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무대인사를 갔다가 생긴 일

로건이제일좋아작성일 22.09.25 20: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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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ch 일본괴담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한 괴담입니다. 괴담을 본적은 많지만 직접 괴담을 써보는건 처음이라 아마추어 글쓴이의 느낌이 많이 나실겁니다.)

 

2012년 겨울의 어느 주말, 집에서 모처럼의 휴식을 즐기던 중 고등학교 동창인 A에게서 연락이 왔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는 서먹해진 것에 비해 A와는 자주 만남을 가지거나 연락을 하는 등 아직까진 사이가 돈독한 상태였다.

 

전화를 받으니 A는 들뜬 목소리로 나에게 이야기를 떠들어댔다.

 

“있잖아 이번에 새로 개봉한 영화를 극장에서 봤는데…"

 

그는 자신이 어제 극장에서 본 영화의 감상평을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떠들어댔다.

 

한참동안 이어진 이야기를 다 들은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용건 다 끝났냐?”라고 되물었다.

 

"아니아니, 내가 진짜 전화한 이유는 말이야.

다음주 토요일에 B극장에서 그 영화의 무대인사가 있거든?

오후 2시랑 5시 상영땐데 나한테 그날 2시 티켓 두장이 있어서 너랑 같이 갔으면 해서 말이야."

 

"무대인사면 한번 가 보고 싶긴 하네. 그 영화 제목이 뭐냐?"

 

“응, 우리의 위험한 임무. 스파이 영화야.”

 

친구가 보자고 한 영화의 제목은 “우리의 위험한 임무”로 그 당시 개봉한지 얼마 안된 스파이 액션 영화였다.

 

그렇게 약속은 성사되고 일주일이 흘러 그 다음주 토요일

 

우리 둘은 영화관으로 향하였다.

 

그날은 하필 눈이 무릎까지 덮을 정도로 심하게 내리는 바람에 약속을 취소할까 했지만 결국은 고생해서 극장까지 간 기억이 있다.

 

상영시간에 맞춰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우리는 벌써부터 지친 몸을 이끌고 팝콘과 콜라도 사지 못한 채 상영관에 입장하였다.

 

우리가 상영관에 입장했을 땐 좌석 대부분이 수많은 관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저기 사람들 꽉 찬거 보이지? 아무리 인기 있는 영화의 무대인사여도 이정도 관객은 못 모아. 상영끝나고 감독으랑 배우들 볼 생각하니까 기대된다..!”

 

친구는 흥분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실제로 좌석을 가득채운 관객들을 보니 영화에 딱히 관심이 없는 나조차도 이 영화의 인기가 어느정도였는지 느껴졌다.

 

사람들의 비좁은 틈을 지나 예약해놓은 자리에 앉고 잠시 기다리니 상영관의 불이 꺼지며 영화가 시작했다.

 

오프닝 크래딧을 지나 끊임없이 계속되는 영화의 진행을 보며 상당히 재밌다는 느낌을 받았다.

 

액션연출도 좋고 이야기의 개연성도 심각하게 나쁘진 않은데다 배우들의 연기도 괜찮았다.

 

“이정도의 퀄리티면 관객수가 많은것도 납득이 가네”

 

나와 A를 포함한 대부분의 관객들은 집중력을 유지한채 시간 가는줄 모르고 영화를 관람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부터 영화의 지루함과 상관없이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집중한 상태로 오래있어서 졸음이 온건지 눈길을 지나오느라 체력을 다 소진한건진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졸음의 강도는 강해졌다.

 

화장실에 갔다올까도 생각했지만 다른 관객들의 관람에 방해가 될까 차마 그렇게까진 못할것 같았다.

 

그렇다고 그냥 자버리기엔 지금 상영되고 장면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이어서 놓치고 싶진 않았다.

 

결국 억지로 눈을 떠서 끝까지 버텨보려고 했지만 나의 남아있는 체력으론 5분도 버티지 못한채 잠들어버렸다.

