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와백수이야기16편

DeTeam 작성일 04.12.29 13:2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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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104:+::+::+::+::+::+::+::+::+::+::+:-------백조------------
아...모하는 거야 빨랑 안오구...

닭도리탕 맛있게 해 놨는데
분위기도 잡을 겸 해서 싸구려지만 포도주도 한 병 사 놨단 말야.^^

어! 저기 군인 아저씨 한 명이 들어온다.
오~~ 폼 좀 나는데..^^

잘 했냐니까 "으응.." 하고 힘없이 대답한다.
아이...정말 왜 그래..

멋있게 경례 한 번 붙이고, 영화처럼 모자는 나한테 씌워줄줄 알았더니.
하긴 이 인간이 그렇지 뭐...-.-

근데 앉아서 밥 먹자니까 젓가락도 안 들고 한숨을 푹푹 쉬고 있다.

아우~~~ 성질나~~~

"왜 그래? 뭐 기분 나쁜일 있어?"

"아니..."

"그럼 뭐? 내가 엊그저께 오빠 친구들한테 한 푼도 안 깎아주고
돈 다 받았다고 그러는 거야?"

"그런거 아냐..."

"그럼 모오오~~~~~~~
아! 알았다. 맨날 화장실 청소만 시킨다고 툴툴 대더니
그것 땜에 삐졌구나? 암튼 쪼잔하긴....^^"

".......가게 앞에서 너희 아버님 만났어."


"...........!!!"




-------백수------------
"자네, 이리 좀 와보게." 라고 그녀의 아버님이 말씀 하셨다.

뭐라고...뭐라고 이야길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도저히 입이 안 떨어졌다.

나이를 물어보시더니 한참을 "허허~" 하시다가
도대체 어떤 사이냐고 다그치셨다.

바보같이 왜 그랬지 모르겠다.
"그냥 친구" 사이라고 해 버렸다.,,ㅜ.ㅜ

근처 다방으로 잠시 들어가자고 하시더니
깊게 담배를 들이 마시셨다.

한심하게도 아무말도 못하다가
직장이 이 근천데 저녁에 도와 주는 것 뿐이라고 간신히
변명 비슷하게 입을 뗐다.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정말 친구 사이라고 하더라도 다 큰 처녀총각이 그렇게
좁은 공간에서 뭉쳐서 일하는건 안좋아 보인다고 하셨다.

자네는 자네 일에만 충실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하시면서.

그래도 당장 가게로 쳐들어가지 않으시는걸 보니
생각이 깊으신 분 같았다.

당신의 딸에게 집으로 오라는 말씀을 전해 달라고
하시며 가게에 가져다 주시려 했던 듯한 보따리를전해주시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셨
다.


근데 얘는 잠시 놀라는척 하더니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

군복 입은 것 좀 보셨다고 뭐 크게 문제될 게 있냔다.

"너희 아버님 군대 다녀 오셨지?"

"어, 해병대 주임원사로 제대 하셨는데."

".....ㅠ.ㅠ
야아~ 여기 붙은 이게 예비군 마크라는 거야. 군대 제대한
사람들만 다는 거란 말야."

"진짜야아~~~???"

"그래애애~~~ 왜 그때 군대도 안 갔다고 구라는 쳐 가지고..ㅠ.ㅠ"




-------백조-------------
아쒸...ㅠ.ㅠ
딱 걸렸네...

젠장 집에 가서 모라 그러지.
하긴 뭐 언젠가 겪을 일인데..

근데 저 바보는 뭘 걍친구라고 얘길했담.
지가 말을 잘해야 내가 집에 가서 어떻게 좀 해 볼텐데..

아유~~~몰라!!!
일단 한 번 부딪혀 보는 거지 뭐어~~!!

건 그렇구 오늘 장사는 다했네.
아니 오늘 장사가 문제가 아니라 가게 걷어치라 그럼 어쩌지..ㅠ.ㅠ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였다...-.-
엄마는 내가 무슨 인신매매단이라도 팔려 간 것
처럼 호들갑을 떨고 난리다.

"아우~~ 엄마는 좀 가만히 있어!"

"가만히 있으라니, 너 그 남자애랑 사귀니?"

".....어."

"얘가 아주 무서운 애네. 너 혹시 가게만 차린게
아니라 살림까지 차린거 아니니?"

"엄마아아~~~~!!"

"두 사람 다 조용히 안 해애애~~~~~!!!!!!!"

"....................."

역시 울 아빠는 박력있다니까...^^;;

자초지종을 얘기 하란다.
뭐 자초지종 이랄게 있나.

만난지 5개월 쯤 됐고
근처 학교가 직장인데 일 끝나면 가게로 와서 좀 도와주다가
집에 바래다 준다고 그것 뿐 이라고 그랬다.
물론 지금 다니는 직장이 임시직이란 얘긴 쏙 뺐다...^^;

그럼 왜 그동안 얘기 안 했냐고
그리고 그때는 왜 거짓말 했냐고 엄마가 옆에서 껴든다.

"그러니까 지금 얘기하자나아..^------^;;"

"그래도 그렇지" 하며 엄마는 여전히 타박이다..-.-+

"어우~~~ 압빠아아~~~~^^*~~"

아버지가 잠시 생각하시더니 며칠 내로 집에 함 데려오란다.
대신 그 동안엔 가게에 출입시키지 말란다.

