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 2년 연속 호주 그랑프리 우승 차지
F1 2라운드, 맥라렌, 페라리, 메르세데스 등 강팀 윤곽 드러나
F1 2라운드 경기에서 지난 시즌 월드 챔피언인 젠슨 버튼이 시즌 첫 우승과 호주 2연승을 이어갔다.
28일 호주 멜버른 서킷에서 진행된 F1 그랑프리 2라운드 경기는 젠슨 버튼(맥라렌)과 팀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경기였다. 버튼은 전날 진행된 예선에서 세바스티안 베텔과 마크웨버(이상 레드불 레이싱), 페르난도 알론소(페라리)에 이어 4그리드에 위치했다. 그 뒤를 필립 마사(페라리), 니코 로스베릭과 마이클 슈마허(이상 메르세데스 GP) 등이 포진하면서 F1 2라운드 경기의 흥미를 가미시키고 있었다.
버튼은 출발 후 마사와 로스베릭에 추월을 당하면서 경기 초반 어려움을 겪었다. 이와는 달리 경기초반 베텔은 우승후보다운 모습으로 앞으로 나섰고 그 뒤를 마사와 웨버가 빠르게 뒤 따르면서 선두경쟁이 일어났다. 하지만 알론소가 스타트와 함께 스핀 했고 이와 발생한 충돌 여파로 슈마허는 앞쪽 윙이 망가지면서 후미로 밀려났다. 이 밖에도 세바스티안 부에미(STR 페라리)와 니코 휼켄베륵(윌리암스 코스워스)는 카뮤이 코바야시(BMW 자우버)의 사고여파로 인해 리타이어 했다.
스타트 후 사고로 인해 이날 경기는 1랩 후 세이프티카 출현으로 재 경쟁이 이루어졌고, 버튼은 동료인 루이스 해밀턴과 함께 다시 선두권 진입의 기회를 잡게 됐다. 특히, 버튼은 7랩째 호주 그랑프리의 승부수를 던졌다. 이른 시간인데도 피트 스탑을 진행하기 위해 들어선 버튼은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드라이 소프트 타이어로 교체한 후 서킷으로 진입했다. 버튼의 선택은 탁월했고, 그는 랩당 2초의 시간을 줄이면서 앞선 드라이버들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버튼은 경기 중반 선두인 베텔의 뒤쪽에 올라섰다. 여기에 25랩째 선두로 달리던 베텔이 차량에 브레이크 문제로 인해 더 이상 경기를 지속할 수 없게 되지 버튼의 작전은 더욱 빛을 발휘했고 시즌 첫 우승을 향한 질주가 이루어졌다.
결국, 버튼은 빠른 원스톱 작전을 펼치며 경기 내내 선두를 유지하면서 시즌 경쟁자로 나선 알론소와 마사, 그리고 팀 동료인 해밀턴 등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2위는 예선 9그리드에 위치했던 로버트 쿠비차(르노)가 차지했고 마사와 알론소가 3, 4위를 기록했다. 이와 달리, 베텔은 올 시즌 두 경기 모두 폴 포지션을 유지했지만 우승을 일궈내지 못하는 불운을 이어갔다.
한편, 2라운드까지 드라이버 순위는 알론소가 37점으로 1위를 지키고 있으며, 그 뒤를 팀 동료인 마사(33점)가 따르고 있다. 호주 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한 버튼과 팀 동료인 해밀턴은 31점과 23점으로 3, 4위에 위치했다. 팀 순위에서도 페라리가 70점으로 선두를 지키고 있으며, 그 뒤를 맥라렌(54점), 메르세데스(29점)을 유지하면서 초반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 시즌부터 1위(25점)부터 10위(1점)까지 포인트가 주어지면서 순위변동은 언제든지 가능한 상태이다.
[이미지 F1 공식사이트]
올 시즌 변화된 규정
■ 레이스 중 재급유 금지
올해의 포뮬러원 최대 변화는 단연 재급유 금지다. 2시간 가량의 경기 시간 동안 약 305~307km 거리를 달리는 레이스에서 완주를 위해 필요한 연료량은 평균 210~250리터다. 무게로 따지면 150kg에 달하는 연료를 더 싣고 달려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레이스 도중 연료고갈로 인한 리타이어(Retired: 사고 등의 문제로 경기를 포기함) 실수 방지를 위해 각 팀이 선보일 연료 절약 기술은 올 시즌 대표적인 관전 포인트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머신이 가벼워지면서 가속화될 속도 전쟁은 또한 예상치 못할 반전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도 적지 않다.
포뮬러원의 대표적인 두뇌싸움인 피트스탑(Pit Stop, 타이어교체, 급유 등을 위해 피트에 정차함)도 눈 여겨 볼만 하다. 급유 없이 타이어만 교체하게 되면서 머신의 피트 정지 시간은 종전 7~8초에서 3초대로 짧아진다. 촌각을 다투는 각 팀 피트 크루 간의 속도 경쟁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최근 레드불 레이싱팀은 피트스톱 연습에서 단 2초 만에 4개의 타이어 교체를 모두 이뤄냈다고 발표했다.
■ 연료 탱크 크기 및 무게 향상에 따른 머신 변화
이밖에 연료 탱크의 크기와 무게의 증가에 따른 머신 모양의 변형도 불가피해졌다.
일단 최저 무게 규정이 상향 조정되어 기본 무게가 620kg로 지난해보다 15kg 늘어났다. 여기에 무거운 연료가 더해지면 실제 머신의 무게는 예년보다 100kg 이상 증가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연료탱크 부피 증가에 따라 길어진 휠베이스와 리어 보디워크는 머신의 무게 중심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와 다운포스(Downforce: 서킷 트랙 쪽으로 머신을 잡아당기는 에어로다이내믹 힘)의 변화와 무게 배분을 달리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이는 팀의 경쟁력이 지난 시즌과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예고한다. 머신 밸런스 조율이 레이스 전략의 중대 변수로 작용하면서 무거워진 머신을 제대로 다루기 위한 핵심 기술인 타이어와 브레이크 제어 능력의 드라이버 별 편차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 포인트 시스템 변경
득점 포인트도 변했다. 포뮬러원 규정을 제정하는 FIA(국제자동차연맹)는 1위부터 8위부터 주어지던 득점을 10위에게까지 확대했다.
순위에 따른 득점 포인트 폭도 커졌다. 10, 8, 6, 5, 4, 3, 2, 1점이 주어지던 것에서 25, 18, 15, 12, 10, 8, 6, 4, 2, 1점으로 득점 체계를 바뀌며 중위권 드라이버간 10위권 내 진입 각축전이 예상된다.
■ 폭이 좁아진 프런트 타이어
달라진 타이어 규정도 눈에 띤다. 지난 시즌 슬릭 타이어의 귀환으로 레이스는 더욱 빨라졌지만 프런트 타이어의 그립이 더 생기는 등 머신 앞, 뒤 부분의 접지력 불균형의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2010 시즌에는 프론트 타이어의 폭이 20mm 가량 줄어 앞뒤 타이어의 그립 밸런스가 향상되어 보다 균형 잡힌 머신으로 포뮬러원 팬들을 찾아 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