 

 

 

그렇게 시간가는줄 모르고 자는 도중 어느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자칫하다간 가위에 눌릴정도로 희미하게 깨어났지만 이내 정신이 들었다.

 

멍하니 고개를 들어 밝은 스크린을 바라보니 원래 상영되어야 할 영화의 장면 대신 어떤 뉴스가 스크린으로 상영되고 있었다.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소리 역시 주인공들의 대화소리나 액션장면 속 총칼소리 따위가 아닌 뉴스에서나 들을법한 아나운서의 또렷한 목소리였다.

 

스크린속 화면엔 영화의 주인공이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채 구급차에 실려 이송되는 것이 보였다.

 

내가 잠시 잠에 들었다 깨어났나 싶어 다시 영화에 집중하려는데 장면을 자세히 보니 이상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아래의 문구엔 “영화배우 이즈미 신이치 희귀병을 앓다 증상악화로 급사”라고 쓰여져 있었다.

 

게다가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소리 역시 주인공들의 대화소리나 액션장면 속 총칼소리 따위가 아닌 뉴스에서나 들을법한 아나운서의 또렷한 목소리였다.

 

"어제 저녁 6시… 이즈미 신이치씨가 자택에서…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끝내 사망… 희귀병…"

 

극장 스피커에서 이즈미 신이치의 사망소식을 전하는 기자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기자의 빠른 목소리와 몽롱했던 상태때문에 시간이 지난 지금은 대부분의 내용을 잊어버려 기억나는 부분이 있다면 이정도 뿐이다.

 

나는 멍하니 고개를 돌려 내 친구의 좌석을 쳐다보니 친구는 스크린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것도 매우 슬픈 표정으로 우는 소리까지 내면서 말이다.

 

아직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채 그를 멍하니 쳐다보던 나는 곧 이친구 혼자만 우는것이 아님을 깨닳았다.

 

이미 극장내에선 사람들의 우는 소리 심지어 누군가는 크게 오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엔 우는소린지 웃는소린지 구분이 안되었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나니 그것이 우는 소리임을 알게되었다.

 

이런 기묘한 상황속에서 나는 멍하니 사람들의 우는 소리와 스크린속을 계속 쳐다보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잃었다.

 

 

 

“야! 언제까지 잘거야? 일어나!”

 

“아악!”

 

친구가 날 깨우는 소리에 내가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니 영화는 이미 끝나 감독과 배우들이 무대인사를 하러 올라온 상태였다.

 

심지어 나의 비명에 상영관 안에 있는 관객들과 마이크로 인사를 하던 감독, 배우들의 시선이 나와 친구에게로 쏠렸다.

 

“아.. 이 친구가 영화보다가 자던걸 제가 깨웠더니 갑자기 비명을 지르면서 깨어났네요..하하..”

 

친구가 급하게 해명을 하니 감독이 분위기를 살리고자 웃으며 우리에게 잠시 말을 걸어왔다.

 

“충분히 그럴 수 있죠. 혹시 옆에 친구분? 실례가 안된다면 혹시 주무시기 전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장면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나는 갑작스런 쪽팔림을 안고 기억나는 장면을 머릿속에서 더듬다가 마지막으로 기억에 나는 장면을 횡설수설하듯 풀어냈다.

 

“아까 자다가 한번 깨서 본 뉴스 장면이 마지막으로 생각나네요.. ㅎㅎ..”

 

“뉴스 장면이요? 혹시 어떤?”

 

감독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묻자 나는 기억나는 장면을 필터없이 이야기했다.

 

“정확한건 자세히 기억이 안나는데 이즈미 신이치씨가 희귀병으로 사망했다고 나오는 뉴스 장면? 잠결에 그 장면을 본거 같아요. 자다가 중간에 깼는데 그 장ㅁ..”

 

친구가 갑자기 내 어깨를 툭쳐서 보니 친구의 표정이 이상했다.

