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프에서 포르테 쿱까지
기아차가 포르테 쿱을 내세워 현대의 국산 쿠페 독주시대에 태클을 걸었다. 스타일리시함의 대명사로 꼽히는 쿠페, 개성을 좇는 젊은 매니아들을 유혹했던 역대 국산 쿠페 시리즈를 감상해 보자.
국산 첫 스포츠 쿠페 타이틀을 거머쥔 현대 스쿠프
현대 티뷰론의 스타일은 hcdⅠ과 Ⅱ의 디자인을 기본으로 국내에서 다듬어 완성했다
1999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선보인 터뷸런스
2001년 등장한 현대 투스카니. 곡선에 에지를 넣어 세련된 디자인을 뽐냈다
제네시스 세단의 뒷바퀴굴림 플랫폼으로 태어난 제네시스 쿠페
기아 포르테 쿱. 쿠페의 다이내믹함과 세단의 편리함을 모두 갖춘 신세대 쿠페다
현대 엑셀 3도어 해치백
셋이 새로 산 쿠페를 바라보고 있다가 차례로 차에 오른다. 뒷좌석에 앉는 친구의 얼굴은 똥 씹은 얼굴일 것이고 셋 중에 가장 나약할 게 분명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쿠페는 불편하다. 문은 2개여서 타고 내리기 힘들고 뒷좌석(이것마저 제대로 갖추지 않은 쿠페도 많다)은 보통의 중학생도 타기 힘들 만큼 불편하다. 그런데도 우린 쿠페에 열광한다. 왜? 스타일이 좋고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줄 만큼 잘 달려주기 때문이다(혹은 잘 달릴 것 같은 기대심리 때문이다). 쿠페는 ‘폼생폼사’란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자동차 타입이고, 메이커의 이미지 리더 역할을 담당한다.
현대 스쿠프
1990년 2월 20일 ‘스포츠 루킹카’ 혹은 ‘스포츠 패션카’라는 타이틀을 걸고 등장한 국내 첫 쿠페로 투박함 일색이었던 당시 국산차 시장에 센세이션을 몰고 올 만큼 날렵한 디자인을 자랑했다. 뉴엑셀과 같은 플랫폼으로 1986년 6월부터 500억원의 개발비를 들여 완성했다. 뉴엑셀보다 길이를 60mm 줄이고 높이를 50mm 낮췄지만 너비는 20mm 넓혀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는 풀 슬랜트 노즈와 리어 스포일러를 달아 스포티한 멋을 냈고, 실내 디자인도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뉴엑셀보다 딱딱한 시트로 운전자를 안정적으로 감쌌고 대시보드를 낮춰 앞 시야를 넓게 확보했다.
심장은 미쓰비시 오리온 엔진을 개선한 직렬 4기통 1.5l 97마력 유닛을 얹었다. 기본구조가 뉴엑셀과 같지만 기어비를 손봐 최고시속 174km, 0→시속 100km 가속시간 12.1초의 성능을 냈다. 본격적인 스포츠 쿠페로 보기는 힘든 성능이었다. 그러나 1991년 4월 현대 고유 설계의 1.5l 12밸브 102마력 알파 엔진과 자체 트랜스미션을 얹은 스쿠프 알파에 이어, 같은 해 10월 터보 엔진을 얹으면서 성능에 대한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국내 첫 휘발유 터보 엔진 모델이었던 스쿠프 터보는 129마력의 출력으로 국내 최초로 최고시속 200km의 장벽을 깨고(205km), 0→시속 100km 가속 10초의 벽을 허물었다(9.18초).
현대 티뷰론
1996년 3월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정식 데뷔한 티뷰론은 스쿠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곡선을 자랑했다. 당시 홍보자료에서 현대 스스로 스쿠프를 무시하고 티뷰론을 본격적인 쿠페로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1992년부터 현대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세계 시장에서 통할 스포츠 쿠페로 구상했기 때문에 정식 데뷔 무대를 국내가 아닌 해외로 잡았다.
