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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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에 헤드룸에서 만든 육성시뮬레이션 게임 졸업.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당신을 우리 학교에 맞이할 수 있어서
저를 시작해 교직원 일동, 기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 담임을 맡게 되실 3학년 B반은
학년 최고의 문제아들이 모여있고
다들 아직 진로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의 명예를 지키는 것은 물론,
학생들에게 올바른 진로로 이끌어줄 수 있도록
분골쇄신 노력해주실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동봉한 학생들의 자료를 반드시 훑어보신 후
수업에 임해주시길 바랍니다.
- 사립 세이가 여자고등학교 교장.
좋아! 내가 너희들에게 퍼펙트한 고3생활을 선물해주마!!
하지만 먼저 교장의 부탁대로 문제아부터 살펴봅시다.
먼저 타카키 레이코.
부잣집 외동딸로 사회성이 결여된 공주병 말기 환자입니다.
아라이 키요미.
문제아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이미지의 반항아죠.
제 속을 제일 많이 뒤집어 놓은 학생입니다.
시무라 마미.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기분파라고는 하는데 돌머리입니다.
얘 공부 가르치다가 암 걸릴 뻔 했습니다.
카토 미카.
운동 능력이 출중하고 공부도 그럭저럭하는 반장 타입.
얘가 왜 문제아인지 잘 이해가 안 갔는데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나카모토 시즈카.
성적은 매우 좋지만 체력은 최악이라서 문제아라네요.
가뜩이나 어려운 난이도가 얘 체력 때문에 더욱 어렵습니다.
이것이 아이들의 초창기 능력치.
제가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서
녀석들의 미래가 바뀌게 됩니다.
레이코는 품위와 매력만 잘 커서 공주병이 되기 쉽습니다.
그리고 공주병이 되면 수업도 안 나오고 지멋대로 하고 다니죠.
그래서 정기적으로 대화를 나눠 녀석의 콧대를 뭉개주기로 했습니다.
키요미는 반대로 품위가 너무 낮습니다.
품위가 낮으면 반항아 상태가 되는데 이것도 공주병 만큼 심각한 상태죠.
그래서 품위있는 행동을 가르쳐주고 싶지만
망할 녀석이 땡땡이를 너무 많이 합니다.
삼일에 한 번은 기본으로 수업에 안 나오죠.
삼일 연속 땡땡이 칠 때는 정말 퇴학시켜 버리고 싶은 충동이...
마미는 돌머리입니다.
돌머리도 이런 돌머리가 없습니다.
위의 키요미는 땡땡이를 많이 해서 그렇지 학교에 나오면 공부는 합니다.
그런데 얘는 학교에 와도 공부를 거의 안 합니다. ㅎㅎ
뭐하러 학교에 오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들러붙어 앉아 억지로 공부를 시켜야 합니다.
운동에 관해서는 혼자서도 잘 크는 미카.
하지만 공부에 대해서는 조금 봐줘야 합니다.
그리고 얘는 절대 공주병이나 반항아 같은 상태이상에 빠지면 안 되는데
그 이유는 나중에...
단언컨대, 이 중에 제일 난이도가 높은 것이 바로 시즈카입니다.
일단 뭘 하려면 체력이 있어야 하는데
얘는 정말 학교가 아니라 병원에 보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체력이 약합니다.
그래서 일단은 운동을 시켜야 하죠.
하지만 얘 운동 봐주겠다고 다른 4명을 버릴 수도 없고...정말 골치 아팠습니다.
한 달 정도 수업을 했을까...연극제가 열렸습니다.
드릴머리 마미를 주인공으로 오즈의 마법사를 올렸는데
아직 초반이라 애들 능력치도 특출난 게 없어서 그런지
관객들 반응도 그저 그렇더군요.
1학기 중간고사.
드릴머리 마미가 돌머리를 인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100점 만점에 20점이라니...
이런 점수로는 졸업이 불가능합니다.
중간고사 끝나고 다시 공부에 집중하는데 운동회가 열립니다.
