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우연찮게 다른 지역보다는 부산 해운대에 갈 일이 꽤 많이 생깁니다. KTX가 생긴 이후로 제법 갈만한 거리가 되어서일지 모르지만, 친구 결혼식들을 다 이쪽에서 하게 될 줄 알았더라면 다른 지역에 많이 다녀볼 걸 후회가 되네요. 또다시 해운대 앞바다에 가게 됐지만 예전과 다른 코스를 밟아보기로 합니다. 불과 1년 반여 전, 스마트폰도 없고 여행정보도 없이 돌아다녔으니 이번에는 최고로 싼 곳을 찾아 가보기로 결심했지요.
인터넷 검색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던 곳은 '민락어민활어직판장'이라는 곳입니다. 해운대와 광안리 사이의 민락동에 위치한 직판장으로 광안리 끝쪽의 민락 회센터와는 다른 곳이죠. 택시 기사들이 주로 그쪽에서 내려주기 때문에
간판을 잘 보고 찾아서 가야 합니다.
건물 안에 들어서면 수많은 가게들이 즐비합니다. 조개류 등을 취급하는 가게와 생선을 주로 취급하는 가게로
나뉘어 지지요.
혹자는 바스켓에 이렇게 파는 수산물들이 싱싱하다고들 하는데, 정확한 정보는 잘 모릅니다.
해산물 쪽은 꽤 취약한 편이니 질적으로 좋다, 나쁘다는 직접 보시고 판단하시길..
시장 이곳 저곳을 돌다가 안쪽에서 뭔가 필이 오는 집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호객행위가 심하다고 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는데 그만큼 심한 편은 아니었고,
우리가 갔던 날 사람들이 썩 많지도 않아서 고르는데 크게 어렵지는 않았지요.
멍게와 해삼, 소라 합쳐서 만원 어치, 가리비 포함한 조개류 합쳐서 만원 어치를 구입합니다.
무한 애교로 많이 달라고 조르고 또 졸랐지요. 멍게와 해삼, 소라는 그 자리에서 분해해 포장을 해주고,
조개는 구워먹을 거라고 하니 그대로 가져가라고 하십니다.
건너편 가게에서 눈에 보기에도 가장 조그마한 광어를 만원에 구입합니다.
12,000원 부르던 광어가 힘차게 튀어나가 바닥에 떨어지자 바로 만원으로 깎아 주십니다.
우리는 광어가 힘도 좋다며 싱싱하다고 좋아합니다. ^^;; 저렇게 살아보겠다고 애쓰는 광어인데요. 잔인한 인간이죠,
참. 광어를 그 자리에서 바로 회를 떠 주십니다.
회를 뜨는 시간이 길어지자 어디서 먹을 거냐고 물으시네요.
민락어민활어직판장에는 이렇게 회를 떠서 먹을 수 있는 곳이 두 곳 있습니다.
2층에 편하게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곳이 있고, 바깥쪽에 포장마차 촌이 늘어져 있어요.
포장마차가 저희 취향(?)인지라 포장마차 추천을 해달라고 하니 00 포장마차에 가 있으라고 말씀을 해주시네요.
민락어민활어직판장 앞에 늘어선 포장마차에서 직접 주문을 해서 먹어도 된다고 합니다.
그래도 직접 골라가는 게 더 싼 거 같아요. 이렇게 포장마차에 포장을 해서 가면 자릿세를 인당 3~4000원씩 받고
각종 야채며 초장들을 셋팅해 주십니다. 그런 걸 포함해도 정말 저렴한 가격이죠.
매콤한 청량고추가 뿌려진 막장..
약간 묽게 양념이 된 초장.. 개인적으로 초장보다는 막장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물론 초장 외에 횟집에서 등장하는 기타 스끼다시(?)류는 포기해야 합니다.
그렇더라도, 이렇게 포장마차에 둘러앉아 갓 떠온 회를 먹는 재미가 저희는 더 좋더랍니다.
곧 주문했던 회가 도착합니다.
이게 바로 만원짜리 광어회에요. 가장 작은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저희 일행 4명이 먹기에 양이 적지가 않습니다.
두툼한 광어회는 간장에 찍어먹기도 하지만, 이렇게 야채와 막장에 싸서 먹으면 쫄깃쫄깃 씹는 맛이 좋지요.
만원짜리 회 치고는 꽤 만족스러운 식감입니다.
해삼하고 소라, 그리고 멍게를 합쳐 만원입니다. 조금씩 주문하길 잘했어요.
멍게는 너무 크게 썰려 있어서 먹기에 약간 부담스러웠고요, 해삼은 썩 신선하지 않았어요.
그냥 소라만 먹을 걸 그랬죠? 소라는 부드럽고 맛있었습니다.
짜잔~ 하지만 조개구이는 최고였어요! 만원어치 듬뿍 담아주신 조개를 포장마자에서 구워달라고 하면 가장 먹기 좋은 상태로 구워주십니다. 너무 커다란 조개는 반씩 잘라 주시는 센스도 있구요.
그냥 일반 조개구이집 가서 먹는 것 보다 훨~씬 낫습니다. 저희들이 직접 구우면 막 타기도 하고
질겨지기도 하는데 딱 부드럽고 먹기 좋은 상태로 구워주시거든요.
특히 조개구이의 최고봉은 가리비 되겠습니다. 조각조각 잘라, 살짝 양념해서 구워주셨는데..
아.. 가리비 몇 개 더 시킬걸 그랬죠?
회와 조개, 해삼멍게 등을 다 합쳐 3만원에 이렇게 푸짐한 상이 완성 됩니다.
물론 4명의 자릿세가 별도지만 그렇다고 쳐도 정말 너무너무 저렴한 가격이네요.
다음에 또 해운대에 오게 되면 꼭 들를 곳 리스트로 급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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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여담입니다만, 민락어민활어직판장 근처에 월미도처럼 놀이기구가 있는 미월드라는 곳이 있습니다.
거리상 5~10분 정도로 서로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우리는 그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답니다.
미월드라는 간판과 함께 있는 저 관람차 때문에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자유이용권도 있지만 저희는 딱 한가지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빅1을 각 4,000원에 끊고 재밌어 보이는 다이빙 코스터를 타러 갑니다.
물론 이 다이빙 코스터는 빙글빙글 360도 회전 따위는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놀이기구가 소규모니까요.
어린이용이 대다수고요. 대신 줄을 서지 않아도 됐구요,
기대하지 않았던 의외성이 있더군요. 그런 것이 여행의 맛이죠? 짧고 굵게 소리지르며 신나게 탓습니다.
그러고 나서니 스트레스 지수가 내려가서인지 밥맛이 더 좋더군요.
차마 저 미니 자이로드롭에는 도전을 하지 못하겠더라구요.
다들 탈 수 있는 용기가 있는 나이 때에 타야 한다며..
어쨌든 민락어민활어직판장을 들르시는 분들 잔재미로 참고하시라고 살짝 덧붙입니다.
클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