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 복귀 전, 실전 경기 감각 회복 차 더블A 에이크론 에어로스에서 3게임을 뛰었습니다. 3게임을 뛰는 동안 안타는 고작 1개 밖에 치지 못했지만(더블A 투수들 실력이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4년 만에 다시 맛본 마이너리그의 생활은 그동안 제가 얼마나 행복하고 편한 환경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는지를 일깨워준 시간들이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10시간 이상 이동하는 것은 기본이고 음식도 제가 손을 댈 수조차 없었습니다.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가 먹으면 다른 선수들 먹을 게 모자랄 것 같아서 배고픔을 참고 견뎠습니다. 신인인 루키때는 월급도 없고 음식도 스스로 해결해야 하잖아요. 그러다 싱글A로 올라가면 식빵과 땅콩잼이 주어집니다. 하이싱글A에선 같은 식빵과 땅콩잼에다 포도나 딸기잼이 추가로 얹히죠. 더블A에선 드디어 고기, 그것도 햄 종류를 맛볼 수 있게 되고 비로소 트리플A 정도 돼야 클럽하우스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주 짧은 마이너리그 생활이었지만 그들의 생활을 지켜보면서 ‘와, 내가 이전에 이런 데서 야구를 했단 말이야?’라는 간사한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열악했어요. 땀 냄새 나는 라커룸은 너무 비좁아서 움직일 수조차 없을 지경인데도 선수들은 누구 하나 얼굴 찌푸리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조차도 고마워하는 선수들이 많았으니까요.
많은 선수들이 저한테 메이저리그 투수들에 대해 질문을 해왔습니다. 몇 년 전에는 저 또한 그들과 같은 입장이었는데, 그들과 같이 빅리그에서 내려온 선수들에 대해 동경심을 갖고 여러 가지 궁금증들을 털어놓는 마이너리그 선수 신분이었는데, 이젠 이렇게 빅리그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입장이 됐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마이너리그 마지막 날에는 제가 모든 선수들에게 한 턱 쐈습니다. 인근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포함해 푸짐한 음식을 주문한 뒤 클럽하우스로 배달시켰는데 정말 선수들이 너무 맛있게, 그리고 고마워하면서 먹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오히려 그들한테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메이저리그 복귀 후 처음 치른 오늘 경기. 결승 타점을 올리는 바람에 성공적인 복귀전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지만 전 경기 성적보다 이번 부상을 통해 야구선수로서의 자세를 새롭게 가다듬을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너무 행복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처음 부상당했을 때만 해도 8,90%는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10%의 재활 가능성을 믿고 마치 도박하는 심정으로 재활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부상당한 지 일주일 만에 가벼운 스윙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3주 만에 다시 타석에 들어선 것이고요. 이런 초스피드 회복 선수는 쉽게 볼 수 없는 케이스라 팀에서도, 담당 의사도 연신 ‘신기하다’는 말만 되풀이 할 정도입니다. 지금은 너무 아무렇지 않아 오히려 이상한 생각이 들 지경이니, 제 몸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이 되시죠?
지난 21일간, 경기장을 떠나 있는 시간들 속에서 제가 느낀 점이라면 경기 때 안타를 치고 홈런을 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프지 않고 성한 몸으로 경기장에, 더그아웃에, 외야수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사랑하는 야구를 하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나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라는 부분이에요.
이전 같으면 꼭 쳐야 하는 안타 기회를 놓쳤다고 해서, 홈런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가슴 졸이고 속상해 하고 야구를 미워했던 추신수였는데 한 번 아프고 나니까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자체에 감사함을 갖게 됐다는 것이죠.
오늘 자고 일어나면 내일 절 기다리는 야구장이, 선수들이 있는 ‘회사’로 출근하게 됩니다. 비로소 일상으로 돌아온 시간들이 절 편안히 잠들게 할 것 같습니다.
클리블랜드에서 추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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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서 펌 내가 신수형은 이유없이 군대면제해줘도 절대 뭐라안한다 개늠들 별 시덥잖은것들 면제받은쉐끼들 1개월씩만 나눠서 대신근무하게 해라.
암튼 메이져리그의 레전드가 되시길...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