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어버이날 기념.. 진짜 웃김.

rainss 작성일 05.05.08 12: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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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인계 쥔장!

폐인 절대지존!!


나 활화산열혈남아!!!




하도 오래 폐인생활을 하다보니,

난 어느새 폐인계에서도 원로를 넘어...

폐인들에게 폐인 옹으로 추대받고 있었다......-_-;



사람들은 한 폐인에게서 장인정신을 느껴보긴 처음이라며,

내 앞에만 오면 다들 숙연해지고는 했다...

거의 대종상 공로상 시상분위기였다.......



진정 폐인!

나 활화산열혈남아의 하루는 대략 이렇게 돌아갔다........



그날은 전날 초저녁에 일찍 자서 그런 지,

평소보다 훨씬 일찍 오전 11시에 눈을 떴다...-_-



잠자리에서 기지개를 펴며 일어나니...

하늘에서 새하얀 눈꽃송이들이 내리고 있었다.

무엇으로도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눈꽃송이들은

온세상을 축복해주며 동화 속 마을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난 잠시 창가에 서서,

순수한 동심에 빠져 새하얀 눈에 도취되어 보았다......



그런데 그때...

보다못한 내 머리가 나에게 잠이 덜 깼다며 강하게 질책했다!

그것은 온 세상을 축복해주는 아름다운 눈꽃송이가 아닌...

일주일동안이나 머리감지 않은 잔인한 나의 떡비듬이라고.......



그러고보니...

한 여름 7월달이었다........-_-;




비듬에 관해서는 학회논문도 발표할 수 있을만큼,

비듬에 일가견이 있는 난!

비듬을 없애기위해 얼마전 큰 마음을 먹고 니조랄을 하나 구입한 상태였다...


든든한 니조랄이 있었기에,

난 더이상 비듬따위가 두렵지 않았다!

설사 강한 접착력까지 지닌 떡비듬이라 할 지라도......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욕실 안에 있던 니조랄이....!!!

내 머리에 대한 심적부담감을 채 이기지 못하고...

내가 아무리 니조랄이지만, 이건 정말 차마 할 짓이 못된다며...

내용물을 바닥에 모두 쏟아버리고!!

스스로 할복해버린 것이었다......



난 싸늘하게 식은 니조랄을 품에 부둥켜 안고!

애절하게 울부짖었다!!


" 바보야.... 그렇다고 죽긴 왜 죽어...?!! 이 바보야......
너 먼저 그렇게 가 버리면 난 어떡하라고.... 죽긴 왜 죽어?!!! "


-_-



그런데......

욕실에 빨래바구니 가지러 오셨던 우리 어머니.......

우연히 보게 된 이 광경에 한참을 뒤에서 서 계셨나보다.........

갑자기 안방문을 잠그고 들어가셔서는....

서방복 없는 년이 역시 자식복도 없는거라며...

2시간동안 구슬프게 흐느끼셨다.........-_-;;



스님에게 해탈의 경지라는 최고의 목표가 있다면...

우리 폐인에게도 아무나 쉽게 도달할 수 없는 두개의 득도가 있었다!


바로......

일주일동안 머리를 안 감아도 가렵지 않은 경지와

세상 모든 무생물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경지였다!

특히 무생물과 대화를 나누는 두번째 득도가 매우 힘이 들었다.



정말 폐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폐인들은,

길가에 돌맹이한테도 자기 아이이름 작명을 부탁하기도 했고...

계란후라이를 먹다가도 노른자한테 인생상담을 해주기도 했다......-_-



아무튼...

이 두개의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은...

설날에 딴 애들 다 세배드릴 때 세배대신 혼자,

알몸에 앞치마만 두르고 할아버지 앞에서 헤드스핀 하는 것만큼이나

아무나 할 수 없는 힘겹고 고된 일이었으리라......



-_-





뭐.. 어쨌거나 저쨌거나.......

폐인에게도 어김없이 때가 되면 배고픔이라는 것이 찾아왔다...

난 주방바닥에 주저앉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신라면을 끓여서 먹고있었다.


" 어우~ 야! 신라면 너~!! 언제까지 사나이를 울릴 셈이니?!!
얼마나 더 많은 눈물을 앗아가야 직성이 풀리는거냐고~?!!
어우~ 못됐어!! 증말~ 그댄 심술쟁이얌~!!! "


그런데 또 그때.......

아까 니조랄건으로 충격을 받으셨던 우리 어머니...

어느새 또 다시 다가와 이 광경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계셨나보다.......-_-;


하지만...

이미 한번 큰 충격을 경험한 그녀는,

아까보다는 훨씬 침착한 모습이었다......




엄마: 또 무생물이랑 대화하는구나... 폐인도 배는 고프니?


