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지표가 심상치 않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가 5월 한 달간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전국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평균 1.18%가 하락하였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은 하락폭이 1.26%였다. 특히 강동구(-4.05%), 송파구(-2.61%) 등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에서 하락폭이 컸다. 7월이 되자 부동산 하락은 강북권까지 확대되고 있다. 7월 2일, 기존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 지역 뿐 아니라 양천(-0.08%), 서초구(-0.06%) 등 고가 아파트 지역도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여기에 강북 등 비강남권도 하락세로 돌아서서 은평(-0.04%), 관악(-0.04%), 강북구(-0.03%)의 아파트값도 동반 하락하였다.
서울 전체 아파트값이 -0.04%로 3주 연속 하락한 것이다. 물론 부동산 지표가 일시적으로 반등과 하락을 반복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3주 연속 하락세를 띤다는 것은 분명 우려할만한 상황이다.
부동산 하락은 경제난을 반영
지금 하락하는 부동산 가격은 죄다 ‘거품’이다.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8.31 부동산 대책” 등을 비롯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해 강남권을 비롯한 아파트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버렸고 부동산 시장은 부익부 빈익빈을 가르는 기준점처럼 인식되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현재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시중에 자금이 완전히 바닥났기 때문이다. 올해 초 미국발 주택담보 부실대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국내에 들어와 있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자금유출에는 이명박 정권의 환율 흔들기 정책도 크게 한 몫 하였다. 6월말 1050원하던 1달러 가격이 정부의 개입으로 다시 내려가자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회수가 본격화된 것이다. 환차익을 노리고 빠져나간 자금이 현재 6조원이 넘어간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가 있다. 세계적 경기 침체는 노무현 정부 시기 활황을 띠었던 “동남아 펀드” 등 국제금융상품도 별다른 이익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을 낳고 있다. 무엇보다도 주택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세대, 즉 신혼세대의 경제력 감소가 최근 부동산 시세 하락의 또 하나의 주된 요인이다. 내수시장 악화의 장기화는 은행권 대출을 통한 주택마련을 더욱 힘들게 하고 그 결과 번듯한 아파트에서 신혼살림을 꾸리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이불 한 장, 숟가락 두 개로 신혼살림을 시작하는 80년대 생활풍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공급과잉과 세계 부동산 하락도 부차적 원인
물론 주택보급률이 현재 108%에 달할 정도로 너무 많은 주택이 지어졌다는 지적,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부동산 시장이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는 점 등도 한국부동산 하락의 요인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들 요인은 기본적으로 내수시장의 경색으로 인해 자본흐름이 악화되었기에 발생하는 부차적 요인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주택보급률이 108%라고 하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여전히 주택이 모자란다. 이마저도 아파트, 빌라뿐 아니라 단칸방과 같이 열악한 주거환경과 낙후한 지역의 재개발이 필요한 주택까지 포함할 때의 공급률이 108%란 말이다. 공급과잉은 지방 일부지역에 국한된 사안일 뿐이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여전히 주택수요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내수시장 부진으로 인한 자금부족으로 부동산 투자를 할 수 없는 것이 기본원인이다.
그나마 현재 부동산 시장은 거래자체가 너무 위축되어 있어 가격 하락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은 강남과 강북권에서 공통적으로 아파트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거래시세보다 싼 급매물도 팔리지 않는 상황은 부동산 시장의 어두운 전망과 최근 시중 자금경색의 사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뜬금없는 종부세 감면 타령
이 와중에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난데없는 종합부동산세를 감면하자는 법안을 제출하여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7월 22일, 이종구를 비롯한 한나라당 국회의원 16명은 “중산층들의 세 부담을 좀 완화시켜줘서 중산층 경제활동을 활성화시키자는 취지에서..”라는 변명으로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자는 법안을 제기하였다. 이종구는 부동산 바람의 원천지인 강남구 지역의 국회의원이다.
법안의 구체적 내용은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종전의 공시지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과세 기준도 가구별 합산에서 개인별 합산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며 과세 규모도 현재 부동산관련 일반과세의 3배로 되어 있는 한도를 1.5배로 낮추자는 것이다. 게다가 법안에 따르면 종합소득 3600만원 이하인 60세 이상 1가구 1주택 소유자는 주택가격이 15억원이 될 때까지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한나라당의 종부세 개정안은 막대한 부동산을 소유한 소위 “땅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법안일 뿐이다. 한나라당은 “중산층의 세부담을 완화시켜준다”고 개정의 취지를 밝히지만 실제 종부세 과세대상 가구는 37만 가구에 불과한 실정이다. 4800만 한국국민 가운데 100만명에게만 해당되는 종합부동산세는 중산층의 세부담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일부 상류층의 “부유한 생활”에 대한 세금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종부세 과세액마저 종래의 3배에서 절반인 1.5배로 줄인다고 하였는데 이는 중산층이 아니라 부동산을 많이 가질수록 혜택이 늘어나는 법안이다. 결국 한나라당의 종부세 개정안으로는 수십, 수백억원의 부동산을 소유한 소위 “땅부자”들이 최대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지금껏 종부세로 인한 세수도 부족하나마 만만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2007년에는 종부세 과세로 무려 2조 8000억원을 거두어 들였다고 한다.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이 집권하자마자 상류층에 전담하던 2조 8000억원에 달하는 종부세를 먼저 폐기시키는 행태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한나라당이 들이민 종부세가 통과되면 종부세로 인한 세수입은 기본적으로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 것이 확실시된다. 그렇다면 줄어들 1조 4000억원 이상의 세금은 어디서 마련해야 하는가. 대기업과 부유층과 가까운 한나라당의 생리를 고려할 때 줄어든 세금수요는 고스란히 중산층과 서민들이 감당해야 한다. 이는 아마도 유류세를 비롯한 간접세의 방식으로 서민생활에 고스란히 되돌려질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높다.