티뷰론의 디자인은 현대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에서 설계한 hcd-i과 ii의 스타일링을 바탕으로 국내 디자인팀이 다듬어 완성했다. 강조된 펜더와 엉덩이라인이 매력적이었다. 여기에 독자 개발한 직렬 4기통 2.0l 150마력 베타 엔진과 5단 수동(4단 자동)변속기를 얹어 날쌘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포르쉐의 서스펜션 튜닝 전문가 베른트 자클이 손본 서스펜션은 좋은 점수를 받았다. 같은 해 10월 ecu를 개선해 엔진출력을 156마력으로 높인 tgx(최고시속 220km)를 추가했다. 1997년 6월,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1.8l 모델을 내놓았고 12월에는 보닛, 펜더, 도어, 트렁크 등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무게를 줄이고 레이싱 스트라이프를 두른 스페셜 모델을 500대 한정 생산했다. 1999년 페이스 리프트를 거쳐 터뷸런스로 거듭났다. 터뷸런스는 1.8 dohc와 타입 s, 타입 r 등 세 가지 모델로 2001년 가을까지 생산되다가 투스카니에게 자리를 물려주었다.
현대 투스카니
2001년 9월 티뷰론(터뷸런스)의 뒤를 이어 등장한 투스카니의 시작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7년 10월 상품 발의를 해 99년 5월 디자인을 완성했고, 2000년 2월 첫 프로토타입으로 테스트를 진행, 2001년 8월 양산에 이르렀다. 투스카니는 곡선위주의 티뷰론 디자인에 에지를 넣어 세련된 모습이었다. 또한 당시 세계 시장의 유행에 맞춰 벨트라인을 높여 캐빈룸을 작게 보이도록 했다. 블랙 바탕에 메탈 그레인으로 포인트를 준 실내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조화로운 모습이었다.
주력 엔진은 티뷰론에 얹었던 직렬 4기통 2.0l 베타 엔진을 손본 것이었으며, 고성능 엘리사 모델은 트라제 xg와 같은 v6 2.7l 델타 엔진(최고출력 175마력)과 6단 수동(5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앞바퀴굴림이었지만 뒷바퀴굴림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가로배치 엔진의 커버 디자인을 세로배치 형태로 그려 넣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2002년 9월 가변 밸브 타이밍(vvt)을 얹어 출력을 143마력으로 높인 모델을 선보였다.
제네시스 쿠페
국내 첫 뒷바퀴굴림 쿠페인 제네시스 쿠페는 2008년 10월 데뷔했다. 이제야 드리프트를 즐기는 매니아들에게 국산 연장이 주어진 것.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제네시스 세단의 플랫폼을 활용해 고급스러움과 스포티함을 동시에 추구했다. 스타일은 hcd 컨셉트카 시리즈를 통해 보여주었던 현대차 디자인의 종합선물세트와 같다. 날카로운 헤드램프와 곡선의 옆모습이 스포티한 매력을 뿜는다.
동력원은 최고출력 210마력을 내는 직렬 4기통 2.0l 세타 터보 엔진과 303마력 v6 람다 엔진이며 6단 수동 및 자동변속기(2.0l 모델은 5단 자동변속기)를 물렸다. 0→시속 100km 가속에 2.0 모델은 8.5초, 3.8 모델은 6.5초 수준이다. lsd(차동제한장치)를 달아 코너링 때 노면으로 전달되는 동력 손실을 줄였고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을 달아 제동력을 높였다.
기아 포르테 쿱
국산 쿠페 시장을 독점해온 현대차에 도전장을 내민 기아의 첫 작품으로 2년여에 걸쳐 950억원의 개발비를 들여 완성했다. 시장성을 확보하지 못한 터라 본격적인 쿠페 스타일로 모험을 하는 대신 포르테 세단의 디자인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뒤 도어를 없애고 차체를 낮춰 스포티함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뒷좌석 공간은 경쟁 쿠페보다 넉넉하다. 앞뒤 범퍼 디자인을 공격적으로 바꾸고 프레임리스 도어, 세미 버킷시트 등으로 세단과 차별화했다.
