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게시물은 거의 안 올라오는 것 같아서 좀 뻘쭘하네요. =ㅅ=
지난 주말에 중고로 구매한 벨로라인 2do 2014년형입니다.
데려온 지 꽤 된 것 같은데 아직 일주일 밖에 안 지났네요.
9만원짜리 보급형 하이브리드 타고 다니다가 처음으로 타 보는 로드입니다.
잘 나가기도 잘 나가고, 무엇보다 프레임 라인이 아름다워서 이뻐 죽겠습니다. 잘 때 끌어안고 자고 싶어요.
밤이고 새벽이고 같이 달리다보니 벌써 300km 넘게 달렸네요.
자전거 매니아 분들에게 일주일에 300km 정도는 일상이시겠지만, 인도어족인 저에게는 굉장한 거리입니둥. =ㅅ=
이름도 지어 줬어요. '캐시'라고 합니다.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워더링 하이츠'의 등장인물인 캐서린의 애칭이예요.
허구의 인물 중 제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여성이거든요.
발랄하고 사랑스럽지만 언덕 위에 부는 광풍처럼 격정적이고 변덕스럽고, 자기애가 과한 나머지 사랑받지 못 하는 걸 견디지 못 한 여자입니다.
사실 상식적인 관점에서는 매우 자기 중심적이고 주위에 폐만 끼치는 인물이예요.
하지만 저는 미워할 수가 없더라구요. =ㅅ=
소설 '워더링 하이츠'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무색할 정도로 명언(?)들이 쏟아집니다.
기억나는 몇 가지를 예로 들어보자면, '그 놈은 악마가 농담을 던져도 웃으며 받아넘길 놈', '이 집 현관문을 녀석의 피로 물들일 수 있는 특권을 주더라도', '그 녀석이 지옥에 가면 그 곳은 열 배는 더 캄캄해질 거요', '배반과 폭력에는 배반과 폭력으로 맞서야 하오', '촛불을 조심해. 놈의 피는 반 이상이 브랜디니까', '그 피라미 같은 것이 온 힘을 다해서 80년을 사랑한다 해도, 내가 사랑하는 단 하루만큼도 열정적으로 사랑할 수는', '난 나를 죽인 자를 사랑할 수는 있어도, 너를 죽인 자는 용서하지 못 해. 어떻게 그럴수가' 등이 있네요.
읽을 때마다 그야말로 악마적인 문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평생을 고요한 목사관에서 지낸 여성이 이런 글을 썼다는 사실이 믿겨지지가 않죠.
그래서인지 문장이 타고난 매력에 신비감마저 깃도는 듯 합니다. ㅇㅅㅇ
아무튼, 소설 속 캐서린의 대사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프레임에 새겨 봤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들끼리는 미워하더라도 나만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와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영혼과 나의 영혼은 완전히 일치해.' 사이에서 꽤나 고민했는데, 결국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소녀시절의 애칭인 '캐시'에게 더 잘 맞기도 하고, 범용적으로 쓰기에 좋은 문구이기도 하고 말이죠.
판박이식 레터링지로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긁어서 새겼는데, 다 하고 보니까 뭔가 삐뚤빼뚤하네유.
떼내고 다시 붙일까 하다가 캐시의 괴팍한 성격을 표현한 것이다. 라고 스스로 납득시켰습니다.
다시 하려니 힘들더라구요. =ㅅ=
문구를 새기고 나니 심플한 매력이 다소 죽은 듯 하지만, 전 만족합니다. =ㅅ=
중고로 구매할 때, 전 주인분께서 작년 4월에 이 녀석을 샀다고 하시길래 처음에는 2015년형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2015년형은 와이어가 프레임 안으로 들어간다고 하던데, 이 녀석은 밖으로 나와 있길래 비교해가며 살펴봤더니 2014년형이더라구요.
이미지 검색하면서 보니까 2015년형의 와인색 프레임이 참 탐이 나더군요.
꾸역꾸역 총알을 장전해뒀다가, 혹시라도 나중에 벨로라인에서 러그 프레임으로 와인색이 나온다면 냉큼 질러야겠습니다. =ㅅ=
그리고 그 때야말로 '캐서린'이라고 이름 붙여줄 겁니둥. 꺄르륵
개미지옥이라던가 배보다 배꼽이 크다던가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그게 진짜로 그렇네요. ㅇㅅㅇ
전 뭐 아직 라이트하게 즐기는 단계라서, 헬멧, 장갑, 라이트, 펌프, 물통, 물통케이스, 안장가방, 보급식 정도만 질렀습니다. 아, 엊그제 펑크수리세트도 질렀네요. ㄷㄷ
여기서 고글이랑 클릿까지만 더 지를까 생각 중이예요. 아니, 생각해보니 겨울이 오면 로라까지만.... 아니, 나중에 어디선가 와인색 러그 프레임이 나오면 그거까지만...OTL
이러고 있네유. ㅇㅅㅇ
자전거 타시는 분들 안전장구 잘 착용하시고 안전하고 즐거운 라이딩 하시기 바랍니다.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