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가 폭스바겐을 탐하는이유

블루핑 작성일 08.11.03 23: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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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악연(!)이다. 폭스바겐과 포르쉐를 세운 사람은 Ferinand Porsche.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1950년도부터

이 두 회사는 각자 다른길을 걸어왔다. 폭스바겐은 회사 이름에 걸맞게 대중적인 자동차를 만드는데 주력했고

 

포르쉐는 고성능 스포츠카와 모터스포츠의 상징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군림해 왔다. 같은 아버지를 두었으니

사이좋게 지내면 좋으련만 먹고 먹히는 '생존게임'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중이다.

 

 

최근 폭스바겐 지분 35.14%로 늘려

 

90년대 중반 폭스바겐은 매출 부진으로 인해 심각한 경영란에 빠지게 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미국 투기 자본과

헤지펀드로 인해 적대적 M&A 풍랑까지 맞게되자 포르쉐는 옛정(?)을 생각해 우호적 지분 인수를 한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포르쉐는 폭스바겐과 똑같이 불어닥친  경영위기를 일본 도요타의 생산 시스템인 JIT(Just In Time)의

적극적인 도입으로 재기에 성공한 분위기였다.

 

지난 2005년 포르쉐가 매입한 폭스바겐 지분 20%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 30억 유로에 달한 주식 취득 자금은

은행 대출 없이 포르쉐 소유 자산으로 가뿐하게 해결했다는 후문이다. 연간 총매출은 적을 지언정 순수익율

만큼은 여느 브랜드 못지 않았던 까닭에 현금유동성이 자동차 브랜드 중 제일 높은 기업으로 포르쉐 손꼽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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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두 기업은 예전처럼 돈독한 사이로 급진전하게 된다. 자동차 생산 라인을 공유하고 이미 알려진대로

폭스바겐의 투아렉, 아우디의 Q7, 포르쉐 카이엔은 엔진과 미션, 인테리어가 다를 뿐 같은 플랫폼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두 회사는 옛시절을 회상하며 잘 지내는듯 싶었다. 문제는 포르쉐가 모회사에 가깝던

폭스바겐을 인수하기 위해 보유 지분을 30%이상 높이면서부터 삐걱이기 시작했다.

 

포르쉐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스투트가르트 소재 포르쉐 오토모빌 홀딩 SE는 '지난 9월 16일 폭스바겐의

지분 점유율을 4.89% 추가 매입해 총 35.14%의 의결권'을 갖게 되었다. 이 말은 곧 포르쉐가 폭스바겐의 최대주주로

나서 '폭스바겐 연례총회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포르쉐의 야욕은 여기가 멈추지 않는다. 포르쉐의 CEO 빈델린 비데킹 박사는 “우리의 목표는 폭스바겐 지분의

50% 이상까지 끌어올리는 것이고, 이번 움직임 역시 이를 위한 행보이다”라고 밝혔다.

 

포르쉐 발목잡는 '폭스바겐법'

 

35% 이상의 지분을 점유하게 되면서 포르쉐는 사실상 폭스바겐 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따라서 폭스바겐

노동자 대표들은 앞으로 재구성될 포르쉐 SE 노사 협의회와 포르쉐 SE 감독 이사회에 의석을 갖게 된다. 실제적으로

포르쉐가 폭스바겐(산하에 있는 아우디를 비롯한 6개의 자동차 제조사를 포함)의 주인이 된다는 뜻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독일 정부가 자국 자동차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를 방지하기 위해 제정한 '폭스바겐법' 때문에

제동이 걸린 상태. 1960년도에 제정된 폭스바겐법에 따르면 20% 이상의 지분을 단일주주가 보유할 수 없다는 내용이

 

골자다. 또한 주주총회에서 독일 내 다른 회사는 2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해야만 거부권이 발동하는 반면 유독 폭스바겐만

편파적으로 20%의 보유 주식만으로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게끔 특혜를 줬다. 포르쉐가 폭스바겐법에 가장 크게 반발하는

이유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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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 규제만으로 폭스바겐이 난공불락의 청옹성을 쌓았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 유럽사법재판소(ECJ)에서

지난해 10월 폭스바겐법이 위헌이라며 독일 정부에 법안 폐기를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당시 위헌 판결로 모든것이 일단락 지어지는듯 했다. 하지만 독일 의회는 이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폭스바겐법으로

각색해 이를 다시 승인하기에 이른다. 폭스바겐 80% 이상의 주주가 동의해야만 M&A가 통과된다는 법안이다.

 

결국 포르쉐가 예상 목표인 50% 주식보유를 뛰어넘어 79.9%까지 보유하더라도 니더작센 주정부가 20.1%를 가지고

있는 이상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양사의 M&A는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만다.

