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 메뉴가 바뀔거 같네요. 가성비 짱인 곳이 생겨서요.

귀여운배 작성일 17.07.16 1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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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보면서 깔깔대다가 슬슬 토요일 저녁을 어케 보낼까 고민을 했는 데 비 온 것 때문에 홍대를 가도 버스킹 공연 없어서 의미 없을 거 같고 이태원은 혼자가기 좀 소란 스럽고. 현장 공연 정보 뒤져보니 다 내가 안좋아하는 쟝르밖에 없고.

 

에라이 집앞에서 혼술이다라고 생각하고 메뉴를 떠올리니 닭갈비가 생각나더라고요.

 

집앞에 닭갈비 제작소가 있어서 무한 리필이 되거든요. 가게가 2층에 위치해 있고 입구가 찾기 힘든 곳이라 손님도 적어서 조용하고요.

 

근런데 웬걸 한 두달만에 가보니까 이제 소문이 났는 지 테이블마다 가족단위 친구단위가 꽉꽉 들어차 있네요.

 

사람에 치이고 치였던 차라 혼자 조아라하는 거 보면서 하는 혼술을 훨 더 조아라하는 데 이놈에 한국은 혼밥 레벨이라는 말이 유행인 나라이니까 몹시 불편합니다. 힐금힐금 쳐다들 보거든요.

 

누구나 강변공원 체육시설에서 혼자 공을 찬다고 해서 힐금힐금 쳐다보며 혼축구 레벨 몇이세요? 라는 게시물이 만들어지지는 않겠죠.

 

근데 혼밥 레벨따지는 거 자체가 그걸 하기가 힘든 사회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집에 가스불 켜서 더워지는 것도 싫어하고 냄새도 잘 안빠지는 구조라서 집에서 고기 궈먹는 걸 매우 꺼려하거든요. 집앞에 언넝 일본식으로 칸막이 되어 있는 일인 고기집이 생겼으면 할 뿐입니다.

 

그래서 전기 프라이팬을 꺼내 조리하려고 포장을 주문하고 기다리려 빈 자리에 앉았는 데! 구운 닭갈비와 막국수가 6000원이라는 이벤트 푯말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장님 이거 점심메뉴에요? 했더니 아뇨 해드려요? 넹 잠시 후 나온 걸 보고 깜딱! 먹기 미안한 수준의 가성비가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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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원 메뉴에 닭갈비 1인분과 막국수가 나옵니다. 바로 소주를 주문하고 준비한 혼술 장비를 세팅합니다. 테블렛과 이어폰 받침대 아뎁터와 전용펜 선풍기는 에어컨이 시원해서 필요없더군요. 깻잎에 묻은 하얀거는 무제한 셀러드바에서 퍼와서 먼저 먹은 마카로니셀러드의 흔적입니다.

 

원래는 최저가 이벤트라 음료수 무제한 외에는 이용안되는 데 저는 포장 손님이라고 맘대로 이용하라십니다. 사장님 서비스 마인드가 이러니 손님이 늘 수 밖에 없지요. 막국수는 뭐 중간 맛이지만 전체적인 가성비가 감동스럽네요. 소주 한잔에 닭갈비를 깻잎에 싸서 마늘과 함께 우걱거리다보니 배가 차서 막국수는 육수만 다 드링킹하고 결국 면은 반쯤 남겼네요.

 

계산하면서 대만족을 표시하니 사장님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떠오르십니다. 음식을 칭찬받은 기쁨과 이윤이 남지 않는 장사의 모순된 감정이 동시에 얼굴에 나타난 거겠죠. 소주로 마진을 챙겨드리고 이제 자주 들르게 될 예정입니다. 행복하네용.

 

근데 새 여친이 생기면 구 여친한테 미안한 법이죠. 전에 혼술을 하던 역시 집 앞의 북창동 순두부 집의 7000원 김치 순두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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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가성비가 좋은 집인 건 사실이니까 뜨끈한 국물이 생각 날 때는 들러야겠죠 그리고 여긴 24시간이어서요. 7000원 김치 순두부를 시키면 돌솥밥과 커다란 생선 조각이 떡하니 나옵니다. 밥을 흰 그릇에 퍼 담과 뜨거운 물 주전자에서 물을 부어서 누른밥을 만든 다음에 순두부에 달걀을 넣고 살짝 저어서 노른자가 통채로 익게 만듭니다. 퍼낸 뜨거운 밥을 간장 김에 싸서 젓갈하나 올려서 두어입 먹다가 뚝배기가 끓는 것을 멈추면 건더기를 그릇에 자작자작 부어가며 비벼먹습니다. 중간에 소주도 홀짝홀짝하고요.

 

누른밥이 너무 퍼지기 직전에 한술 떠서 생선 살 발라낸걸 하나 올려서 후후불며 한 입합니다. 세상 행복하죠. 혼술을 즐기게 된 두번째 이유도 이렇게 제 나름대로 제가 좋아하는 것을 먹는 게 좋아서입니다. 가끔 소위 미식가라는 사람들하고 식사를 하게 되었던 적이 있었는 데 과하게 음식을 비판하며 자신의 혀를 과시하는 느낌에 몹시 불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기가 가자고 해놓고 이집 맛이 예전같지 않네!라고 말을 시작하더라고요. 물론 기대치를 낮춰주기 위해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세상을 살면서 남을 깍아내려서 자신의 우월감을 채우려는 사람을 몹시 혐오하거든요. 스스로 노력해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지 왜 남을 끌어내서 지 만족감을 채웁니까.

 

세상에 어떤 음식점 사장이 '나는 열심히 해서 맛있는 걸 만들어서 이제 겨우 손님이 늘었으니까 이제 음식 맛을 바꾸고 질을 떨어뜨려서 저 씨ㅂㄹ  병신 같은 손님새끼들을 다 내쫒아야지! 으하하!'하겠습니까? 이집 맛이 예전 같지 않은 건 그 집 음식을 먹으면서 레벨이 올라간 제 입맛이 또 다른 집을 돌면서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 집 덕분인거죠.

 

그해서 사실 저는 처음에는 조금 돌아다니면서 탐구를 하다가 가성비와 서비스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이집이다 싶으면 10년이고 넘게 다니는 스타일이어서 사실 음식맛 경험이 다양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니는 집들의 성공한 사장님들에게 주워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나름 즐거운 섭식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마지막에는 이제 구구여친이 된 꼬치집 사진을 올려야하는 데. 미안하지만 가성비로 새 여친과 차이가 너무 나서 이제 보기 힘들어지겠네요. 미안하다 사랑했다. 이 못난 나를 용서하고 실컷 나를 미워해라. 그동안 니 닭발 꼬치에 행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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