사실 운동회라고 하기엔 뭐한 게 경기가 5인계주 딱 하나입니다.
어쨌든 운동회에 우리 3학년 B반도 참가.
운동 잘하는 미카가 홀로 분발해봤지만
나머지 애들 체력이 형편없어 결국 4위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운동회가 끝나고 곧바로 기말고사가 찾아왔습니다.
반항아 키요미가 땡땡이로 수업을 거의 안 받았기에
드릴머리 마미한테도 지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여왕님 레이코도 공주병에 빠져 수업을 안 나와
성적이 떨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바다로 놀러 가고 싶지만
문제아들 때문에 그럴 수도 없습니다.
방학은 수업의 연장.
녀석들에게 공부를 시키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야 합니다.
반장인 미카가 여름방학 기간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월급은 엄한데 쓰지 말고 저금하라고 충고했더니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듣는군요.
아르바이트가 교칙에 어긋나긴 하지만
중요한 사회경험을 얻을 수도 있기에 눈감아주기로 했습니다.
여왕님 레이코가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저에게 들켰습니다.
한숨이 나왔지만 레이코는 심하게 혼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에
좋은 말로 달래 집으로 보내고 두 번 다시 이런 아르바이트는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2학기가 시작되고 곧바로 열린 운동회.
이번에는 모두의 힘으로 당당히 1위를 차지했습니다.
덕분에 문제아들로 모인 3학년 B반의 평가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래, 바로 이거지!
이제 뭔가 좀 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반항아 키요미가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다가 학교에 들켰습니다.
운동회를 통해 올려놓은 평가가 한순간에 날아가버렸습니다.
2학기 중간고사.
반항아 키요미만 성적이 조금 좋아졌고
다른 애들은 성적이 다 떨어졌습니다.
이 결과를 보면서 2학기는 지옥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2학기 연극제.
환자 시즈카를 주연으로 백설공주를 공연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최악.
안경 쓴 백설공주는 대중에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았습니다.
2학기 기말고사.
열심히 한 덕분에 공주병 레이코를 제외하고 성적이 많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큰 문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드릴머리 마미의 가출.
기말고사 직전, 느닷없이 남자에게 차였다면서
가출을 해버려 시험까지 몽땅 날아가 버렸습니다.
드릴머리 마미를 찾느라 특훈에 써야 할 일요일을 허비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두 번만에 겨우 찾은 것이고
상처 받은 마음을 위로해주기 위해 한 번 더 일요일을 소비.
총 3번의 귀중한 일요일이 날아가버렸습니다.
겨울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여름방학 때처럼 순찰을 도는데
반항아 키요미가 오토바이를 자랑합니다.
절로 한숨이 나왔지만 요새는 수업에 잘 나와줬기 때문에
좋은 말로 돌려보냈습니다.
환자 시즈카가 밤거리를 헤메고 있습니다.
공부하라고 올려준 체력을 이딴 데 쓰다니...
욕설이 튀어나오는 것을 꾹 참고 집에 데려다줬습니다.
개학을 했는데 겨울방학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반장 미카의 멘탈이 무너졌습니다.
잘한다 잘한다 했더니 선생님한테 뽀큐까지 날립니다.
그리고 미친 듯이 내려가는 능력치.
얘 제정신 차리게 만드는 데 일주일을 통째로 써버렸습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졸업식입니다.
저는 다시 마음을 굳게 먹고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드릴머리 마미의 음주현장이 적발되었습니다.
실연했다고 가출한 거 붙잡아놓은 게 얼마나 됐다고 또 사고를 치다니...
정나미가 다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으니...
곧이어 여왕님 레이코의 성인 아르바이트가 적발되었습니다.
여름방학 때 분명히 제가 그만두라고 했었는데
제 말을 무시하고 계속 했었나봅니다.
이러니 성적이 안 오르지...
참 답답합니다.
환자 시즈카의 동거가 학교측에 적발되었습니다.
