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영하는 웃는 세일즈맨 NEW를 보고 있습니다. 행복한 시기에 있는 사람까지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이 악마성이란....
그런데, 이 캐릭터가 왠지 도라에몽과 너무 닮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가 같은 후지코 F 후지오라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왠지 이 두 캐릭터가 너무 겹쳐져 보이는 건 왜일까요.
그래서 저는 이런 설을 내놓았습니다. 이 아저씨, 혹시 도라에몽과 동일인물은 아닐까? 라고 말이죠. 도라에몽이 어떤 계기로 타락해서, 이런 아저씨가 되지 않았나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저 언제나 웃는 얼굴은 혹시나 가면이 아닐까 하고.
그래서, 도라에몽이 왜 이렇게 타락했을까? 라고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망상과 망상의 연속의 결과, 밑의 씁쓸한 맛의 초단편 패러디 소설이 탄생했습니다. ㅋㅋㅋ
심심하신 분은 읽어보시길.
혹시 위 사진을 모르시는 분은 웃는 세일즈맨 한번 보시길 추천.
노비타(진구)는 오늘도 자이안(퉁퉁이)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저에게 도구를 빌립니다. 역시나 언제나 결과는 똑같이, 더욱 곤란한 상황에 빠집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냥 질질짜다가 지쳐 잠들던 보통 때와는 다르게, 노비타는 저에게 화를 냅니다.
"언제나 이런 바보같은 도구만 내놓으니까 내 인생이 이렇게 망가졌잖아!"
그렇습니다. 노비타는 이제 사춘기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머리도 한층 굵어져, 이 도구들이 결국, 자기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 버린겁니다. 이미 시즈카(이슬이)짱은 데키스기(영민이)와 연애를 시작해 버렸고, 자이안(퉁퉁이)과 스네오(비실이)는 일진이 되어 노비타를 더욱 심하게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이미 쓸만큼 쓴 도구의 존재는 그들에게 간파되어 이미 영향력을 상실했습니다.
더이상 필요가 없어진 나, 도라에몽을, 노비타는, 그대로 내쫓아버렸습니다.
저는 노비타의 갑작스런 분노에 어벙벙해 합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해 왔던 헌신은 어디로 가고 결국 버림받은 처지가 되어버리다니. 너무해. 그러나, 제 도구가 이미 아무 의미가 없어진 이상, 저는 그저 팥빵만 축내는 쓸모없는 로봇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미래의 주인에게서 받은 사명이 있습니다. 변변찮은 노비타를 도와주라고. 그러나 고양이 로봇의 모습인 채로는 노비타의 곁에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대로 가다간 자기가 좋아하는 도라야키(팥빵)을 살 수도 없었습니다. 문득, 이 세상에는 제 도구보다도 더욱 만능의 도구가 있다는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것은 돈. 텔레비젼에도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돈이면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도 가능하다고.
저는 웃는 얼굴의 가면과, 중절모, 검은 양복을 입습니다. 텔레비젼에서 본, 신뢰받는 세일즈맨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했지만, 왠지 모르게 음침한 느낌이 되었습니다. 마치 장의사의 모습처럼. 그러나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따서 자신의 성을 모구로(喪?)라 짓고, 그러나 행복을 추구하는 자신의 본성을 따서 후쿠조(福造)라고 짓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으로 명함을 파, 자신의 도구를 가지고 영업을 시작합니다. "돈!"이라는 삿대질은 뭐냐고요? 연출입니다. 연출. 그리고, 돈 내놓으라고요. 돈.
