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_|104:+:0-0:+::+::+::+::+::+::+::+::+::+:제목: 드릴 것이 없어서
나는 옥수수 농사와 고랭지 채소를 길러 생계를 잇는 산간 벽지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아이들 대부분이 삶은 옥수수로 점심을 해결하곤 하지만, 그런 어려운
생활속에서도 마음만은 하나같이 순박하다.
스승의날에 선생님들이 받는 선물을 보면 더 곰살갑다.
양말 한 켤레가 가장 크고 빝나는 선물이고, 대개는 옥수수 몇 개를
가지고 와서 감사한다는 말과 함께 수줍게 건넨다.
하지만 받는 교사로서는 그보다 귀하고 흐뭇한 선물이 없다.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는 아이가 한 명 있었다.
워낙 가난하여 옥수수조차도 싸 오지 못한 아이는 점심시간이면
수돗가에 가서 물로 배를 채우기 일쑤였다. 그런데 어느 스승의날 아침,
반 친구들이 차례로 줄지어 나와 준비한 선물을 내게 주는 동안 아이는
맨 뒷줄에 서서 뭔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모두 제 자리로 돌아가자 그 아이는 머뭇머뭇 다가오더니 편지 한 장을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모기 소리만한 목소리로
"선생님,죄송합니다!"
하고는 도망치듯 제 자리로 가 앉았다. 편지를 펴 보니 서툰 글씨가
눈에 들어왓다.
"스승의날이지만 선생님께 드릴 것이 없어서 제 마음을 드립니다.
선생님,사랑합니다!"
편지를 읽는 순간 마음이 징하고 눈앞이 흐려졌다.
그날 많은 아이들로부터 선물을 받았지만 누가 무엇을 주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을 준 그 아이의 선물만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출처: 엽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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