활화산: 그럼~ 민간인보다 더 고파!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파!
아주 그냥 그릇까지 다 씹어먹고 싶어! 이 폐인이라는
직업이 알게 모르게 은근히 칼로리 소비가 높거든!

이게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엄마: 라면 아직도 뜨겁니?


활화산: 응~ 유리냄비에 끓여서 지금도 팔팔 끓어! 근데 왜 그래? 맘~! ^-^*


엄마: 너 혹시... 살면서 팔팔 끓는 라면에 얼굴 3도화상 입어본 적 있니?


활화산: -_-;;




내가 1년이 넘게 집에서 폐인생활을 이어가자,

어머니도 인내심이 한계까지 치달으셨는 지...

급기야 제발 나가서 여자친구라도 사귀라고 하실 정도였다......


엄마: 젊은 애가 뺀날 집에서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야?!
딴 애들은 여자친구도 잘만 사귀더만! 넌 여자친구 하나 없니?!
엄만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 아니 우리 아들이 왜 여자친구가 없는거야?!
요즘 여자애들은 눈이 삐었니?! 왜 널 그냥 두는거야?!
정말 이해를 못하겠어!! 정말 이해가 안된다구~!!!


활화산: 아~ 엄마...!! 역시 엄마밖에 없어~ +_+





그런데 그순간!!


어머니와 난 눈이 마주쳤고...

새삼 내 얼굴을 한참동안이나 지그시 바라보시는 어머니.......




엄마: 갑자기 이해가 된다......-_-


활화산: -_-;;




아무튼...


내 폐인생활의 하루하루는 이렇게 어머니와 함께

알콩달콩 심심치 않게 지나갔다.......



그러던 중...

폐인에게도 어김없이 밤이 찾아왔다.......


낮에 라면먹고 누운 후..

목말라 물먹으려고 약 5시간만에 처음 일어났고...

상체를 일으키는 순간!!

방바닥과 등짝 사이에 쩌저적~ 장작패는 소리가 났다.......;;


자리에서 일어나 내가 하루종일 누워있던 자리를 보니...

마치 살인현장 시신자리 표시해놓은 것처럼...

매우 낯익은 형상하나가 그려져 있었다.........-_-;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먹고 다시 누우려고 내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살짝 열려진 안방 문 틈새로 보이는 매우 침울한 어머니의 모습!

두눈을 지그시 감은 채로 장농에 힘없이 기대어 계셨다.

약간의 우울증이 있는 우리 어머니는 가끔씩 이렇게 갑자기 우울해하셨다...


또 마침 안 그래도 주부우울증이 매우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였기에...

나로서는 이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걱정을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를 계속 저렇게 우울증에 빠져있도록 방치하면 안되겠다 싶었다!



활화산: 맘~ 또 우울해?


엄마: 바다나 한번 보고왔음 좋겠다........ 하아....


활화산: 바다? 바다보면 우울한 게 좀 풀릴 것 같아? "


엄마: 응......



그래!!

어머니의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들인 나밖에 없다!!

또한 내가 우울할 때 하던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 있었다....

난 사명감을 가지고 어머니의 우울증을 반드시 치료하고자 마음먹었다!!



여기서 보다시피!

폐인에게도 효심은 있는 것이다......



아님...

폐인에게는 본디 효심이 없는 것인데...

이 활화산이 워낙 천성적으로 착해서 효심이 지극한 것일 수도 있고...... *-_-*




볼수는 없지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지금 이순간 독자분들의 잔뜩 구겨진 미간을......... -_-;;






뭐.. 어쨌거나 저쨌거나.......

난 우울한 어머니를 즐겁게 해드릴 몇몇의 도구와 소품들을 챙겨

그녀가 있는 안방으로 향했다.

바다를 좋아하는 그녀의 가슴에

내 기필코 바다를 선물하리라!!



엄마: 왜?


활화산: 바다보고 싶다며? 바다보여주려고!!
자~ 이거 받아! 오늘 이 아들만 믿고 따라오면
맘의 우울증은 오늘로써 완전 완치되는거야!!



난 어리둥절한 어머니의 손에 CD 플레이어를 쥐어주었다.

그리고 나서 난 내 앞에 넥타이핀 케이스랑 폴더형 핸드폰

그리고 빨래집게를 몇개 벌려놓았다.

어머니의 눈은 더욱 어리둥절해지셨다...



엄마: 뭐할려고 안방을 이렇게 어지롭혀~?!!
빨리 안 치워?!


활화산: 에이~ 참! 이 아들만 믿으라니깐! 내가 오늘 그대의 우울증을
확실히 완치시켜준대두~!! 바다가고 싶다며? 내 오늘 그대 가슴에
바다를 선물하리라~!!