세단과 다를 바 없는 파워트레인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엔트리 모델에 직렬 4기통 1.6l 124마력 감마 엔진을 얹었고 고급형에는 2.0l 세타Ⅱ 158마력 엔진을 올렸다. 변속기는 5단 수동과 4단 자동으로 스포티함을 강조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스포츠 쿠페의 영역과 세단의 실용성을 겸비한 스타일리시 쿠페의 성격이 짙다.
포니 쿠페를 아는가
생각보다 훨씬 이전에 국산 쿠페 1호가 나왔다. 1974년 이태리 토리*터쇼에 선보인 현대 최초의 고유모델인 포니를 디자인한 이태리 카로체리아 이탈디자인은 현대의 첫 고유모델을 위해 두 가지 스타일을 제안했다. 양산으로 이어진 포니와 포니 쿠페로, 현대차는 ‘아직 쿠페가 받아들여질 만한 시장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난한 패스트백 스타일을 먼저 선택했다. 이탈디자인의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을 지휘한 포니 쿠페는 양산형보다 조금 긴 노즈의 쐐기형 보디와 원형 헤드램프 등 당시 유행하던 스타일의 공식을 머금고 있었다. 여기에 포니와 같은 미쓰비시제 직렬 4기통 1.2l 82마력 엔진을 얹고 뒷바퀴를 굴렸다. 포니를 성공적으로 런칭시킨 현대는 이미지 메이킹 모델로 포니 쿠페의 양산을 적극 검토했지만 끝내 양산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투스카니 후속의 모체
프리미엄 이미지를 업은 제네시스 쿠페는 덩치나 값으로 볼 때 투수카니보다 위급이다. 개성 강한 젊은 y세대를 위한 전략 모델은 따로 있다는 말. 2007년 서울모터쇼에 공개된 벨로스터(veloster)의 양산형이 투스카니의 빈자리를 메울 가능성이 높다. 쿠페와 해치백의 중간 성격을 지닌 벨로스터는 최근 유행하는 진화형 쿠페(스포티함과 실용성을 겸비한)의 본보기다. 국내에서는 투스카니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할지 알 수 없지만 북미에서는 티뷰론(투스카니의 북미 수출명)이라는 이름을 물려받는다. 출력을 높이고 배출가스를 줄인 신세대 직렬 4기통 1.6l 직접분사 터보 엔진은 y세대 팬을 끌어들이는 데 효과적인 무기가 될 것이다.
어디까지가 쿠페인 게야?
쿠페의 경계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 왔다. 19세기에는 마부석이 바깥으로 있는 2인승 마차를, 20세기 중반에는 문 2개 달린 2인승 세단은 물론 컨버터블까지 쿠페라는 이름을 붙였다. 요즘은 일반적으로 2인승 혹은 4인승에 도어는 2개이고 뒤로 갈수록 지붕이 낮아져 실내공간이 세단보다 좁은 차를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4도어 쿠페가 등장함에 따라 쿠페의 의미가 더욱 넓어졌다. 또한 쿠페의 실루엣을 접목한 디자인의 자동차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해치백과 쿠페, 세단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진 경향이 있다. 따라서 쿠페와 세단의 경계는 문의 수가 아니라 실내공간과 스포티한 스타일이 기준이 된다. 쿠페는 공기저항을 줄이고 날렵한 디자인을 위해 지붕을 낮추어 일반적으로 뒷좌석 공간이 세단이나 해치백보다 작다(대게 2+2 혹은 4인승). 이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한 문이 2개인 차, 예를 들어 현대 포니와 포니 엑셀, 뉴엑셀 등의 3도어는 쿠페가 아니고 3도어 해치백으로 봐야 한다.
[출처 (주)자동차생활 carlif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