 

 

자동차 모델 다각화의 전초전


자동차 업계에서 포르쉐는 비록 규모는 작을 지언정 자동차 대당 수익율이 4.8%에 이른다. 가장 큰 시장인 북미에서

젤 싼 포르쉐의 가격이 MSRP 5만 달러임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수치다. 앞서 설명했듯이 현금유동성과 수익율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런데 뭐가 아쉬워서 폭스바겐을 탐내는 것일까? 폭스바겐 창립자가 포르쉐를 세운 사람이리서?

아니면 계열사로 있는 아우디나 벤틀리 같은 럭셔리 세단 브랜드가 욕심이 나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포르쉐는 스포츠카 브랜드다. 창립 초기부터 줄곧 모터스포츠에 관련된 차량만 제조했고

지금도 그것을 유지하는데 변함이 없다. 911이라 불리는 카레라(Carrera) 모델이 포르쉐의 모든것을 말해주지만

단일 상품으로 시장을 지배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한동안 다양한 변종 모델이 나왔지만 곧 단종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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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 누구보다 힘겨운 21세기를 준비하던 포르쉐가 본격적으로 '세상과 타협'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코드명 986 박스터(Boxter)가 등장한 이후다. 기존에 911의 특징인 후륜 엔진/배치(RR) 방식에서 벗어나 미드십(MR)

 

방식의 구동계로 보다 저렴하게 포르쉐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게다가 지중에 개폐 가능한 컨버터블

(포르쉐는 '카브리오'로 부른다)이므로 오픈에어링까지 덤으로 만끽할 수 있는 차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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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로 다가가기위한 시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3년에는 '포르쉐가 아니다'라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성능 SUV 카이엔(Cayenne)을 출시한다. 결과는 성공적. 몰락하는 포르쉐를 일켜세운 1등공신으로 지금 현재

포르쉐 이익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볼륨 모델로 성장했다.

 

얼마전 공개된 파나메라(Panamera)는 4도어 4인승 쿠페로 경쟁사인 메르세데스-벤츠 CLS 모델이나

BMW 6 시리즈가 포진한 럭셔리 쿠페 시장. 이제는 니치 마켓까지 공략하겠다는 포부다.

 

 

가야르도와 R8의 위기론

 

만약 양사간 M&A가 성사된다면(정말 만약.... 이다) 너무나 많은 중복 모델이 생긴다. 일단 포르쉐의 주력 모델인

911을 예로 들어보자. 911 터보 모델의 경우 비슷한 가격대에 폭스바겐 산하 아우디AG가 거느리고 있는

 

람보르기니의 가야르도(Gallardo)와 아우디 R8이 성능과 가격면에서 라이벌 차종이다. 지금도 이를 갈고 있는

상황에서 합병 후 과연 두 모델의 '옥체보존'이 가능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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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억 유로라는 천문학적인 개발비를 쏟아부은 폭스바겐 산하 부가티 베이론(Veyron)은 슈퍼 럭셔리 브랜드지만

투자대비효율면에서 제로에 가깝다. 수익이 내기 어려운 만큼 고효율을 지향하는 포르쉐 입장에서는 한낱 '모난 돌'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된서리'의 여파는 비단 폭스바겐 산하의 모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플랫폼을 공유한 카이엔, Q7, 투아렉은

앞세 얘기한 슈퍼카 디비전과 같은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Q7이나 투아렉 중 하나를 퇴출하기 어렵다

(물론 분위기로 본다면 투아렉이 가장 유력하겠지만).

 

카이엔은 포르쉐 내부에서도 반대가 극심했던 모델이다. 이유는 단순 명료하다. '포르쉐 답지 않아서'다. 어정쩡한

엔트리 모델인 박스터나 카이만 모델 역시 포르쉐 전통을 계승하기엔 역부족이다. 하지만 고맙게도(?) 이런 모델은

국민차 브랜드인 폭스바겐에서 가뿐히 소화가 가능하다. 아직 출시전인 파나메라 역시 폭스바겐 엠블럼을 달고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사실 독일 내부에서 포르쉐와 폭스바겐이 형제지간 회사라는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독일 입장에서 M&A라고 해봤자

원래 분사됐던 회사가 합쳐지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독일의 자부심이 다른 국가로 넘어가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법을 독일 정부가 강력하게 지키는 것은 경영 부진으로 또다시 불어닥칠지도 모를 위기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포르쉐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기존 스포츠카의 이미지를 그대로 계승 가능하고 유럽 최대의

자동차 회사로 한번에 등극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무리수를 두는 것 또한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No Pain, No Gain"
리스크 없이는 이득도 없다.

 

 

 

10월 28일 현재 포르쉐의 폭스바겐 지분 42.6% 로 추가매입 하였으며,

내년까지 폭스바겐 주식의 75% 까지 매입한다고 발표해 폭스바겐 주가가 상승하여

 

1위 였던 도요타의 총 시가총액을 넘어섰습니다. 폭스바겐의 산하그룹 계열사로는

아우디, 람보르기니, 부가티, 벤틀리, 스코다, 세아트가 있으며

 

포르쉐가 폭스바겐 인수시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날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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