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마을 젊은 이장님이 사투리로 쓰신 일기...!!!

맘마미얌 작성일 05.11.08 22: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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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해 '21세기 이장님' 화이팅!"



"우리동네 나락 심은거 하고, 담배하고, 사과, 복상, 이것 저것 마니하는대 따른거는 게안치만 나락이 물에 홀랑 파무치가꼬, 클랏능기라.,, 우째지,, 우리동네 이장댄지도 및 칠 안대는대 걱정이 태산이라요." ("우리 동네는 벼와 담배, 사과, 복숭아 등을 재배하고 있는데, 다른 것은 괜찮지만 벼가 온통 물에 잠기는 바람에 큰일났습니다. 어쩌지요…. 이장이 된 지도 며칠 안 됐는데 걱정이 태산입니다.")



전국 최연소 이장의 사투리 일기가 네티즌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1세기 이장'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이 네티즌은 자신을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이장이 된 23세의 '전국 최연소 이장'으로 소개하고 인터넷에 생짜배기 강원도 사투리가 녹아 있는 전원일기를 게재하고 있다.

현재 이 어린 이장의 글은 첫 일기가 10만여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첫 번째 일기 '올 농사 클랏다'에서 그는 옆 집 아저씨가 자신이 빌려준 오토바이를 타다 사고를 냈지만 고쳐달라고 요구하지도 못하고 끙끙 앓은 사연을 소개했다.



"썽질이 히얀한 옆 집 땡삐아저씨가 오도바이 빌리 달라고 해가꼬, 빌리줬두만. 운전하시다 다리에서 짬뿌하시는 바램에 다 배릿네. 오도바이 무르달라고 하도 몬해요. 오도바이 몸띵아리는 어대가고 업꼬, 앞머리만 끌고 오시민서 꼬랑지 빼다구가 아파 죽갯다민서 어띠기 급한동, 아저씨가 직접 앰부란스 불러가꼬 타고 가싯서요..우째 무르달라고 그래요."



이 글을 표준어로 옮기면 그러나, 글 맛이 달아나고 만다.



"성질이 희한한 옆 집 땡삐('땅벌'의 사투리)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줬는데, 다리에서 추락하는 바람에 오토바이가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그러나 오토바이를 돌려달라고 말하지 못하고 있어요. 몸통은 어디로 갔는지 없고, 앞 부분만 달린 오토바이를 끌고 와서는 꼬리뼈가 아파 죽겠다며 급히 앰뷸런스를 불러 병원에 갔습니다. 어떻게 오토바이를 물려달라고 합니까."



고장난 경운기를 몰다 혼난 사연도 배꼽을 잡는다.



"어지는 읍사무소 앞에 기용기 시아났는대 누가 기용기 앞 발통을 쏙 빼놋는 바램에 오고 가도 몬해서 혼났서요. 읍장님이 발통 끼아조서 동네가는대 잘가다 말고 왠쪽 발통이 쏙 빠지는 바램에 옆에로 디리 누울뿐 햇네. 하이고,,,썽질 나내요."("어제는 읍사무소 앞에 경운기를 세워놓았는데, 누가 경운기 머리에 있는 발통을 쏙 빼놓는 바람에 오도 가도 못하고 혼났어요. 읍장님이 발통을 끼워 주셔서 동네로 돌아가는데, 잘 가다 말고 왼쪽 발통이 쏙 빠지는 바람에 경운기가 옆으로 엎어질 뻔 했습니다. 거참, 성질나더라구요")



두 번째 일기 '비가 오지기 온다'에서는 옆 집 아저씨가 구입한 승용차의 시승식을 둘러싼 사연을 소개했다.



"분자네 아버지는 찌래기만 찌단하시민서 삐쩍 마르시가꼬, 운전석에 안잔깨 딱 맞두만, 뚱땅한 분자네 엄마가 차에 탄깨 차가 땅빠닥으로 학 니리 안대요,,, 그거보고 동네사람들이 어띠기 웃엇던동,,,,"("분자 아버지는 키는 크지만 매우 말라서 운전석에 앉으니까 딱 맞던데, 뚱뚱한 분자 어머니가 차에 타니까 차가 땅바닥으로 내려앉는 거에요. 그것을 보고 동네 사람들이 얼마나 웃었던지….")



세 번째 일기 '바빠 죽갯네'에는 '땡비 아저씨'의 병원생활이 소개돼 있다.



"아래깨 땡삐 아저씨가 꼬랑지 빼다구를 오지기 다치시가꼬, 그질로 입원하싯는대,,,아점마가 환자실에 우옐라고 그래시는동,, 살림을 채리시는 바램에,,,,,,,,,,,, 원장이 지발 보따리 좀 챙기 가라고,,통사정을 하시내요. 엇저녁에느 동무들을 모시고 왓는동,, 환자가 아푸다 카거나 말거나 신경도 안쓰고, 아점마 네시 해닝길때 꺼지 온종일 고기 꾸 쟈싯다능기라. 그래민서 지발 원장실 냉장고에 돼지고기 좀 치아 달라카대. 아점마 한태 머라카만,,,시꾸루와, 시꾸루와, 이래민서 막 대든대요."



이 글을 표준어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아랫쪽에 사는 땡삐 아저씨가 꼬리뼈를 심하게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아줌마가 환자실에 살림을 차리는 바람에 원장이 '제발 보따리 좀 챙겨서 나가라'고 통사정을 하네요. 엊저녁에는 친구들을 데려왔다고 하는데, 환자가 아프거나 말거나 신경도 안 쓰고 아줌마 네 명이서 해가 저물 때까지 온 종일 고기를 구워 먹었다고 합니다. 원장이 제발 원장실 냉장고에 보관한 돼지고기를 좀 치워달라고 말했는데, 아줌마한테 뭐라고 할 때마다 '시끄러워요'라고 말하면서 대든다고 합니다."



네티즌들은 최연소 이장의 인터넷 일기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때묻지 않은 무공해 이장님, 화이팅!", "사람 사는 냄새가 모락 모락 피어나는 글 감사합니다", "웃다가 뒤로 넘어질뻔 했다" 등 다양한 리플이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 글이 비록 사투리로 쓰이긴 했지만 구체적인 상황 묘사와 매끄러운 전개로 미뤄 보통 글솜씨는 아니라면서 '21세기이장'에게 앞으로도 계속 일기를 연재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21세기이장'은 "학교댕길때 농띠치니라고 공부를 억시기 안해서 문법도 몰라요"("학교 다닐 때 농땡이를 부리느라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아서 문법도 몰라요")라고 말하면서 겸손해하고 있다.



한편 이 네티즌의 글이 인기를 끌자 각 방송사와 유명 출판사에서 프로그램 제작 및 출판 제의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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