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에서 어떤 초딩과의 만남...[대박]

마풍의손짓 작성일 05.06.04 14: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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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일 없는 일요일이었다.

아침밥을 먹고 카트라이더를 하기 시작했다.

같은 트랙을 돌고 돌고 또 돌고..

나의 심장은 뭔가 새로운 것을 원하고 있었다.

.
.


어느 빌리지 손가락 방이었다.

나를 포함해서 7명이 있었다.

배찌를 가진 방장은 기어이 풀방을 해야겠다며 한 명을 기다렸다.

몇 초 후 그가 들어왔다.

"중생구제"

그게 그 사람과의 첫 만남이었다.



중생구제 : 긴장해라

중생구제 : 모두 긴장해라

방장 : ㄹㄷ하셈

중생구제 : 빠싹 긴장 하라고

방장 : ㄹㄷ 해 강냉이야


그는 계속 긴장하라는 말만을 반복했다.

스타트 카운트 다운이 시작 되어도 계속 경고를 했다.


중생구제 : 바싹 긴장해서 겜 해라

중생구제 : 염통에 각 확실히 잡으라고

??? : 뷍신



그의 레벨은 파란장갑이었다.

난 그의 실력이 궁금해졌다.

루키시절부터 스피드를 전문으로 플레이한 고수일까..

얼마나 잘 하길래 긴장을 바짝 하라는 것일까.

난 긴장했다.



3

2

1

START


순식간에 8등으로 치닫는 그의 순위를 보고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건 바로 이 단어였다.


막. 자.







첫번째 지름길,,

그는 여유롭게 고개를 빼꼼이 내밀고 선두권을 기다리고 있었다.

심장이 쫄깃쫄깃해 지는 느낌이었다..

그의 막자에 선두권 4명이 지름길에 모두 막혔다.

솔리드프로를 탄 무지개는 몸싸움에 부대끼다 담너머로 밀려났다.

한 명이 빠져 나가자 그는 순간이동을 했고, 그 덕에 나도 빠져나갈 수 있었다.



내가 건물쪽으로 진입할 때 쯤, 그는 집 안 한 가운데 당당히 서 있었고,

선두로 빠져나갔던 우니는 2층에서 떨어져서 탱탱볼처럼 튕기고 있었다.

나는 나의 행운을 믿었다.

'그래 네가 막는다면 난 뚫는다'

난 부스터를 쓰고 그에게 달려들었고,

그는 몇번 거리를 재느라 고개를 갸웃갸웃 거리더니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나를 수직상승 시켰다.



레이스가 끝났다.

1위기록 2분 10초대

2위부터 retire


중생구제 : 2층 올라간 새퀴들, 긴장하라고 했어 안했어?

??? : 어우 강냉이야

?!? : 중생새퀴야 꺼저

중생구제 : 긴장하랬잖아

?@? : 닥처 저런새퀴



그는 가차없이 강퇴를 당했고, 난 참 별난 막자라고 생각하고 게임을 계속했다.





일주일 후 ,,



나는 또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랑프리에서 였다.

나는 간담이 싸늘해 졌다.



중생구제

0 GP



맵은 빌리지 손가락이었다.


그의 계급은 어느새 빨간장갑이 되있었다.



중생구제 : 빠싹 긴장해라

중생구제 : 경고한다. 긴장해라

?!? : ㅇㅇ

중생구제 : 다 걱정되서 하는 말이다.

??? : ㅋㅋㅋ 긴장했다





그는 여지없이 엄청난 막자 신공을 보여 주었다.

세이버프로에 고글에 캐쉬페인트, 사탕 풍선에 이모티콘 번호판까지..

돈 썩어나는 부르주아 백수인것은 분명했다.





2바퀴를 마치고,,

나는 긴장에 도가니에 빠졌다.

'남은것은 저 건물..

저기를 못 뚫으면 난 본전도 못찾는다..'



하지만 난 그의 앞에만 서면 한 없이 작아졌다.

난 옥탑방에 사뿐히 안착했고, 한 명은 선두로 빠져나갔다.

첫째, 둘째바퀴에서 간격을 많이 벌려놓은 터라

선두가 골인하면 전원 리타이어 될 상황이었다.


갑자기 중생구제 그가 달리기 시작했다.


'막자 안하고 왜 달리지?'


선두는 사람들의 완주를 위해 결승선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중생구제 그는 그의 뒤통수를 쥐어박아서 강제로 골인을 시켜버렸다.


결과는 개죽음이었다.


선두와 뒤따라오는 사람들, 또한 나 까지도 긴장을 풀고 있었던 순간이었다.

.
.
당한것이다.














난 갑자기 그에게 관심이 생겼다.


그에게 친구 요청을 하였고 같은 방에서 게임을 몇 판 하였다.


그가 막자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가 구사하는 기술은 이러했다.

1. 기본기 : 순간이동 2중막자

여기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가 없으리라 본다.

2. 뒷치기

지름길을 통과하지 않고 그냥 도는 사람의 경우

타이밍을 맞춰 후진하여 길을 막거나 각을 틀어버린다.

3. 옥탑방디지니

많이 경험해 봤을테지만 3명 연속으로 2층 띄우는것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떨어지는 카트 한 번 더 들이받는 센스도 잊지 않는듯 했다.

4. 손안대고 코풀기

막자가 한 명 더 있는 방이었다.

그 막자는 집 중앙에 서 있었고 그는 그 뒤에 건물 밖에 서 있었다.

사람들이 돌진해 오자 그는 부스터를 써서 그 막자를 쳐 냈고,

한 타이밍 빠르게 돌진해 오는 막자를 피하기는 사람들에겐 역부족이었다.

카트 3대가 절묘하게 부딪치는걸 보면,

중생구제 그는 당구500 이상이거나 물리학과 전공일 가능성이 큰 것 같았다.

그는 뒤에서, 비실비실 기어나오는 카트들을 한 번 씩 더 박아주었다.





게임이 끝 난 후 , 난 그와 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주로 나의 질문으로 이루어진 대화의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1. 그가 막자를 하는 이유

첫 번째 이유는, 어려운 길을 택하지 않고 지름길만 찾으려는

나약한 현대인의 습관을 바꾸어 주겠다는 것이었다.

얼핏 지름길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과

정글같은 도시에서 긴장을 하지 않고는 당한다는것.

바로 그게 그가 하고 싶던 말인듯 했다.


2. 막자 경력

그의 막자 경력은 화려했다.

노란손 하나 때부터 임시 라이센스를 구입하여 L3에서 막자를 해왔고

인터뷰 당시에는 그랑프리에서 꾸준히 빌손 막자를 해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 글을 쓰고있는 지금은 0 GP 의 압박으로 인해 그랑프리 접속이 불가능 할 것이다. )


3. 왜 세이버 프로를 타나?

막자를 하기에는 콜라카트나 솔리드프로가 더 낫다는건 인정을 하였다.

하지만 그가 세이버 프로를 타는 이유는

역시 돈지랄이었다.


4.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있나.

" 긴장을 푼 순간, 네 앞에 서있을 것이다. "


이 한마디는 내 가슴속에 깊이 남았고,

여전히 카트를 하는 지금도 한 판 한 판을 긴장속에서 달리고 있다.



난 아직도 주황색 디지니만 보면 아이디를 확인한다.



출처 : 오늘의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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