엄마: 도대체 뭔데 그래......?-_-


활화산: 자~ 시작해볼까!! 음~ 일단... 그게 고래야!
그리고 이게 상어... 이건 범고래.....


엄마: -_-;





난 어머니께 건넸던 CD 플레이어를 가리켜 고래라 명했다.



그리고 내 방에서 챙겨온 물건들에게 각각 이름을 붙여주었다......



CD 플레이어 ----> 고래


넥타이핀 케이스 -----> 범고래


폴더형 핸드폰 -----> 상어


빨래집게들 -----> 고등어, 갈치, 넙치.. 등등......



내가 이렇게 이름을 붙여주고 나자...


어머니 이순간 무언가 예감하셨는 지....

그녀의 미간이 서서히 일그러지고 있었다........



활화산: 자~ 이럴 때 CD 플레이어 입을 엄마가 말할 때마다
손으로 딱딱딱 움직이는 거야. 외국영화 입맞추며 더빙하는 식으로..
어때? 얘 진짜 고래같지? 진짜 왠만해선 고래역 아무나 안 시켜주는데..
엄만 지금 많이 우울하니깐 특별히 양보하는 거야! 대신 연기 잘해야 해~ "


엄마: -_-;;




드디어 우울한 어머니를 즐겁게 해주기위해!

그 화려한 막이 오르고.......






활화산(범고래): 크억~!! 고래님!! 우리 애들이 다 당했습니다...!!
상어 그 자식이.. 쿠테타를 일으켰습니다....!!!


엄마(고래): .........................



활화산: 아~ 나 참!! 왜 아무말도 안 해?!! 범고래가 상어 그 자식이 쿠테타를
일으켰습니다! 그러면, 엄마가 놀라면서... 뭐야?! 상어 그 놈이...!!
감히 나한테....!!! 이래야지~! 똑바로 좀 해줘. 이게 도대체 몇번째야?!
고래역 자신없음 지금이라도 손 떼! 하겠다고 줄선 사람많아~!!


엄마: ............................



활화산: 자~ 다시!!!!





그렇다...


난 신이 났던 것이다......

늘 혼자 1인 2역하며 하던 놀이를

누군가 같이 한다는 생각에...

난 어느새 어머니 우울증을 망각해버린 채....

서서히 고기놀이에 도취되고 있었다.......


오로지 나에겐 고기뿐이었으리라.....

무아지경에 빠진 나에겐 어머니의 우울증은...

서서히 먼 산의 개짖는 소리마냥 희미해져가고 있었다........-_-;



활화산(범고래): 크억~!! 고래님!! 우리 애들이 다 당했습니다...!!
상어 그 자식이.. 쿠테타를 일으켰습니다....!!!


엄마(고래): ...............




난 어리석게도 그날 연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CD 플레이어를 들고계신 어머니의 슬픈 두눈을 보지 못했다..........





다음날.......

폐인에게도 어김없이 아침은 찾아왔다...


눈을 떠 보니 어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불길한 마음에 안방으로 가보았더니......



요즘 너무 기도가 부족했었던 것 같다며...

화장대 위에 10 일 정도 기도원을 다녀오시겠다는

어머니의 편지 한장만이 을씨년스럽게 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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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폐인시절에 있었던 이야기를 써본 것인데요,

지금도 물론 부모님 속 썩히는 나쁜아들인건 마찬가지지만

5년전 저때를 생각해보면 저 스스로 웃음이 나올정도로

한심했던 시절이었던 같습니다.



절보며 부모님이 한숨쉬실때마다 날 못믿어서 저러시나?

내가 한심해서 저러시나? 하며 서운함을 느끼기도 했었죠.

하지만 혹 부모님께서 여러분 앞에서 한숨을 내쉬더라도

결코 서운함을 느끼지도, 화를 내지도 않으셨음 좋겠어요.



그 한숨은 부모님 당신의 욕심에서 나오는 한숨이 아닌

정말 진심으로 자식이 잘되지못한 것에 대한 아픈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뜨거운 탄식이니까요...



부모님들 말씀만 그렇게 하시지...

자식들에게 바라는 거 많이 없으세요.

어버이날입니다. 큰 선물 할려는데 부담갖지마시고

오늘밤 어깨라도 주물러드리면서 잠시나마 대화를 가져보세요.

비록 무뚝뚝하게 받아주시더라도 속으로는 정말 기뻐하실 겁니다.



어느날 문득 늘 자식들이 부르던 엄마아빠 소리에도

행복을 느끼는 게 바로 부모랍니다.

우리모두 부모님께 오늘하루만이라도 최선을 다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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