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_|104:+::+::+::+::+::+::+::+::+::+::+:백수 : 내가 단골로 이용하던 만화방집 주인이 바뀌었다. 어떤 삭막하게 생긴 아저씨가 가게를 보고 있었다. 저 아저씨하고 사귈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
만화방 아가씨 : 드디어 꿈에 그리리던 만화방을 차렸다. 만화도 보구 돈도 벌구 일석이조다. 어제 만화방을 삼촌에게 지키게 했더니 삭막한 놈들만 만화방에 와 있었다. 오늘 부터 열심히 나의 이 공간을 꾸며야지.
백수 : 도저히 만화가 보고 싶어 안되겠다. 저 번에 칼맞고 떨어진 그 새끼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 미치겠다. 만화방에는 젊은 아줌마가 지키고 있었다. 그 때 그 삭막한 아저씨 마누란가 보다. 나이차가 엄청 많이 나 보인다. 담에 그 아저씨하고 친해지면 젊은 마누라 얻는 법이나 배워야 겠다. 저 아줌마가 불쌍해 보였다.
만화방 아가씨 : 생각대로 만화책 보며 돈을 버니 사는 보람을 느낀다. 내일은 오디오를 설치하고 클래식음악이나 틀어야 겠다. 음악속의 독서. 생각만 해도 너무 낭만적이다. 오늘은 왠 백수같은게 불쌍한 듯 날 쳐다봤다. 저 자식이 왠지 한권책값으로 여러권 보는 부륜거 같은 느낌이 왔다. 단단히 감시해야지..
백수 : 만화방에 왠 클래식..? 저 아줌마 옛날에 다방 레지였던거 같다. 그럼 그 때 그 아저씨는 기둥서방인가 부다. 저 아줌마가 가여운 생각이 들었다. 한 권값으로 책 세권을 봤다.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빠른 동작이다. 저런 초짜 아줌마가 눈치첼리 없다.
만화방 아가씨 : 그 백수같은 자식이 또 불쌍한 눈초리로 날 쳐다봤다. 재수없다. 뭔가 이상한 짓을 하는 거 같아 보이는데 단서를 못잡겠다.
백수 : 만화방 아줌마가 음악을 들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다. 어찌 보면 이쁜거도 같다. 배가 고파 "여기 아줌마 라면 하나요.".라고 말했다. 그 아줌마가 졸라 열내며 "여긴 라면 안해요.. 아저씨.."라고 대받아쳤다. 안하면 안하는거지 화는 왜 내는지 모르겠다. 어제 기둥서방한테 대들다 맞았나 부다. 신경이 날카롭다. 내가 만화방경력 10년에 라면 안끓여주는 만화방은 첨이다.
만화방아가씨 : 자꾸 졸음이 온다. 디따 심심하다. 오늘 신간 올때까지는 할일도 없다. 또롯또 테잎하나 사서 틀어야 겠다. 단골 백수녀석이 날 아줌마라고 놀렸다. 아직 남자손한번 못 만져본 수처녀한테 아줌마라니..... 저녀석 졸라 밉다. 내일은 화장하고 나와야 겠다.
백수 : 주인 아줌마가 화장을 하고 나왔다. 좀 야리꾸리해 보인다. 남편되는 사람이 잠자리를 자주 같이 안해주나 부다. 트롯트음악이 나오는걸루 봐서. 기둥서방이 제빈가 부다. 근데 왜 주인아저씨는 한번도 보이지 않는걸까.. 쥐포천원치를 구워달랬다. 그 아줌마가 쥐포굽다가 손을 대었다. 단골집 주인이라 할 수 없이 옆 쌀집에가 간장을 얻어다 발라주었다. 고마운 마음이 들었나? 아줌마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만화방아가씨 : 그 단골백수가 내 이쁜얼굴을 보더니 눈이 개슴츠레해졌다. 역시 내 미모는 감출수 없나부다. 그녀석이 쥐포를 구어달랬다. 독서하면서 뭐 먹는 녀석이 낭만이 있을리 없다. 디었다. 엄청 아팠다. 그 백수녀석이 간장을 얻어다 발라주었다. 진짜 황당한 녀석이다.
백수 : 앗 오늘은 그 아줌마가 없다. 그때 삭막한 아저씨가 만화방을 보고 있다. 주기를 따져 보니 한달에 한번은 집에 들어오나 부다.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 이 들때쯤 그 아줌마가 돌아왔다. 그리고 그 아저씨보고 삼촌 고맙다며 인사 를 했다. 그럼 저사람이 남편이 아닌가벼.. 주인 아줌마를 썩 쳐다봤다. 외출복을 입은 그녀가 오늘따라 섹시해보인다.
만화방아가씨 :오늘은 한달에 한번 있는 동창 곗날이라 삼촌보고 만화방을 봐달랬다. 좀 꾸미고 친구들과 만나 재밌게 놀았다. 만화방에 돌아왔을때 그 백수녀석이 나가다 말고 나를 이상한 듯 쳐다봤다. 마약맞은 놈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