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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좋냐?"
"어?...어..."
"아주 입 찠어질라 그러는 구만."
"......-.-a"
결혼사진 야외촬영을 가는 날이다.
취직 어려울거 같다고 대학 때부터 일찌감치 사진공부를 한
동기 녀석에게 부탁했다.
근데 이 자식이 출발하면서 부터 계속 놀린다...-.-
"재수씨 이 녀석 뭐가 좋다고 결혼을 하고 그러십니까.
이자식 뒷조사는 확실히 해 보셨어요?"
"예? 어떤 뒷조사요?"
"그... 이를테면 대학 때 학점 같은거요^^"
"아쒸~~~ 학점 얘기하지마~~~ㅠ.ㅠ"
사실 남의 일 같다.
지금 내가 내 결혼사진을 찍으러 가는지 남의 사진을 찍으러
가는지도 헷갈린다.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어느 덧 남산이 눈 앞에
들어 왔다.
저기서 찍는단 말이지.
근데 솔직히 씩~~ 웃어가면서 찍을 자신이 없다...ㅠ.ㅠ
어려서부터 사진 찍을 때 웃는게 젤 힘들었는데.
오늘 또 저녀석한테 엄청 꾸사리 먹겠구만...ㅜ.ㅜ
내려보니 여기저기 늦가을이 지고 있었다.
지난 두 달여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그녀의 부모님에게 허락을 맡는 일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마 그녀가 설치지(?) 않았으면 올해 내에 하기는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염려스러워 하는 어머님과 언니들의 눈빛을 이겨낸건
오직 그녀의 깡다구 였다.
"엄마~~ 나 제발 올해만 안 넘기게 해줘~~ㅜ.ㅜ" 하면서...--;
혼자 그런 기억에 빠져 있는데 그녀가 옆구리를 툭 치며 뭐하냔다.
어느새 드레스로 갈아 입고 왔다.
아씨....절라 예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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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결혼 사진을 찍을 때 따라다니면서
저것들은 어쩜 저리 가증스럽게도 잘 웃을까 했다.
근데 오늘은 내가 그러고 있다....^^;
아니 직접 해보니까 가증스러운게 아니다.
기양 웃음이 질질 흐른다..ㅜ.ㅜ
먼저 결혼한 친구들이 "쟤, 저럴 줄 알았어." 하면서
씁쓸한 미소를 날리고 있다...-.-
그문 웃음이 자꾸 나올라 그러는데 어떠케!!
이 인간 좀 웃으라니까....하여간...
바보같이 이렇게 자세가 안 나온담..
사진 찍어주는 친구가 놀리잖아.
"재수씨, 이자식 결혼 첨 하는건 맞는거 같은데요." 하면서
암튼 간신히 정장 차림의 촬영은 마치고
한복 촬영을 위해서 한옥마을로 내려갔다.
어우...배고파 돌아 버리겠다...ㅠ.ㅠ
날씬하게 보일라고 어제 저녁부터 굶었더니
정신이 다 혼미하네...ㅜ.ㅜ
한복 촬영 이니까 밥 좀 많이 먹고 찍어도 되겠지..^^;;
------백수----------
사진 찍는것만 힘든 줄 알았더니
찍혀 주는 것도 이만저만 고역이 아니다.
친구 녀석은 자꾸 그렇게 어정쩡하게 찍으면
자기가 대신 찍는 다고 난리다...-.-
결혼이라는 것도 참 힘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닌가, 내가 지금 간이 배 밖으로 나와서 그런건가..^^;
한옥마을에서도 거의 다 찍어갈 무렵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비가 내린다.
어쩐지....내가 긴장해서 더운게 아니었구나..-.-
얼른 짐 챙기고 간신히 비를 피해 모였다.
친구 녀석이 더 일찍 끝나는건데 나 땜에
지금 끝났다고 꿍얼꿍얼 댄다.
"알았어, 수고했어. 자 뭐 좀 먹으러 가야지?"
"뭐 사줄 건데, 자식아?"
"음....요기 가까운데... 껍데기 먹으러 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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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기절할뻔 했다.
그 상황에서도 껍데기 생각을 하다니...
물론 나야....좋다...^^
생각나잖아...예전이.
씨바씨바 거리는 친구들을 꼬셔서 끌고 갔더니
너 많이 변했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어 댄다.
그래도 좋다.
이자리, 몇 달 전 그대로다.
변한것은 우리 두사람이다.
관심을 갖게 되고 사랑하게 되고 그리고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가 예전 그 때처럼 의자를 빼주고 젓가락을 맟춰주고
찬 소주를 따라주었다.
그리고 둘만이 기억하는 웃음으로 건배를 나누었다.
친구가 안주도 안 나왔는데 맨 입에 소주를
먹는다고 뭐라 그런다.