투기를 조장하는 한나라당의 종부세 감면
더욱 큰 문제는 이명박 정권의 종부세 감면 움직임이 현재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유지하기 위한 술수일 가능성에 대한 문제이다. 만에 하나라도 종부세 감면에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노림수가 숨어 있다면 이명박 정부의 경제접근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자명하다.
한국사회의 경기악화로 부동산 시장의 가격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가 있는데 여기에 막대한 금액의 종합부동산세까지도 과세해 버리면 그야말로 한국사회의 “땅부자”들은 대거 부동산 시장에서 이탈할 것이다. 이 경우 전국적 판도에서 부동산 가격이 일제히 하락하기 시작하여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는 상황이 예견되는 것이다.
종합부동산세를 감면하는 조치는 이 경우 부동산 투기자금이 부동산 시장을 이탈하는 것을 일정하게 지연시킬 수 있다. 종부세의 감면조치로 시중에는 부동산 가격이 조금 내려가고 있지만 한나라당이 앞장서서 ‘종합부동산세’도 낮춰 주며 부동산 사기를 진작시키고 있으므로 부동산을 팔지 말고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자는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의도가 이러하다면 부동산 투기자금에 기대어 부동산 거품을 유지하겠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지금 한국 부동산 가격은 “거품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거품을 안전하게 “연착륙”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땅부자”들의 자금손실은 노무현 정부 시절 이들이 벌어들인 ‘불로소득’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철저히 고수하겠다고 하였다. 대통령의 발언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전 정권 시기 부동산 투기로 막대한 불로소득을 착복한 “땅부자” 세력들은 부동산 시세와 관련없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철저히 적용하여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땅부자“들의 투기로 유지되어서는 나라경제를 결코 바로잡을 수 없다.
부동산 하락의 최대 피해자는 중산층
현재 한국경제가 총체적으로 약세, 부실한 가운데 부동산 거품이 급속도로 꺼지게 된다면 상당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올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식의 시장 붕괴에서 소위 “큰 손”들은 그나마 타격이 덜하다는 점이다. 부동산 거품이 꺼진다면 최대의 피해자는 부동산 시장에 가장 늦게 뛰어든 중산층들이다. 그 가운데서도 성장론자인 이명박의 집권이라는 데에 환상을 가지고 부동산 경기 상승을 예측해서 은행 빚을 마련에 부동산 시장에 출혈투자를 감행한 4-50대 중산층이 최대 피해자이다.
제 아무리 고소득 전문직종의 종사자라 하더라도 한국사회에서 제 힘으로 집을 장만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대개 한국 중산층들은 부동산을 매입할 때 은행권에 대출을 받아 매입을 하고 있으며 한국사회에서는 그것이 하나의 관행이 된 지 오래이다. 은행 대출이자보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폭이 더 높기 때문에 은행 돈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하면 자산이 늘어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아래 은행 대출을 이용하여 자기자산을 늘린다는 공식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 대출을 통해 주택을 장만한 경우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는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게다가 최근 하락하는 주식시장과 해외금융상품의 부진한 실적은 한국 중산층의 자산증식이 이명박 집권을 계기로 더 이상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뜩이나 부동산 가격은 정체된 상황에서 거꾸로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내 집 마련 과정에서 심각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내려간다던지 국가적 경제위기 상황이 도래하면 어렵사리 자기 집을 장만한 중산층의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전국적인 취업난과 더불어 일자리가 축소되면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겠는가. 한국 중산층의 일반적 관심사인 안정적 노후관리가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힘들게 자식을 대학까지 공부시켜도 취직이 안 되는 현실, 어렵사리 마련한 집값은 폭락하고 물가와 은행이자만 오르는 상황은 항간에 들리듯 “노무현 때보다 경제가 더 어렵다.”는 말이 터져나오기에 충분하다. 외국인 투자자, 큰손들은 이미 빠져나가고 피해는 힘없는 중산층, 서민에게 집중되는 IMF의 상황이 재현되는 것이다. 경제난의 피해가 외국인과 큰손을 피해 중산층, 서민에게 집중되는 방식 역시 한나라당 집권시에 발생하는 경제난의 공통된 법칙이다.
어줍지 않은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 경제정책으로 서민에 이어 광범위한 중산층까지 이명박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상황이다.
(쭉보시면 왜 현재 경제정책이 잘못되고 있는지 설명이 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