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한 밤, 맥주 한 잔과 이야기.

Lay 작성일 12.08.25 01: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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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스너 우르켈 한 잔 하면서 맥주 이야기나 해볼까 합니다.

필스너 필스너 하는 이야기는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정작 필스너니 라거니 에일이니 하는데 대체 그게 뭔소리여? 하는 분들도 많죠ㅋㅋ

알고 마시면 맥주를 마시는 것이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요?

 

먼저 맥주는 가장 오래된 술 중 하나입니다.

약 6천년 전 수메르인들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처음의 맥주는 보리나 밀로 만든 빵을 물에 적셔 발효를 시킴으로서 만들어졌습니다.

쉽게 상하지 않아 물보다 안전하면서 영양가까지 있기 때문에 맥주는 '흐르는 빵'이라 불리며 인류의 사랑을 받았죠.

초기의 맥주는 홉도 없고 효모도 없었습니다.

그냥 공기중의 천연 효모를 이용해 발효를 시켰고,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가지 허브나 고수 등을 넣기도 했죠.

홉이 맥주에 첨가되기 시작한 것은 10세기 경부터입니다.

이후 독일의 바이에른에서는 맥주는 무조건 물과 맥아, 홉 이 세가지로만 만들어져야 한다는 맥주순수령이 내려집니다.

당시의 맥주는 취향에 따라 밀과 보리등을 쓰고 있었는데,

식량으로서의 밀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었죠. 식량이 부족해지면 금주령을 내리던 우리의 역사와 비슷합니다.

단지 독일의 맥주순수령은 지금까지도 지켜지고 있다는 것이 다르죠. 밀로 만드는 바이스비어는 허용하고 있지만요.

여하간 이렇게 보리와 홉, 물로 만든 것이 맥주라는 공식은 이 즈음에 성립이 됩니다.

 

 

그리고 19세기에 들어서 체코의 플젠 지방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맥주가 탄생합니다.

황금빛의 아름다운 빛깔에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나는 맥주.

플젠지방에서 처음 만들어진 이 맥주는 순식간에 전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퍼져나갑니다.

당시의 맥주는 보통 진한 갈색이나 거무틱틱한 색깔이었지만,

맥주잔이 대개 나무잔이었기 때문에 맥주의 빛깔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필스너가 탄생할 무렵 체코는 유리 공예도 발달한 지역인지라,

유리로 만든 맥주잔으로 인해 그 황금빛 빛깔이 더욱 더 두드러지는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된 것이지요.

바야흐로 맥주의 맛과 함께 그 빛깔을 함께 감상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탄생한 지명의 이름을 빌려 필스너라 부르게 되는 이 맥주는 세계 최초의 라거 맥주입니다.

 

자, 그럼 라거 맥주란 무엇이냐?

먼저 맥주는 발효 방식에 따라 라거와 에일로 나뉘게 됩니다.

기원전 4천년 전부터 19세기까지 만들어지던 맥주는 모두 상면발효로 만들어지던 맥주입니다.

상면발효는 효모가 맥즙의 위에서 발효를 하는 것을 말하고, 이는 상온에서 이루어지죠.

반대로 효모가 맥즙의 아래에서 발효하는 것을 하면발효라 하며, 이렇게 하면발효로 만들어진 맥주를 라거라 합니다.

이 하면발효를 위해서는 낮은 온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냉각 기술이 있어야하는데, 이는 19세기에 이르러 등장하죠.

이러한 냉각기술을 이용해 태어난 최초의 라거가 바로 필스너인 것입니다.

 

이후 독일의 양조장에서도 우후죽순처럼 라거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이는 곧 전세계로 퍼집니다.

오늘날 생산되는 맥주의 90%가 라거죠.

그러면서 독일의 양조장들이 Pils라고 맥주에 표기를 하면서 체코의 플젠 사람들의 심기가 불편해집니다.

어째서 우리 동네 이름을 너네들이 팔아먹냐? 이거죠.

그래서 독일의 법원에 독일의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냅니다.

하지만 독일의 법원은, 플젠이 필스너의 원조인것은 확실하지만 필스너라는 용어는 이미 맥주맛의 기준을 나누는 한 척도가 되었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 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 말처럼 라거 종류 중에서도 필스너는 조금 씁쓸하면서 진하고 남성적인 맛을 지닌 맥주를 뜻하는 단어가 됐죠.

최초의 라거이지만 지금에 와서는 라거의 한 종류가 됐다는 것이 서글프다고 해야 할까요?

이후 플젠 사람들은 필스너의 원조라는 뜻으로 Pilsner Urquell이라는 맥주 브랜드를 런칭합니다.

Urquell이란 영어로 Original이란 뜻이죠.

여담이지만, 많은 분들이 독일을 맥주의 나라로 알고 있지만 체코는 오히려 독일을 능가하는 맥주의 나라입니다.

1인당 맥주 소비량으로 단연 세계 최고를 달리는 나라지요.

좋은 홉이 생산되는 이유도 있겠습니다만, 맥주 말고 별달리 소비하는 술이 없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입니다ㅋㅋ

 

확실히 이 필스너 우르켈은 맛이 굉장히 진한 편입니다.

그러면서도 홉의 강렬한 쓴맛이 상쾌한 향과 함께 올라오면서, 끝으로는 고소한 맛을 남기는 맥주이지요.

아주 남성적인 맥주입니다.

필스너 중에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맥주인데, 처음에는 저도 이 쓴맛에 적응하기가 힘들었습니다ㅋㅋ

하지만 먹다보니 이 홉의 쓴맛과 향이 참 상쾌하게 느껴지는 때가 오더군요.

과연 필스너의 원조, 필스너의 왕자라는 감탄을 하게 되는 맥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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