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 얼굴을 가진 송강호▲ 천의 얼굴을 가진 송강호. 그는 따로 설명이 필요치 않은 배우다.
한석규와 호흡을 맞춘 영화 쉬리와,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살인의 추억, 그리고 공동경비구역 JSA, 반칙왕, 넘버3 등에서 ‘송강호표’ 연기를 보여준 그가 영화 ‘괴물’(감독 봉준호ㆍ제작 청어람)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연기를 선보여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침 질질 흘리면서 낮잠 자는…▲ 송강호는 괴물에서 한강 둔치 매점 집 첫째 아들 박강두 역을 맡아 아버지 희봉(변희봉 분)이 운영하는 매점에서 잔 심부름을 하면서 사는 보잘 것 없는 인물이다. 강두는 매점에서 일을 하기보다 대부분 침 흘리고 낮잠을 자면서 시간을 보낸다.
내세울만한 직업도 없고 능력도 없지만 딸 현서(고아성 분)에 대한 정성과 애정은 누구보다 크고 깊은 강두. 아버지가 시켜서 오징어를 굽고 있던 강두는 학교에서 현서가 돌아올 시간이 되자 주변을 둘러보며 딸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멀리서 걸어오는 현서를 발견한 강두는 굽고 있던 오징어는 불 위에 내 팽겨둔 채 현서를 향해 달려간다.
반가운 마음에 급하게 달려가다가 발이 꼬여서 그만 철푸덕 넘어지고 마는 강두.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재빨리 일어나 현서의 가방을 들고 매점으로 향한다.
▲“송강호, 이게 진짜 모습아냐?”▲ 송강호는 마치 오래전부터 ‘강두’로 살아온 사람처럼 그의 연기는 펄떡펄떡 살아 숨쉰다. 노랑머리에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한 바지를 입은 채 운동화를 구부려 신고 달려가는 송강호의 모습은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니라 실제 있는 인물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호연을 펼쳤다.
▲변희봉의 표정도 압권이다▲ 자연스런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송강호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이 괴물에게 납치되는 과정을 통해 겪는 고통과 감정의 변화를 훌륭히 소화해 냈다. 영화 촬영이 계속되는 동안 스태프들의 입에서 “역시 송강호”라는 탄성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강두의 역할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우는 표정이 살아서 꿈틀거린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강두의 모습에서부터 딸 현서를 지키기 위해 한강에서 나타난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극적인 상황까지 극과 극에 이르는 연기를 펼친 송강호. 오는 7월 개봉 예정인 영화 ‘괴물’에서 송강호는 그의 연기인생 15년 동안 보여준 모습과는 달리 색다른 ‘얼굴’로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