
시장 주변에 많다. 석양이 아름다운 차단 해안(미하마)의 ‘아메리칸 빌리지’는 최근 조성된 미국스타일의 대형 쇼핑몰 타운. 쇼핑몰 주변에는
전투기 조종사 복장 등 미군 중고 물품을 모아 파는 상점이 있다. 미군과 그 가족들이 많이 찾아 캘리포니아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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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도수 40도가 넘는 아와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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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고사 등을 지낼 때 흔히 볼 수 있는 돼지머리
한국 문화의 자취도 엿볼 수
있다. ‘아와모리’라는 쌀로 빚은 소주를 담는 항아리, 조선이 보낸 대장경의 보관소, 강한 맛의 음식, 충남 당진군 ‘기지시리’의 초대형
줄다리기와 같은 나하의 줄다리기 축제 ‘오흐쓰니히키’. 그리고 음식을 약이라고 여기는 의식동원(醫食同源) 사상 등.

중국은 류큐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음식부터 그렇다. 알코올도수 40도가 넘는 증류주 아와모리, 돼지고기를 부위별로 요리하는 방식, 깊고 둥근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무엇이든 볶아 먹는 찬푸르식 가정 요리가 그렇다. ‘인진(민人) 36세이(姓)’는 푸젠 성에서 온 36개 성씨의 뱃사람 후손을
가리킨다. 류큐 왕국은 푸젠 성에서 배를 잘 모는 사람들을 불러들여 나하 근방의 구메이촌에 집단거주시켰는데 그 후손이 지금도 그 성을 가지고
있다.

오키나와에는 지하철, 온천, 눈(스키) 등 일본을 대표하는 3가지가 없다. 그러나 찬푸르와 아와모리, 일상에서 영어를 쓰는
일본인 등 본토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여기에 있다. 아열대 기후만큼 문화와 일상사가 일본 본섬과는 다른 이곳은 일본인들에게도 특별한
여행지다. 연간 540만 명이 찾는다.
오키나와=도깨비뉴스 리포터 동분서분 EWsummer@dkbnews.com



■게라마 제도 ‘아카섬’…바다를 헤엄친 ‘견공의 사랑’
20여 년 전 뉴욕타임스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개 한 마리가 암컷을 찾아 4km나 떨어진 이웃 섬까지 수시로 헤엄 쳐 건너갔다는 이야기다. 그 무대는 오키나와이고 그 섬은 게라마 제도의 아카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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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마미 섬에 있는 짝을 찾아 4km의 바다를 수시로 헤엄쳐 건너던 아카 섬 개의 동상. 선착장에서 자마미
섬을 바라보고 서 있다. 오키나와=조성하 여행전문기자
그 섬을 찾았더니 개의 동상이 있었다. 이 이야기는 뱀과 천적인
망구스의 전쟁에서 비롯됐다. 자마미 섬에 뱀이 많아 천적인 망구스를 풀어 놓았는데 개가 망구스의 천적이어서 수컷만 이웃 섬으로 보내 버렸다.
그런데 한겨울이 되면 발정한 암컷의 냄새가 서북풍을 타고 아카 섬까지 전달돼 수캐를 자극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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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라마 제도의 풍광은 이 이야기 이상으로 사람의 눈을 현혹한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멋진 바다와 섬이 펼쳐져 있다. 물이 맑기로는 세계에서 4번째이며, 다이빙 포인트로는 10대 비경 안에 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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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마미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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