별 수 없지...
음...근데 이 인간이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백수------------
떨린다.
해병대... 그것도 30년을 넘게 근무하신 분이라구...-.-

젠장 군대 있을 때도 맨날 군기 빠졌단 얘길 듣던 나 같은 놈이
그런 분을 상대로 면접(?)을 잘 볼 수 있을지 걱정 된다.

뭘 사가야 되냐고 했더니 아버지는 술을 어머니는 등심(물론 한우)를
좋아 하신단다.

근데 막상 고기를 사려 했더니 쫌 그렇다.
아직 사위도 아닌데 처갓집 가는 것처럼 뻔뻔하게 구는 것 같아서
과일을 샀다.

아버지께 드릴 걸로는 고심끝에 발렌타인 17년산을 샀다.
거금 12만원이 들었다.

쒸~~ 점심도 학생식당에서 천오백원 짜리 사 먹는데...ㅠ.ㅠ
그래도 그 술이 그 가게에서 가격이 젤 만만했다..-.-

어버님과 어머님, 그리고 언니까지 있었다.
그래두 얘가 언니보단 훨 나앗다...^^

아버님이 양주를 보더니 표정이 밝아 지시는 것 같다.
하여간 여전부전 아니 부전여전 이다.

인사를 제대로 다시 하고 이런저런 것들을 물으셨다.
그녀가 일러준대로 목소리에 힘을 넣어 또박또박 대답했다.

근데 참 아버님 성격도 급하시다.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술상 좀 봐오란다.

그러더니 나머지 사람들은 좀 비키란다.
남자끼리 할 얘기가 있다고.

무서웠다...-.-
혹시 팔씨름이라도 하자고 하시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팔뚝에 아직 힘줄이 선명하신게 문신만 넣으면 조폭 팔뚝이었다.

그러더니 대뜸 군대 어디 다녀왔냐고 물으신다.

"예...육군 인데여...아니 입니다."

"육군 뭐, 어느 부대?"

"수기사 다녀 왔습니다."

"수기사..?"

"예...저 그기 머시기냐. 맹호부대.."

"그래? 일단 한 잔 받어."

"군대서 뭐했나?"

"예, 포병 이었습니다."

"정확하게!"

"넵!-.- , K-55 155mm 자주 곡사포병 이었습니다."

"음...난 내 딸은 해병대 나온 사람이랑 결혼 시키고 싶었거든."

"네? 아...네..^^;;"

역시나 딸만 있는 집안이라 그걸로 한을 풀으시려는 것 같다.
그녀가 그러는데 두 형부 모두 해병대 출신이란다.
해병대 방위..

술이 싸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씨...무슨 양주를 글라스로 드신담..

사온 양주를 후딱 비우시더니 바둑 둘 줄 아냐고 물으신다.
젠장 하필 모르는 걸 하자고 하신담..-.-

"저기...제가 바둑을 둘 줄 몰라서....오목 두면 안 될..-.-"

술이나 더 마시자고 하신다.

그러더니 베란다를 확 여시는데 기절하는 줄 알았다!!
베란다에 맥주랑 소주랑 박스로 쌓여 있었다....ㅠ.ㅠ

군에 있는 후임들이 놀러 올 때마다 가져 온 거란다.
하긴 군대서야 술 값이 젤 싸니 그걸루 선물 했겠지...ㅜ.ㅜ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 했는데 그 놈의 술이 문제였다.
자꾸 혀가 꼬여 가는 느낌이었다.

점점 눈 앞이 희미해 져 갔다.

정신을 잃어갈 때쯤
"여보 당신 미쳤어!! 무슨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어~~~!!"
하는 어머니의 외마디 비명이 들려 왔다.


그리고 눈을 다시 떴을 때는 내 방이 아니었다.

길바닥인 줄 알았는데 너무 폭신했다.
그녀의 방인 것 같았다.

몸을 일으키려 했는데 말을 듣지 않는다.

마루쪽에서 두런두런 목소리가 들려 온다.
그녀와 어머니의 대화였다.

무슨 소린가 듣고 싶었는데, 다시 잠이 밀려온다.
침대에서 베게에서 그리고 온 방에서 그녀의 향내가 밀려 온다.

까무룩 눈을 감았다.
너무나 달콤한 잠이다.




-------백조----------------
하여간 이 인간..
내 방에서 정신 없이 자고 있다.

깨워서 출근 시켜야 되는데 너무 정신 없이 자니까
깨우기가 좀 그렇다.

하여간 어제 밤에 아빠랑 둘이 죽이 맞아가지고 잘들 놀더라.
하긴 주는 잔을 거절할 수가 없었겠지.

다 좋은데 왜 직장이 임시직이란 얘긴 한거야.

"아버니임~~ 제가 지금 다니는 직장도 임시직이고
가진게 없습니다. 그렇지만 따님 행복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전 말이죠, 싸나이 대 싸나이의 약속을 저버릴 만큼 나쁜 놈이
아닙니다아~~" 하면서...-.-

그놈의 사나이 한 번 더 찾다간 둘다 병원에 실려가겠다...ㅠ.ㅠ

암튼 도저히 집에 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엄마는 어이가 없는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 쉬었다.
좋은 사람이라고 날 믿으라고 늦은 밤까지 달래야 했다.

"물...물 좀 줄래..." 하며 그가 부스스 일어난다.


그 때 "아유~~ 몰라!!! 직접 길어 마셔요~~!!" 하고 안방에서 엄마의
괴성이 들려 온다.

하여간 골치 아픈 남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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