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컬 브라더스

hou47 작성일 10.06.23 1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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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미컬 브라더스가 돌아왔다. 그것도 완벽하

 

 

게 돌아왔다. 명실상부 이들의 후기 걸작으로

 

 

칭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이번 앨범과 함께 무

 

 

더운 여름을 견디자!

 

 

   영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일렉트로니카 밴드 ‘케미컬 브라더스’ 가 3년 만에 우리들 곁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그냥 돌아온 것이 아니다. 예전 그들이 전 세계를 휘어잡았던 전성기 시절에 버금가는 완성도를 가지고 완벽하게 돌아온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흥분과 감동은 물론이고 상당한 놀라움과 경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아주 솔직하게 얘기해서 이들의 이 전 앨범인 ‘We Are the Night’ 에 적잖이 실망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아아 이제 케미컬 브라더스도 끝났구나.’ 하고 탄식을 했었다. 거기에 더불어 오래간만에, 진짜 오래간만에 복귀한 또 다른 영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일렉트로니카 밴드 ‘프로디지’ 가 이 전 그들의 명성에 미치지 못 하는 범작을 들고 실망스럽게 복귀해서, ‘케미컬 브라더스’ 에 대한 나의 애정을 더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케미컬 브라더스’ 라는 이름을 한동안 잊고 살았다. 그런데 우연히 음악영상전문채널에서 이들의 새로운 곡을 듣게 되었다. 제목은 ‘swoon’ 이었다. 바야흐로 내가 이들의 역습에 속절없이 당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지금 내 곁에는 이들의 2010년 최신작 ‘Further’ 가 있다. 음악은 당연히 다 들었다. 그렇다면 다 들은 지금 현재의 느낌은 어떨까?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최고다!’ 이 앨범 진짜 최고다. 내가 그들의 이 전작에서 느꼈던 실망감이라는 독을 이 앨범이 완벽하게 해독시켜 주었다. 덕분에 나는 잠시나마 그들에게 가졌던 실망감이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썩어도 준치라고 그들의 실력은 예전 그대로였다. 더욱이 그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일구어 놓았던 예전 명성에 안이하게 기대어 돌아온 것이 아니라 완전히 환골탈퇴해서 새롭게 돌아왔다. 구체적으로 그들은 그동안 순수 일렉트로니카라는 장르의 영역을 넘어 락(Dig Your Own Hole), 힙합(Push the Button) 같은 여타 다른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장르의 외연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대중성까지 확보하는 명민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그들은 그런 장르의 결합을 싹 거두어들이고 순수 일렉트로니카 본연의 전자음에 몰두했다. 국내 모 가수의 앨범 제목처럼 ‘Back To The Basic’ 초심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자신들이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내 거물급 음악가와의 협연도 거부하는 꽤나 위험한 무리수도 감행했다. 때문에 이 앨범에는 노엘 갤러거의 ‘Setting Sun’ 도, 바비 길레스피, 버나드 섬머의 'Out Of Control' 도 없다. 하지만 걱정은 금물이다. 거물이 없는 대신 그들을 대체하고도 남을 일렉트로니카 본연의 환상적이고 환각적인 전자음의 향연이 넘실대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느낌을 쓰겠다. 먼저 첫 번째 곡인 ‘Snow’ 는 앨범의 첫 시작을 알리는 곡이어서인지 전체적으로 크게 무리하지 않고 차분하게 전개된다.

 

   그리고 뒤이어지는 두 번째 곡인 ‘Escape Velocity’ 는 감히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 중 세 손가락에 들어갈 정도로 훌륭한 명곡 중에 명곡이다. ‘케미컬 브라더스’ 는 매 앨범마다 그 앨범을 대표하는 대곡들을 수록하여 자신들이 단순한 클럽 디제이가 아닌 진지한 음악가임을 표명했었다. 구체적으로 ‘Dig Your Own Hole’을 대표하는 그들 최고의 명곡인 9분 28초 분량의 ‘The Private Psychedelic Reel’, ‘Surrender’를 대표하는 실질적인 명곡 8분 38초 분량의 ‘The Sunshine Underground’, ‘Push The Button’ 최고의 명곡이자 그들 사상 최고의 명곡 중에 하나로서 듣는 이에게 무한 감동을 선사하는 7분 23초 분량의 ‘Surface To Air’ 등 각 앨범에 그야말로 킬링트랙을 수록했었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 그 기능을 수행한 곳이 바로 이 곳이다. 11분 57초라는 어마어마한 곡 길이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곡은 그들의 이름으로 뽑아낼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총집결한 그야말로 진짜 죽이는 곡이다. 한마디로 이 곡을 듣지 않고 이 앨범을 논해서는 안 되는 수준일 정도로 좋다.

 

   그 다음 세 번째 곡인 ‘Another World’ 는 베스 오튼이 참여한 ‘Where Do I Begin’, ‘The State We're In’을 연상시키는 곡으로서 여성 보컬의 나른한 노래 위에 서정적인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이다.

