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다들 몸보신 잘 하셨나요. 저는 자주 점심을 해결하는 집 앞 kt구내식당에서 반계탕을 한다기에 갔습니당.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더만요 크게 기대는 안했는 데 적당한 크기의 닭이 좋은 가성비로 나왔습니다. 가운데는 도토리묵 야채무침인데 저게 더 맛있더만요. 반찬 하나는 식혜가 나와서 안퍼왔고요.
어디서 들었는 지 일근 사람들은 다 모인 듯 넓은 구내식당이 꽉찼지만 워낙 평소에 점심시간에 사람이 몰리는 곳이다보니 아주머니들이 척척 빠르게 배식해주셔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었습니다. 뭐. 맛은 걍 3500원으로 감사한 가성비 맛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덥다보니 다 차가운 면을 중심으로 먹게 되더라고요. 다들 아시겠지만 면은 뜨거운 국물에서는 물을 흡수해 풀어지고 차가운 국물에서는 탄력이 있어집니다. 잘하는 중국집에서 면을 삶은 다음에 얼음물에 식혀서 다시 뜨거운 물로 적당한 온도로 올리는 것도 이때문이지요. 그러다보니 취향나름이지만 대부분 비빔국수나 냉국수 콩국수같은 차가운 면요리들은 얇은 면에 먹는 경우가 많고 칼국수나 짱뽕같은 것은 어느정도 굵기가 있지어서 특유의 탄력을 즐기게 되지요. 요새 유행인 냉라면을 끓여드실 때에도 이런 원리에 따라 평소보다 조금 더 면을 익히신 담에 식혀서 만드시면 끓인 상태를 전제로 만들어진 사리가 지나치게 꼬들해서 먹기 불편한 게 조금이나마 나아지실겁니다. 이런 원리는 잘 아는 집 앞의 홍두깨 칼국수집은 요리 센스가 좋습니다. 놀랍게도 3500원 칼국수에 4500원 콩국수를 주시는 데 직접 홍두깨로 민 면을 구사하십니다.
구린 폰에 꽝손이다보니 잘 보이실지 모르겠지만 면이 무척 얇게 나옵니다. 들어가자마자 콩국수를 시키자 바로 끓는 면수에 면이 들어가지 않고 주방장님 자리에서 쿵떡쿵떡 소리가 납니다. 밀어놓은 칼국수용 크기의 반죽을 홍두깨로 더 밀어서 더 얇은 형태로 만들어주시기 위해서죠. 당연히 평소 칼국수로 먹던 굵기의 절반으로 납짝하게 나오니 전같은 탄력은 떨어지지만 면 면적대비 먹을 때 딸려오는 육수의 양이 상대적으로 더 많아지는 효과가 나지요. 약간 복불복이지만 주방장님이 계실때는 이렇게 얇은 면을 먹을 수 있고 힘드셔서 알바에게 맡기면 얘는 내공이 아직 약해서 밀다밀다 칼질로 잔치국수처럼 썰어서 준답니다. 어느쪽이든 노동대비 가성비에 감사해야죠.
다음은 일산 그랜드백화점 지하 2층의 푸드코트에 있는 국수집의 4500원 김치말이 냉국수입니다. 평범한 국수에 평범한 메뉴이지만 다른 국수집처럼 손님의 첫입맛을 잡기 위해 지나치게 설탕을 많이 넣지 않고 동치미 국물을 발효시켜서 아주 적당한 중간맛의 냉국수를 구사해서 단촐하지만 조아라하는 곳입니다. 인위적으로 매운 고명이나 다대기를 얹어서 맛을 가리지 않고 잘 발효된 열무김치와 잘게 썬 배추김치만 고명으로 올라와 적당히 매운맛을 냅니다. 면을 몇젓가락 먹고 육수를 들이키며 고명으로 들어있는 조각난 김치를 먹으면 머리속까지 시원해지면서 이곳까지 온 보람이 느껴집니다.
마지막으로는 워낙 자주 소개한 망원정 사거리의 양대 산맥 원당 국수잘하는 집의 5000원 동치미 냉국수와 마포즉석모밀촌의 5000원 콩메밀을 소개해야하는 데. 둘다 아차 사진 했을 때는 이미 절반도 넘게 주둥이행인 뒤였네요. 워낙 동네사람들만 가는 곳이라서 블로그같은데서도 사진을 찾기 힘들고요. 원당집은 비빔국수가 워낙 막강해서 동치미 국수 찍어 올린 사람이 없고 마초집은 아마 소문나는 걸 싫어하는 동네사람들이 모밀인데 무제한인데 게다가 콩국수인데 국물 무제한 주는 집이 더이상 알려지는 게 싫은 모양입니다. 담에 망원 수영장 갔다가 둘중 하나라도 꼭 올려드릴께요. 꼭 기다려야하는 집에서는 단 10분을 기다려도 사진욕보다 식욕이 앞서는게 문제네요. 이놈의 주둥이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