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잘 그리는 깜냥이 아니지만, 일단 한 번 말씀 올려볼까 합니다.
1.
그림을 그리고 싶어, 라고 하면서 처음 그림에 손을 댄 사람들의 실수가,
먼저 디테일부터 들어간다는 겁니다.
노오오오우우우우!!!
'대략적이고도 자연스런 형태'부터 잡혀야 합니다.
다른 모든 것들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인간을 그릴 때는 더더욱 강조됩니다.
위 그림에서 가는 선과 굵게 후처리된 선의 차이점을 느껴보세요.
또 제가 올린 무사수행중 따놓은 것들도 보세요.
디테일 신경 안썼습니다. 자연스런 흐름을 계속적으로 연습하기 위해서, 때론 눈코입도 안그렸죠. -_-;;;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그림쟁이들을 오해하는 대표적인 예가
야 진짜그림쟁이는 선을 한 번에 이쁘게 그려야지 라는 건데
사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선이 단번에 나와야 하는 경우는 상업적으로 빨리 그려야 하는 경우에 한해서 그렇고,
정말 그런 사람들이라도 피나는 이론과 연습의 무장은 되어 있는 경우들이 많은데,
눈앞에 보이는 현상에만 국한해서 그렇게 받아들이고 정론화하고 천부적인 재능 정도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미술전공이나 일반인이나 어차피 마찬가지에요.
형태를 잡고서, 그 다음에 디테일로 가는 방식들은.
2.
그림을 잘 그리려면 그림을 많이 봐야 합니다.
그런데 그냥 멍하니 잘그렸네 감상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걸 분석해봐야 한다는 거죠.
학습서를 보고 학습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뭔가 표현하고 싶은 포인트를 발견했다면
그걸 익히기 위해서 연습할 때 이렇게 해봐야지 염두에 두고 손을 움직여야 합니다.
기타를 치는 걸 예로 들어보죠. 우와 나도 저렇게 치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쉽게 그렇게 되지 않죠.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과 자기가 왜 이게 안되는 걸까 하면서
무식하게는 계속 한 부분만 연습하면서 손가락의 움직임을 익히던가 이런저런 방법들을 강구하던가 하게 되죠.
기타란 악기 뿐이던가요. 악기부터 시작해서 모든 운동 및 몸 쓰는 종류가 다 그렇습니다.
그림도 마찬가지인데, 이 개념은 다음 부분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3.
단순한 반복학습으로 그림이 어느 정도 잘 되는 부분도 있지만, 왜 이런 분석이 필요한가.
자신만의 사물을 보는 눈, 사물을 표현하려는 형태의 이미지를 찾기 위해서 중요한 겁니다.
실사 사진의 여자를 포토샾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그대로 베낀다고 해봅시다.
베끼고 나서 밑사진을 빼버리고 선만 본다고 생각하면
이것만으로도 그럴싸하지만 다른 그림을 볼 때처럼 뭔가 느낌이 오는게 없죠.
거기서 데포르메, 즉 과장법의 차이가 나오는 겁니다.
데포르메의 가장 간단한 설명은 춘리 다리입니다. 춘리의 다리가 어떻게 생겼죠? 무지막지하죠?
인간의 다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지만 그것 때문에 춘리가 되는 겁니다 ㅋㅋㅋ
그런 식의 과장과 생략을 가미하면 오히려 캐릭터는 더 살아나죠.
일본 캐릭터들의 눈이 큰 이유도 비슷합니다.
때문에, 학습서의 내용과 이론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전개를 해나가면서,
동시에 이렇게 하면 이쁠까 저렇게 하면 이쁠까 하는 자신의 실험들을 연습에서 끊임없이 해봐야 합니다.
물론 실패가 성공보다 더 많겠지만, 어차피 실패는 실패일뿐.
그렇다고 죽는 것도 아닌뎁셔 ㅋㅋㅋ
4.
그렇게 하면서 그림이 자연스러워지고 형태 잡는 것에 익숙해지는 겁니다.
그 이후가 되면 디테일은 껌이죠.
그렇게 되기 위해서 남들이 내 그림에 뭐라고 지적을 해주는 것이 좋은 것이다, 는 생각보다는
그 시간에 연습을 더 하시는 편이 나아요.
왜냐면, 그 지적의 대부분은 학습서와 기타 이론들을 통해서 바탕이 된 남의 심미안일 뿐,
자신의 것이 아닙니다.
백날 교수님한테 수업만 들었다고 교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공부하고 이론을 찾아서 논문을 써야 비로소 교수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던가요?
남들이 지적할만한 정도의 잘못이면 자신도 이미 알고 있고,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해야 하죠.
그림의 가장 큰 즐거움은
그렇게 어딘가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