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작가 코니 윌리스의 SF소설입니다.
휴고상과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동시에 받은 SF소설들은 확실히 격이 다른 것 같습니다;;;
한 세대 전의 고전 작가들이나 코니 윌리스의 다른 작품들, 테드 창 등의 소설이 떠오르네요.
무시무시하게 재밌습니다;;;;
시간여행 SF라는 틀을 빌려 중세 영국의 페스트 시대를 온몸으로 겪어나가는 주인공 키브린의 얘기입니다.
옥스포드에 페스트가 닥치는 시기를 피해 잠깐 시간여행 하고 오려다가 일이 꼬여 갖은 고생을 하죠.
가장 눈에 띄는 건 페스트의 한복판에 있는 중세 장원의 묘사입니다. 중세 페스트 관련 책 한 두 챕터를 읽는 것 과는 전혀다른 압도적인 리서치로 이어나가는 디테일은 정말 대단합니다.
당시 옷감과 몸에서 나는 냄새와 여러가지 것들의 질감, 갖가지 소품들과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에 퍼지는 입김 같은 세밀한 묘사가 당시의 한복판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문제는 이 디테일로 페스트의 잔혹함을 얘기해준다는거죠;;;; 여운이 오래 갑니다.
2권 완결이고, 1권 초반 전개가 판을 깔기 위해 약간 답답한 구석이 있습니다. 혼란한 상황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일부러 혼란한 문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보시면 되구요.
1권 중반을 넘어가며 상황이 잡히고 캐릭터에 대한 서사가 쌓이면 갑자기 이야기가 폭발합니다. 희망과 비극이 공존하는 엔딩도 굉장하구요. 지금도 자꾸 생각이 나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