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시는 분들... 정말 대단하네요

라이야바레 작성일 06.09.25 17: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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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림을 보는 것 보다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보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림을 좋아해서, 또는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가 아닙니다.
뭐, 그림이야 좋아하지만, 그리는 것은 정말 싫어해요.
그럼에도 제가 그림 그리는 과정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신기하기 때문입니다. 정말 신기하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저는 이 코너에 오는 이유가 그렇습니다. 이 곳에 자신의 그림을 올리시는 분들을 보면 멋있다, 잘그렸다, 훌륭하다, 이런 생각들 보다는 신비롭다, 신기하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만약 어떤 것이 자신의 머릿속에 있다고 합시다.
그 것은 자신의 머리속에만 있으면, 그 것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해도 쓸모가 없는 것이죠. 어떤 것이 쓸모가 있으려면, 그 것은 남에게 보여져야 합니다. 무언가가 좋다, 나쁘다를 결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 보다는 타인의 평가에 의해서 이루어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또한 자신이 아무리 아름다운 이미지를 상상하고, 아무리 좋은 생각을 해도, 그 것을 밖으로 표현해내지 못하면, 그 저 잊혀져 갑니다. 사람의 뇌에는 망각이라는 '필요 악'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저의 눈에는 마치 마법처럼 보입니다.

연필을 사용하시든, 볼펜을 사용하시든, 마우스를 사용하시든, 타블렛을 사용하시든, 뭘 사용하시든간에, 자신의 머리속에 떠돌던 이미지를 형상화 시킨다는 것.

그것은 마법입니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에게 그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이고, 생명이 없는 것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니까요. 보통 이런 것을 창작, 또는 좀 더 크게 말해서 창조라고 하죠.

저는 창조의 뜻이 2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것.'
이건 정말로, 오직 신만이, 천주교나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느님이, 이슬람에서 말하는 알라신이, 그리고 각종 신화에서 말하는 최고의 신들이나 할 수 있는것이겠죠. 또는 할 수 있는 존재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둘째는 '유有의 형상화形想化'-無를 유有로 만드는 것-
저는, '유'가 '형상화' 되지 못하면 그 것은 '무' 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통해서 '유'를 알 수 있습니다. 고명하신 성인들이나, 스님들은 생각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유' 는 '형상화' 되지 못하면 그 것은 '무' 와 같습니다. 왜냐면 저는, '무' 라는 것은 '모르는 것, 알 수 없는 것'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중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것을 인간이 몰랐을 때는 즉, 선사시대의 인간에게는 '중력'은 '무'입니다. 없는거죠. 존재치 않는 것 입니다. 허나, 아이작 뉴튼 경의 발견으로 '중력'은 우리가 아는 것이 되었고, 그 순간 중력은 '무' 에서 '유' 로 바뀌었습니다.
기독교나 천주교의 성경, 이슬람교의 코란도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성경이나 코란. 이 것은 오감으로 느낄 수 없는, 그래서 처음에는 '무' 였던 존재를 '신' 이라는 존재에 대한 것을 말할 수 있게 만들었고, 들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즉, '무'를 '유' 하게 만들었습니다. '형상화' 시킨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의 형상화'는 '무無를 유有로 만드는 것' 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것은 첫번째 의미인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것' 과는 다르나 분명, 또 다른 의미의 창조입니다.
(위의 글에서 몇몇 종교나, 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나, 단순한 저의 생각이며. 특정 종교를 비하 할 목적이 아님을 분명히 말합니다.)

인간은 신을 가장 많이 닮은 존재라고들 합니다. 그 말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고, 그런 말을 하는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인간이 신을 가장 많이 닮은 이유가 위에서 말한, 바로 두번째 창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머리속에만 담고 있으면, 그 것은 형상화 되지 못한 것입니다.
제가 잘 모르고 하는 말일 수도 있겠으나, 그림을 그리시는 분들은, 풍경화나 정물화, 인물화등 이 아니라, 자신이 순수 창작을 하는 것이라면, 그 이미지가 100% 정확히 머리속에 그려져 있지는 않다고 봅니다.

쉽게 말하자면, 어떤 캐릭터를 그린다고 가정 합시다. 허나 그 캐릭터에 대한 이미지는 머릿속에서는 몸 따로, 팔 따로, 다리 따로, 얼굴 따로. 또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대략적인 분위기등 만이 머릿속에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존재하는 것은, '유' 라고 보기는 힘들죠. 자기 자신도 잘 알지 못하며, 더구나 머릿속에만 있는 것이기에 남은 아주 모릅니다.

그러나, 그 캐릭터를 형상화 시키면, 그러면 그 캐릭터는 생명을 얻게되는 것이죠. 우리가, 인간이 느낄 수 있으니까요. 머릿속에 단순히 떠돌던 '인지하지 못하는 유' 즉, '무'는 '인지 할 수 있는 유' 즉, 진정한 의미의 '유'로서 '형상화' 되는 것입니다.

제가 그림이 그려지는 과정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유의 형상화'를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다른 감각을 만드는 것. 즉, 소리, 냄새, 음식 등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재미있습니다.
허나, 인간은 얻을 수 있는 정보 중 80%이상을 시각에 의존합니다.
그렇기에 그림이 그려지는 과정이 다른 것이 만들어지는 과정보다 더 재미있죠. 신기하구요.

저는 그림에는 전혀 소질이 없는 것 같기에, 일찌감치 무언가를 그리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허나, 시각의 측면에서 '유의 형상화'는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저는, '그림'과는 또 다른 '시각적인 유의 형상화'인 '글' 쪽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글'쪽으로 나가고 있는 저 자신에 대해서 후회는 없습니다.

허나, 약간의 아쉬움 또한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현재 '게임 시나리오 작가' 라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간혹 힘든 부분이 있는게 사실입니다. 특히 캐릭터 부분에서 말이죠.
아시겠지만, 캐릭터는 인격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인격은 대사나, 캐릭터의 과거사등 만이 아니라, 그 캐릭터의 외모에서도 알 수 있어야 하는데, 문제는 이런 것은 글로만 처리하기에는 좀 힘들죠.
그래서 다시 한 번 그림에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저는 위에서 그리는 것을 거부했다라고 했지, 포기했다라고는 안했습니다. 포기라는 말은 입에 담는 그 순간 부터, 끔찍한 것이니까요. 절대 입에 담아서는 안 될 것이죠.

제가 캐릭터를 생각하고, 그 캐릭터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것에 도전해서, 모자른 결과라도 나온다면, 맨 처음 이 곳에 한 번 올려보고 싶네요.
이 곳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으니까요. 저에게는 의미가 큰 코너 입니다.

언젠가 제가 그림을 올렸을때, 많은 질타를 부탁드립니다.


PS. 작품 공작소에서 가장 양이 많은 글을 쓴 사람이 아닐까 싶네요..ㅡ_ㅡㅋ 그림이 안되니까, 글이라도 많이 써야죠..ㅡ_ㅡ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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