그렇게 여러 고객들의 의뢰를 받아 영업을 합니다. "돈은 한푼도 받지 않는다. 고객이 행복하면 그것으로 충분"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들이대고 있지만, 당연히 그것은 거짓말. 그런 말에 속는 어른이 ㅂ ㅅ 이라고 도라에몽은 생각합니다. "난 네가 정말 좋아 도라에~몽"이라고 노래를 부르던 어린애들이 이렇게까지 자신을 헌신짝처럼 버릴 정도로, 이 세상의 말은 함부로 믿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치기어린 어른들도 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에게는, 상응하는 대가를 받고 도구의 힘을 빌려주었습니다. 흐흠. 돈은 한 푼도 받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그 고객에게 직접 받지는 않았으니.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이 어른들, 별로 노비타와 다를게 없는 이상한 어른들 뿐입니다. 하지 말라고 하는 일에 꼭 머리를 들이밀어, 결국에는 나락에 떨어지는 결과를 맞이하는 인간들 뿐. 이 시대의 인간들은, 전부 이런 인간들 뿐인걸까요? 저는 인간에게 더욱 회의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뭐, 노비타라는 ㅆ ㄹ ㄱ 가 날 버린 이후부터, 인간이란 이런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건 제 돈벌이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인간들은 참, 재미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나는, 전 인류에게 평생동안 도라야키를, 백년동안 먹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재산을 쌓았습니다. 이제, 이걸 그 ㅆ ㄹ ㄱ 같은 노비타에게 가져다주고, 나는 미래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그러면, 배를 곯지 않고 살아도 될테니까요. 그리고 미래의 그 아들에게 나를 개발할 자금을 물려줄 수도 있을 것이었습니다. 만일을 대비해 재산을 탕진할 이상한 짓을 하면 내가 남겨놓은 마지막 도구 "감시"군이 노비타를 끊임없이 괴롭히도록 해 두었습니다. 준비는 완벽.
몇년 만에 오랜만에 돌아간 노비타의 집. 2층 구조의 목조 건물은 언제나 그대로였습니다. 현관을 통해 당당히 들어갈 수는 없었기에 대나무 헬리콥터를 머리에 꽂고 2층의 노비타의 방을 훔쳐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시즈카와 노비타가 행복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나중에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니, 그 데키스기 녀석,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역시, 사람은 생긴대로 노는 모양입니다. 네. 저도 단 하나, 노비타를 인정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시즈카에 대한 마음입니다. 다른 남자와 사귀는 시즈카를, 그래도 못 잊고 계속해서 기다렸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내가 없던 기간 동안, 자기 나름대로 필사적으로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시즈카도,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그렇게 노력하는 노비타의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던 모양입니다. 아. 뭔가 지금까지 식었던 가슴이, 다시 따뜻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문득, 생각을 해 봅니다. 혹시, 자신이 없었더라면 노비타는 더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어쩌면 내가 지금까지 해 온 일이, 실은 내가 그 못난 고객들에게 해 왔던 것처럼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린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눈에서 눈물이 쏟아집니다. 나는, 정말로 쓸모없는 존재였었구나. 정말 ㅆ ㄹ ㄱ 였던건, 혹시 나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순간, 전 재산이 든 검은 색 현금카드를 든 손이 떨리기 시작합니다. 이 돈이, 저 둘을 다시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것이 아닐까? 이 돈은 어쩌면, 지금까지 주었던 어떤 도구들보다도 파괴력이 있는 도구입니다. 복권에 당첨된 인간이, 한순간에 목숨을 끊는 상황까지 가는 경우가 있다는 걸 사회생활을 하며 몇번이고 보고 또 봤습니다.. 저는, 또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할 뻔 했다는 것을 알아채고 창문에서 멀어집니다.
멀어져가는 2층집에서, 나지막하게 시즈카짱의 신음소리가 들립니다. 저 둘, 어느 새 갈 때까지 간 모양입니다. 노비스케(노비타의 아들)가 태어나는 것은 아직 한참 후이기 때문에 애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이 상태라면 아마 순조롭게 미래는 지켜질 것 같습니다. 도중에 여러 고난이 있겠지만, 그 때는 과거의 내가 어떻게든 해 주겠죠. (극장판)
나는 오랜만에, 그 언제나 웃는 세일즈맨의 가면과 답답한 검은 양복을 벗고, 달밤의 차가운 공기를 즐기며 날아갑니다. 안녕 노비타. 그리고 힘내라. 노비타. 절대로 시즈카짱의 손을 놓으면 안 돼. 저 멀리서 도라미가 타임머신을 타고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