 

마치 무언가 이질적인 것이라도 본 듯이 정색한 표정이었다.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어 앞을 쳐다보니 감독과 배우들도 굳은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으며 상영관 내의 관객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감독은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며 우리 영화엔 그런 장면이 없다라고 대답하였다.

 

게다가 이즈미 신이치씨는 아직 멀쩡히 살아있다며 자신의 옆에 있는 남자를 가리켰다.

 

순간적으로 부끄러움이 온몸을 감쌌다.

 

나는 어찌할줄 몰라 “꿈에서 본 것을 실제라고 착각한 것 같다. 배우분께 실례를 끼쳤다면 죄송하다”라는 사과만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감독과 배우들은 뭔가 좀 꺼림찍하지만 그럼 그렇지 하며 애써 별일 아닌듯 넘기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나또한 분위기를 망친 것 같아 매우 죄송스러운 기분이 들어 더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어색했던 분위기는 금세 좋아졌고 다들 조금전 일을 잊어가는 듯 했다.

 

다행히 무대인사는 무사히 끝났고, 모두가 상영관을 나와 이제 집으로 가려던 차에 A가 나에게 투덜거렸다.

 

"너 아까 진짜 큰잘못한거야. 왜 갑자기 영화에 있지도 않는 이상한 얘기를 해서 분위기를 망쳐? 나까지 다 부끄러웠어. 게다가 죽지도 않은 이즈미씨가 죽는 장면을 봤다 그러고.."

 

“미안.. 내가 정말 이상한 꿈을 꿨나봐. 분명 스크린에 이즈미씨가 희귀병으로 사망했다고.. 게다가 애초부터 난 그분 본명이 정말로 이즈미 신이치인줄도 몰랐어”

 

“됐으니까 변명 그만해. 안그래도 아까 이즈미씨가 너 계속 쳐다봐서 아직까지 불편하다고”

 

“이즈미씨가?”

 

“그래, 너 얘기 끝나고 다들 분위기 좋아졌는데 이즈미씨 혼자서 안 좋은 표정으로 너쪽을 자꾸 보더라니까?”

 

그날은 이즈미씨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어 편히 잠들지 못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 무렵 오랜만에 A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문자의 내용은 “야 너 그때 도대체 뭘 본거야?”라는 텍스트와 동영상 링크가 있었다.

 

불길한 느낌이 들어 서둘러 동영상 링크를 확인한 나는 영상 제목을 보자마자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영화배우 이즈미 신이치 희귀병을 앓다 증세악화로 급사”

 

"최근 개봉한 인기영화 우리의 위험한 임무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이즈미 신이치(36)가 사망하였습니다.

어제 저녁 6시쯤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하던 이즈미씨는 갑작스런 가슴통증을 호소하다 자택에서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사인은 이즈미씨가 오래전부터 앓고 있었던 희귀병의 증상악화로 인한 급사이며, 이즈미씨는 평소 가족들을 제외한 모두에게 이 희귀병의 존재사실을 숨겨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나는 곧바로 A에게 전화를 하여 대체 무슨 일이냐고 상황을 묻자 그는 오히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라고 되받아쳤다.

 

우리는 그렇게 3시간정도 통화를 하며 우리가 누낀 당황스러움과 공포, 두려움에 대한 감정들을 공유하였다.

 

일은 그렇게 마무리되나 싶었지만 그날 무대인사에 참여했던 일부 관객들이 인터넷에 “이즈미 신이치가 사망하기 전 진행했던 무대인사에서 그의 죽음을 예언한 인물이 있었다”라는 게시글을 올려 한동안 이 일이 유명세를 탄 적이 있다.

 

이후 이 일이 트라우마에 남아 한동안은 극장을 찾지 않다가 현재는 모두 극복하여 다른 사람들처럼 극장도 잘 다니며 영화도 자주 보는 문화인이 되었다.

 

현재는 시간이 한참흘러 사람들의 기억에는 거의 잊혀졌지만 오랜만에 다시 검색해보니 아주 오래전에 올라온 게시글들중 몇몇은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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