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충해 많다? 장미·국화 더 많아…일제 왜곡 탓 원산지 외국? 1,000년전 한반도서 자생 밝혀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꽃인 무궁화. 하지만 세계의 국화(國花)중에 무궁화만큼 자국민에게서 홀대 받는 꽃 또한 없을 것이다. 일제가 왜곡한 무궁화의 이미지가 광복 60주년이 되는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궁화가 감내하고 있는 잘못된 선입견을 짚어본다.
무궁화는 진딧물꽃? 무궁화를 진딧물이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무궁화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식물들은 병충해가 있기 마련. 전 세계인들로부터 사랑 받는 장미는 무궁화보다 더 많은 병충해가 들끓는다. 일본 황실의 꽃이라고 하는 국화도 악성 진딧물이 꼬이지만 일반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일제가 무궁화에 대해서 덮어 씌우려 애를 쓴 악의적 이미지가 아직 유효한 것이다. 무궁화를 보거나 만지면 꽃가루가 눈으로 날아와 눈에 핏발이 서고 눈병이 난다는 말까지 퍼뜨린 그들은 진딧물을 일례로 들며 무궁화 유해론을 퍼뜨리기에 이르렀다.
무궁화는 영양이 많아 식용, 약재로도 쓰인다. 영양이 많은 꽃은 그만큼 병충해가 꼬이게 마련이다. 무궁화의 진딧물은 새싹이 나오는 5월께 가장 심하고 꽃이 활짝 피는 시기에는 줄었다가 10월께 다시 늘어난다. 초봄에 살충제 한두 차례만 뿌리면 방제돼 진딧물을 흠이라 할 수 없다. 모든 꽃에 방제를 위해 농약 한 두 번 뿌리는 것은 화훼의 상식이다.
꽃이 아름답지 않다? ‘예쁘지 않다’, ‘촌스럽다’는 이미지 또한 일본인이 무궁화를 폄훼한 데서 그 연유를 찾을 수 있다. 무궁화는 사실 요염하거나 짙은 향기가 있는 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깨끗한 흰 꽃잎과 깊숙이 자리잡은 붉은색 무늬는 가슴 속에 열정을 간직한 순결한 영혼을 연상케 한다. 조지훈은 “희디 흰 바탕은 이 나라 사람들의 깨끗한 마음씨요, 안으로 들어갈수록 연연히 붉게 물들어 마침내 그 한복판에서 자주빛으로 활짝 불타는 이 꽃은 이 나라 사람이 그리워하는 삶”이라고 노래했다.
무궁화는 이른 새벽에 꽃이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서 오므라들기 시작해 해질 무렵에 꽃이 떨어진다. 꽃의 단명을 문제 삼을 수 있겠지만 이는 관점의 문제일 뿐이다. 무궁화 나무는 매일 이렇게 새 꽃 피우기를 100일간 지속한다. 화기(花期)로 볼 때 가장 오래 꽃을 피우는 셈이다.
원산지가 외국이라 국화 자격이 없다?
무궁화는 아욱과 식물로 식물학상의 학명은 ‘히비스커스 시리아커스’. 시리야가 원산지인 신에게 바치는 꽃이란 뜻이다. 그러나 실제 중동땅과는 인연이 없다. 연구에 의하면 무궁화는 원산지로 알려진 중앙 아시아와 시리아 등에서는 자생하지 않는 대신, 인도에서부터 중국의 북부와 한반도 등지까지 널리 퍼져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록상으로도 무궁화는 1,000년 이전에 한반도땅에서 자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신라나 고려 때 한반도는 근역(槿域), 근화향(槿花鄕) 등으로 불리웠던 사실로 미뤄볼 때, 무궁화는 일찍이 토착화한 식물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