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팀에 대한 서울대의 자체 조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김선종 연구원의 자살 시도 논란이 불거지면서 불똥이 어디로 튈지 관심거리다. 그가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고 그 배경이 밝혀질 경우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은 물론 논문 조작의 주범까지 규명할 수 있어 파문이 커질 수 있다.
◇자살 시도 동기는 뭔가=김연구원측은 자살시도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당시 상황을 보면 김연구원이 심리적 압박감을 못이겨 자살을 시도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김연구원 주변은 PD수첩 취재를 계기로 긴박하게 돌아갔다.
김연구원은 지난 10월20일 미국 피츠버그대를 방문한 PD수첩팀과 맞닥뜨렸다. 당시 김연구원은 사이언스 논문 사진이 조작됐다는 이른바 ‘중대발언’을 했다. 그러나 12월1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이를 정면으로 뒤집기까지 그의 행적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게 없다.
이 중간 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자살 시도 의혹을 풀 결정적 고리로 볼 수 있다.
당장 눈에 띄는 대목은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의 결별 선언. 김연구원의 자살 시도는 섀튼 교수의 결별 선언(11월12일) 다음날인 13일이었다. 섀튼 교수의 결별 선언이 자신의 결정적 실수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면 김연구원이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
또다른 배경은 논문 조작 주도설이다.
황교수팀 주변에서는 “PD수첩의 줄기세포 요청이 있을 때 김연구원은 줄기세포를 통째로 넘겨주는 것에 반대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김연구원이 줄기세포 대신 DNA 검사용으로 미즈메디병원의 체세포를 넘겨줘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
그러나 자살 시도 전날 황교수팀과의 전화통화에서 줄기세포가 건네진 사실을 전해들었다는 게 황교수팀의 주장이다. 이 경우 자신이 논문 조작을 주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여파는 어디로=김연구원이 자살을 시도한 동기는 이번 줄기세포 파문을 해결하는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막판 쟁점으로 남아있는 ‘바꿔치기’ 논란은 이번 자살 시도 파문과 직결된 문제다.
황교수팀은 “김연구원이 서울대 줄기세포를 미즈메디병원 것과 바꿔치기한 뒤 모든 것을 속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연구원은 그러나 “줄기세포를 바꿔치기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뭐냐”면서 억울함을 호소한다.
황교수팀 주장대로 김연구원의 자살 시도가 PD수첩팀에 논문 조작을 뒷받침할 줄기세포 제공 건과 무관치 않다면 김연구원은 바꿔치기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황교수팀이 만들었다는 2·3번 줄기세포마저 실존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난 이상 황교수팀의 주장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대 조사결과 중 가장 관심을 끌 논문 조작의 ‘주범’ 역시 이번 자살 시도 동기와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다.
김연구원은 “황교수의 지시를 받아 논문 사진을 부풀렸다”면서 자신은 ‘하수인’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황교수팀 주변에서는 줄곧 “황교수도 줄기세포 확립 과정을 김연구원에게 전적으로 의존했다”면서 “황교수도 김연구원에게 속아 줄기세포가 만들어진 것으로 착각한 것”이라며 황교수 역시 이번 사건의 최대 ‘희생양’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