 

   네 번째 곡인 ‘Dissolve’ 는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 중 가장 좋아하는 곡 중에 하나이다. 흔히 케미컬 비트로 명명되어진 빅 비트의 묵직한 비트 위에 신서사이저가 선사하는 명료한 멜로디가 강렬하게 휘몰아치며 듣는 이로 하여금 엄청난 흥분 감을 가지게끔 만든다. 한마디로 이번 앨범 중 가장 신나고 흥겹고 즐거운 타고 난 클럽/ 댄스곡이다.

 

   다섯 번째 곡인 ‘Horse Power’ 는 이 앨범에서 가장 이질적인 곡이라 할 수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이번 앨범은 전체적으로 신서사이저에 의한 순수 일렉트로니카 본연의 전자음을 구현하는데 몰두한다. 그에 반에 이 곡은 신서사이저에 의한 멜로디를 줄이고 대신 기계적이고 묵직한 비트를 극대화하여 상당히 거친 질감을 선사한다. 때문에 이 곡은 마치 하드코어 테크노를 연상시킨다. 한마디로 정말 강력하고 파괴적인 곡이 아닐 수 없다.

 

   자 이제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여섯 번째 곡이자 명실상부 이 앨범을 대표하는 최고의 명곡 ‘Swoon’ 이 온 것이다. 그냥 에둘러 말하지 않겠다. 이 곡, 진짜 죽인다! 최고라는 수사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단어가 없을 정도로 죽이게 좋은 곡이다. 다소 허풍을 곁들여 말한다면 그들 역사상 최고의 명곡 다섯 손가락에 집어넣어도 무방할 정도로 훌륭한 곡이다. 마치 ‘Star Guitar’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케미컬 브라더스의 곡이자 그들 역사상 최고의 명곡 1위로 치는 곡이다.)를 연상시키는 명료하고 환상적인 신서사이저 멜로디를 바탕으로 듣는 이를 단 한 차례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감각적이고 노련한 곡 전개가 정말 일품 중의 일품이다. 만약 누군가가 올해의 곡을 고르라면 주저 없이 이 곡을 꼽을 정도로 일등급 명곡이다.

 

   일곱 번째 곡인 ‘K+D+B’ 는 다소 귀여운 드럼 비트 위에 짧지만 귀에 속 들어오는 멜로디 라인이 일품인 곡이다. 바로 전 곡인 ‘Swoon’ 의 감동을 이어가기에 충분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여덟 번째 곡이자 이 앨범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곡인 ‘Wonders Of The Deep’ 은 조용하고 서정적으로 시작하다 속에 감추어 놓았던 감성을 폭발시키며 청자의 흥분 감을 최대한 고양시킨다. 환상적인 일렉트로니카의 세계로 인도한 앨범의 끝으로 손색이 없는 곡이다.

 

   자 이제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다. 9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일렉트로니카는 2000년대에 넘어오면서 급격하게 몰락하고 말았다. ‘프로디지’ 는 오랜 공백을 견디지 못 하고 스스로 주저 않았고, ‘언더월드’ 는 자신뿐만 아니라 일렉트로니카 전체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곡 중에 하나인 ‘Born Slippy’ 의 명성에서 지금도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프렌치 일렉트로니카의 자존심 ‘다프트 펑크’ 는 기가 막히게 멋진 걸작 ‘Discovery’ 이후 이렇다 할 앨범을 내지 못 하고 지지부진해 있다. ‘에이펙스 트윈' 은 간간히 좋은 곡과 앨범을 들고 나오지만 그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그 외 뮤지끄, 오테커, 스퀘어퓨셔 같은 훌륭한 밴드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노력을 하지만 그럼에도 저 영광의 90녀 대를 재현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또 하나의 10년이 지나 2010년대에 접어들었다. 과연 일렉트로니카는 영광의 90년대는 고사하고 2000년대의 부진을 씻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그 시점에서 또 하나의 일렉트로니카의 제왕 ‘케미컬 브라더스’ 가 기습적으로 복귀했다. 그것도 지금 시대와 다소 맞지 않을 거라 생각되는 순수 일렉트로니카 본연의 전자음을 가지고 말이다. 장르 간 이종교배가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은 시대에 순수, 초심으로의 회귀라니, 과연 그게 지금 시대에 먹힐까.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최신작을 통해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렇다. 진정 중요한 것은 잡다한 장르 간 이종 교배도, 경천동지할 새로운 실험도 아닌, 앨범 자체의 완성도를 얼마나 끌어 올릴 것인가 하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변변한 완성도도 없이 그저 안이한 장르 간 이종 교배가 얼마나 심했던가. 그런 그들에게 ‘케미컬 브라더스’ 는 앨범 자체가 좋다면 장르 간 이종 교배 따위는 안 해도 통한다고 일갈한 것이다.

  

   진짜 오래간만에 일렉트로니카만이 보여 줄 수 있는 환상적인 전자음의 향연을 제대로 보여 준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하면서 이만 글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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