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의 덕목은 외모와 몸매
지난 21일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가수 유니 역시 전형적인 섹시가수 마케팅의 희생양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여자 연예인 지망생이 선택할 수 있는 출발점은 연기자 아니면 가수다. 그 중에서도 연기자보다 가수의 길을 선호하는 이유는 연예계 진출이 다른 분야에 비해 수월하기 때문이다. 연기자의 경우 신인이 배역을 따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반면 가수는 어떤 식으로든 음반만 만들어내면 홍보전은 익숙한 순서대로 진행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른바 '기사발'이 잘 먹히는 홍보수단이 섹시코드라 것이다. 가창력 보다 외모와 몸매를 더 중요시 여기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의상 또한 가능한 살색노출이 많은 것을 기본으로 하되 때로는 절묘하면서도 성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이 대목에서 얼굴성형과 가슴성형은 타고나지 않았다면 필수조건으로 따라붙는다.
◆ 섹시코드는 악플 유발자
연기자에서 가수로 전업한 유니가 악성댓글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오랫동안 관행처럼 횡행하는 섹시가수 만들기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을 중심으로 연예매체들이 늘면서 섹시가수 관련 기사는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각광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섹시 연예인을 볼모로 삼은 연예기사들이 악플발전소 역할을 했던 셈이다. 정작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은 섹시가수되기를 거부하지 못한 당사자들이다. 단지 스타를 꿈꾸며 모든 것의 희생을 감수한 그들은 소속사와 언론 그리고 악플에 외롭게 혼자 싸워 이겨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 섹시가수를 만드는 이유?
그렇다면 가요계는 왜 섹시가수를 지겹도록 만들어내는 것일까. 성공보다 실패가 많지만 뜨면 대박이고 못 떠도 기본은 할 수 있다는 계산법 때문이다. CF 등을 찍지 못하면 사실 연기자든 가수든 만족할 만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하지만 여자가수에게 섹시란 코드가 웬만큼 통하면 모바일 화보와 밤무대 그리고 행사 등 세가지의 부수입을 올릴 수 있다. 실제로 가수 유니는 섹시가수의 딱지를 붙인 후 모바일 누드 촬영을 조건으로 3억원의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했다. 섹시화보는 이미 억대에 가까운 개런티를 받았고, 이번에 복귀를 앞두고 2차 섹시화보 촬영이 잡혀있기도 했다.
◆ 섹시가수의 변신은 무죄
게다가 경쾌한 댄스곡과 노출심한 무대복장은 나이트클럽 등 밤무대와 궁합이 딱 맞아 떨어진다. 노래가 그리 히트하지 않아도 서울을 중심으로 지방까지 넘나들면 지명도에 따라 한 업소당 수천만원의 출연료를 챙길 수 있다. 공연히 음악성을 붙들고 늘어지는 가수에 모험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전국에서 펼쳐지는 행사 출연료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입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간단하지만 섹시가수도 워낙 양산되다보니 화보, 밤무대, 행사에 나갈 수준까지 도달하는 일도 결코 쉽지는 않다. 때문에 섹시가수는 데뷔 때나 음반을 낼 때, 활동을 쉬다 다시 복귀할 때면 언제나 '충격요법'에 가까운 자극적인 변신이 절실하다.
◆ 노출사고도 홍보수단?
최근엔 여자로서 견디기 힘들다는 성형논란과 노출사고 마저 의도적인 홍보수단으로 사전에 기획된다는 사실은 연예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유니가 연기자에서 가수로 전업한 이유도 결국은 두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는 히트곡 하나로 스타를 꿈꾸었을 것이고 둘째는 보다 나은 수입을 위해서 였을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발매가 취소된 유니의 유작앨범이자 3집 '솔로 판타지'의 초기물량은 소속사 관계자에 따르면 5,000장을 찍었을 뿐이었다. 앨범 판매 수익은 아예 기대하기도 힘든 가요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노출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았다지만 유니는 섹시가수로서의 삶이 자신이 원한 것도 아니고 결코 행복하지도 않았다.
◆ 결국 남는 건….
여자로서 수치스러운 악플들과 맞서야 했던 근본적인 원인은 섹시가수라는 올가미에 있었다. 그리고 섹시가수의 이면엔 여자가수를 단지 쇼윈도에 전시하는 상품으로 취급하고 포장에만 급급한 소속사들의 극단적 상업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유니의 죽음은 이런 구조적 문제가 만들어낸 비극인 것이다.
섹시가수가 마치 똑같은 공산품처럼 꾸준히 만들어지는 한, 비극은 유니만의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섹시가수에 대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자는 것은 아니다. 섹시함이란 여자가수에게 때때로 최고의 칭찬이자 매력이 될 수 있음을 안다. 안타까운 것은 지나친 상업주의와 결합됐을 땐 치명적인 독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