"으응, 맛 있잖아." 했더니 무슨 알콜 중독자 보듯이
옆으로 슬슬 피한다....ㅠ.ㅠ
니네들은 알 수가 없을 걸.
이 잔에 담긴 의미를....
그렇게 기억을 안주삼아 마신 후
가게를 나서니 어느새 비는 그치고 마지막 오후 햇살이
내리고 있었다.
"어! 저기 무지개네!"
그가 소리쳤다.
"어디, 어디?"
"저어기~~ 보이지?"
산너머 저 쪽으로 무지개가 놓여 있었다.
그 곳 너머 저 쪽엔 무엇이 있을지 궁금 해진다...
--------백수----------
남산 야외 예식장...
바람은 시원하다.
근데....
아우~~ 왜 이렇게 오줌이 마렵지...ㅠ.ㅠ
미치겠다.
화장실 좀 갈라 그러면 자꾸 손님들이 오시니 더 돌겠다.
혹시 결혼식 도중 주례사를 넘 길게 하시면 어떻하지.
나이 먹고 지리기라도 하면 안 되는데..ㅜ.ㅜ
오늘 아침부터 담배를 한 갑은 넘게 피운것 같다.
하도 결혼식 사회를 많이 봐서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런 거랑은 틀린 것 같다.
친구들이 "이 자식 넘 좋아서 울라 그러네." 하며 놀려 댄다.
물론 그 중에는 쯔쯔 하고 혀를 차는 놈들도 있다.
"색꺄, 지금은 좋아서 눈물 날라 그러지. 쫌만 있어 봐.
피눈물이 날 거다." 하면서 낄낄댄다.
솔직히 내가 다 했던 얘기들이다...ㅠ.ㅠ
"마, 혼자가 얼마나 편한데!!" 그러면서...-.-
"뭐하냐? 신랑 입장 준비 하란다."
친구가 등을 떠민다.
흨!!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고 있다.
곧 이어 "신랑 입장!" 하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간간이 박수가 터지고 킥킥 하는 웃음 소리가 들린다.
주례를 봐 주시는 은사님 앞에까지 가는 길이 왜 그리
멀고 험한지.
근데 교수님이 나에게 가볍게 손 짓을 하신다.
뭘 하라고 그러시는지 모르겠다.
"예?" 했더니
"신랑 뒤로 돌아 서라고요." 라고 말씀 하신다....ㅠ.ㅠ
큭큭 하며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진다...ㅜ.ㅜ
이어 "신부입장" 하는 소리에 맞춰 그녀가 들어섰다.
눈이 부시다.
그녀를 보니 긴장이 가라 앉는다.
길게 숨을 쉬고, 몸에 힘을 주어 그녀를 맞이하러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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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곁에 나란히 서니 이 곳이 결혼식장 이구나 하는
실감이 난다.
주례사 도중 간간이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 보았다.
괜찮아...침착해 라고 하는 듯하다.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릴 때 엄마와 눈이 마주치자
그만 눈물이 나왔다.
지난 밤새 함께 자며 많은 눈물을 흘렸지만
다시 한 번 눈물이 나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그런 눈물을 닦아 주려는 듯 그가 넉살을 떤다.
사회자가 "신랑 만세 삼창!!" 하자
그가 주저하지 않고 "장인어른 만세!! 장모님 만세!! 우리신부 만세!!~~"를 외쳤
다.
부케를 던질 때 그가 모처럼 어색하지 않게
밝게 웃는다.
다시 한 번 잘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청혼을 하긴 했지만 내가 선택한 사람이다.
그가 이야기한 것처럼 분명 부부싸움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걷지도 않은 길을 두려워하진 않을 것이다.
그가 내 옆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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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믿고 따라주는 그녀가 너무 고맙다.
그녀에게 그리고 그녀가 사랑하는 어머님에게도 잘 해야 겠다는 다짐을 한다.
힘 없고 지쳐있던 나를 일으켜 세워준 그녀가 너무 사랑 스럽다.
오늘의 이 다짐이 옅어지지 않도록 노력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 희망을 건져 올릴 것이다.
나와 그녀의 친구들이 키스하는 사진을 찍겠다고 주위로 밀려 든다.
그녀가 미소를 짓고,
주위의 즐거운 웃음이 바람처럼 우리를 감싸고 돈다.....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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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렇게 해서 막을 내리네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편의 이야기 였습니다.
한번쯤 백수,백조 생활을 해보셨거나(이런 경제침체와 청년 실업률속에서..) 아니면
그리 물질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사랑을 해보셨거나,
주위의 다른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인연을 만들어 보셨던 분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다음에 또 다른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악플에 시달릴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아래에 modelk님께서 완편으로 기다리시다가 올려주셨더군요.
정신없이 올리다 보니 미쳐 보지 못했습니다.
한번의 스크롤로 읽는 것이 편하시다면 그것또한 좋은 글이라 생각됩니다.
그럼 이만...
그동안 열심히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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