아아...이젠 저도 뭐가 뭐지 모르겠습니다.
카오스입니다.
여왕님 레이코는 공부는 뒷전으로 성인 아르바이트 삼매경.
반항아 키요미는 내일모레가 졸업인데 여전히 땡땡이.
드릴머리 마미는 가출에 음주까지. 답이 없습니다.
반장인 미카는 정신을 차렸지만 아직도 가끔 저에게 뽀큐를 날립니다.
환자 시즈카는 체력이 좀 붙었다고 남자랑 동거를 하고 있고...
......
그렇게 3학년 B반은 공황상태에 빠진 채 졸업식을 맞이했습니다.
이것이 최종 능력치입니다.
골고루 키운다고 키웠는데 많이 부족합니다.
어려운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어려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애들 가르치는 게 역시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
어쨌든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결과 확인 뿐.
어째서일까. 저 영세기업에 취직하게 되어버렸어요.
이럴 리가 없는데 매일 커피나 끓이고 있는 신세죠.
게다가 어떻게 된 건지 이쪽업종에서
가장 나쁜 남자와 결혼하게 될 것 같은 분위기까지...
어디서부터 제 인생이 꼬여버린 것일까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돼요.
설마, 누군가의 음모인가요?
- 아아...미안하다, 레이코. 하지만 너도 정말 징하다.
아직도 공주병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다니...ㅠㅠ
나, 사립대학에 합격했어요.
설마 내가 시헙에 붙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뭐, 운이 좋았다고 할까요.
이제 남은 건 좋은 남자를 찾는 것 뿐이군요.
헤헷, 평생직장을 위해서도 힘내야죠.
- 오오...키요미! 수업의 1/3을 빠지고도 대학을 가다니!!
가르친 보람이 있구나!! 이 선생님은 감격했다!!
마미는 지금 집안일을 돕고 있어.
그래서 되게 심심하다.
누군가 마미의 멋진 남자친구가 되주지 않으려나.
짱 예쁜 야경이 보이는 스카이라운지에서 식사를 하고
그 뒤에는 밤거리를 드라이브해서 바다에 가는 거야.
그리고 둘 만의 사랑의 밀어를 나누고
아침해가 떠오를 때 멋진 키스를 하는 거지.
- 졸업은 했지만 백조가 된 드릴머리 마미.
돌머리+가출+음주 3콤보가 낳은 안타까운 미래.
선생님 저 국립 일류대학에 합격했습니다.
정말 신세 많이 졌어요.
무슨 전공이냐구요?
에헤헤...아직 아무에게도 말 안 했지만
교직과정을 밟고 저도 교사가 될까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선생님이 제 목표죠.
열심히 할게요.
- 으허허허헝!! 정말 장하다! 아주 장해, 미카!
나에게 뽀큐 날렸던 것은 용서해주마!!!
선생님, 오랜만이네요.
저는 지금 재수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노력이 부족해 대학에 떨어졌으니
다시 한 번 기초부터 다져볼까 합니다
선생님, 여전히 건강하시죠?
저도 졸업하고 나서는 근처의 공원에서
조깅도 하며 전보다는 훨씬 좋아졌답니다.
내년에는 꼭 대학에 가보일게요. 그럼 이만.
- 재수하게 된 것은 안타깝지만 건강해졌다니 다행이구나, 시즈카.
너 운동 시켰던 거 생각하면 정말...ㅠㅠ
그렇게 아이들의 편지를 한 통씩 보여준 후
갑작스러운 플레이 평가.
저는 '일반교사'라는 등급을 받았네요.
일 년 만에 다섯 명 중에 한 명을 S대에 보냈는데 일반교사라니...
조금 짜다 싶지만
커피 심부름꾼, 백조, 재수생 3인방을 생각하면 납득이 가기도 합니다.
마무리로 엔딩곡과 스탭롤이 흐르면서 끝.
칠판에 써진 졸업생들의 마지막 글이 뭔가 울컥하네요.
'선생님 안녕히...3학년 B반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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