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제약회사 다니다 겪은 '사고' 썰 하나

엉엉날가져요 작성일 20.12.21 11:25:08 수정일 20.12.21 11: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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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먹어봤음직한 의약품을 만드는 제약회사를 다닙니다.

 

지금은 중견 관리직이고, 신입부터 시작해서 다닌 첫 회사입니다.

여러 부서, 본부가 있지만 제가 있는 곳은 약을 직접 만드는 공장입니다.

 

약을 만드는 곳이다보니 굉장히 깔끔하고, 철저한 규칙을 지키는 곳입니다.

그럼에도, 크고작은 사고가 많이 나는데요. 그 중 가장 가슴아프고

기억에 남는 사고 썰 하나를 풀어봅니다.

 

한 2~3년 전 입니다.

당시 생산부서에서 근무 중이었는데, 사무실서 PC 업무 중인데 갑자기 여자 비명소리가 들려옵니다.

 

'아어어어어어어~'

 

처음엔 작았습니다. 그래서 '아 누가 공장에서 소리를...' 이렇게 생각만 하고 대수롭지 않게 일을 했지요.

그런데, 그 비명소리가 점점 커지고, 가까워 지더라구요.

가까워지니, 울부짖는 소리였네요 ㅠ 너무 처절하게...

그리고 여자비명소리였지만, 남자였어요. 너무 하이톤으로 질러댄 비명이라..

 

그리고는 사무실 앞을 지나서 그 소리가 작아집니다. 워낙 순식간이고 놀랐던지라

모두 일어날 생각도 못하고 서로 눈이 휘둥그레져서 멀뚱멀뚱...

나가보니, 비명의 주인공은 온데간데 없고 바닥에는 핏자국이 뚝뚝..

복도에 길게 늘어져서 출입구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남직원 하나가 알약을 찍어내는 프레스기계(타정기라고 합지요)를

청소하다가, 그 무지막지한 기기에 장갑이 말려 들어가서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난 것이었습니다.

원래는 청소모드라고 해서 반자동 모드로 하고 청소를 해야 하는데,

청소를 좀 원활하게 빨리 하려고 느리게 작동모드로 해 놓고 청소를 한 모양이에요.

 

나중에 알았는데 현장 관리책임자인 친구가 사고를 당한 친구의 상처부위를 감싸고,

들쳐없고서 병원으로 뛰어나간 상황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모두 상황파악이 안 되서 모두 누가 다친거냐고 찾고 있던 그 때, 전화가 왔습니다.

 

'XX선임님, 지금 이러저러해서 병원 가는 중인데ㅜㅠ XX 손가락이 없어요'

 

저랑 가장 최근에 전화해서 운전 중에 아무 번호나 한다는것이 저였나봅니다.

저는 팀장과 함께 현장으로 뛰쳐들어갔고, 아직도 돌아가고 있는 피투성이 기기 안에서

손가락을 찾아냈습니다. 그 손가락을 들고 밖에 나가보니, 공장 경력이 오래된 

지원부 팀장님은 어떻게 아셨는지,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잔뜩 넣어서 기다리고 계셨네요.

제약사다보니 생리식염액도 많아서 황급히 생리식염액으로 손가락을 씻어서

아이스박스에 넣고, 직접 병원에 따라 갔습니다.

 

가보니 손가락은 거즈를 대고 팔에 지혈대를 하고 응급실에 누워있는데,

사람이 얼굴이 파랗고, 입에서 피가 철철 나고 있네요.

대학병원이었는데, 간호사들 말을 들어보니 외과 말고 치과쪽도 대화를...

고통이 심해서 이를 너무 세게 문 나머지 이가 몇개 바스라졌더라구요. ㅠㅠ

 

결론은, 다행히 잘 봉합했습니다. 기기가 날카로운 기기가 아닌지라

약간 뭉게져서 ㅠ 조금 길이가 짧게 봉합되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요.

나중에는 같이 술 마시며 그 손가락은 내가 붙여준거라며 농담따먹기도 했었죠.

 

제약회사라 그런지 잘 처치해 가져오셨다는 칭찬도 듣고...

하지만 회사에서는 싸그리 징계 받았다는 건 안 비밀입니다.

 

모두 조심히 일 해야 해요... 저도 조심.

 

-_ ㅠ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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