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소드 4
장대한 피의 오페라
다리오 아르젠토의 <제니퍼> Jennifer
현존하는 최고의 호러 감독 다리오 아르젠토. 그는 유명한 영화 제작자인 아버지로 인해 그 누구보다 영화와 친숙한 환경에서 자라났다. 그의 재능은 영화평론가를 시작으로, 세르지오 레오네의 걸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의 원안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와 같이 쓰며 뛰어난 각본가로 명성을 얻으며 서서히 꽃피운다. 그리고 69년 ‘지알로’(잔혹범죄물) 스타일의 영화 <수정 깃털의 새>로 화려하게 데뷔한다. 마리오 바바의 뒤를 잇는 이탈리아 호러의 거목이 탄생한 것이다. 그의 영화는 특히 영상이 강렬하다. 원색의 화려한 색감을 즐겨 사용하면서, 초현실적인 미적 감각을 마음껏 드러낸다. 다른 이의 영화에서 난도질로 불리는 끔찍한 살인의 순간은, 아르젠토 영화에서는 예술로 승화된다.
장대한 호러 오페라의 세계를 열어가는 아르젠토는 <마스터즈 오브 호러>의 4번째 에피소드인 <제니퍼>를 통해 예의 그 살벌한 피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제니퍼는 매우 특별한, 한 여성의 이름이다. 남자들은 그녀와 인연을 맺는 순간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경험을 하며 파멸의 길을 걷는다. 값싼 동정과 쾌락에 대한 집착이 스스로를 망치는 것이다. 이 영화는 그 과정을 잔혹하리만치 섬뜩하게 담아내고 있다. 잠복근무 중인 경찰 프랭크는 한 남자가 여성을 밧줄로 포박한 채 끌고 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칼로 그녀의 목을 내리치려는 순간 프랭크의 총구는 남자를 향해 불을 뿜고, 여자를 목숨을 건진다. 그러나 자신의 품에 안겨 흐느끼는 여자의 얼굴을 본 순간 프랭크는 숨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는다. 제니퍼는 목 아래까지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위로는 차마 인간이라고 말할 수 없는 끔찍한 외모를 지녔다. 커다랗게 찢긴 입은 아무렇게나 벌어져 있고, 그 사이로 날카로운 이빨이 제멋대로 박혀 있다. 혓바닥은 보는 것만으로 썩은 악취가 나는 듯하며, 흘러내리는 침은 고름 같다. 또한 비정상적으로 큰 눈동자는 온통 검은자위만 드러내고 있다. 프랭크는 끔찍한 외모로 모진 학대와 놀림을 받았을 제니퍼를 위로하며 동정의 손길을 건네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