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전 응원하러 서울시청앞에 갔더랬다. 불쾌하고 언짢았다. 게임에 져서? 그것도 그거지만, 이게 응원인지 관람인지... 남의 회사 단합대회에 난데없이 곁다리로 묻어가는 분위기가 이런 걸까?
서울시가 30억에 skt 컨소시엄에 시청앞 광장을 팔아넘긴 건 이미 지난 2월의 일이었다. 아무리 예견된 일이지만, 이건 아닌거 같다. 이미 상업화된 붉은 악마가 얼마나 '초심'으로 돌아갈지 모르겠지만, 둘이 싸우는 요즘의 형국은 눈뜨고 보기가 힘들 지경이다.
평가전은 대표팀에게도 시험무대가 되었지만, 새로운 응원 문화에 있어서도 시험부대가 되었다. 결과는 나왔다. 이건 아니다. 이게 축제냐? 쇼지!
응원갔으면 응원을 해야지 왜 밤무대스런 쇼를 방청해야 하느냔 말이다. 난 일개 기업과 방송국이 짝짝꿍이 되서 벌이는 광고 버라이어티 쇼의 방청객이 아니라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의 경기를 응원하러 간 축구팬이란 말이다.
토코 전이 다가왔다. 아직 안 늦었다. 30억 뱉고 시청앞 다시 내놔라.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이 서울시청 소유냐? 서울 시민에게 돌려다오. 흥겹게 자발적으로 해야 그게 응원이지,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에 의해서 틀에 맞추어진다면 그것은 동원에 불과하다. 그냥 놔두면 안될까? 왜 굳이 월드컵으로 돈만 벌려고 하는지... 마케팅을 하려면 잘해야 효과가 있다. 시민들 대다수가 불편을 느끼고 소외감을 갖도록 조장하는 이러한 돈주고 응원사는 스타일의 광고전략은 절대 효과적일 수가 없다. 맘대로 시민들이 응원하게 해주고 그 편의시설을 제공한다든지 하는 좀 더 세련되고 수준높은 마케팅 전략을 기대하기엔 주관사가 너무 짜친 걸까?
붉은 악마도 너무 나서지 마라. skt나 머가 다르냐. skt에 대비해서 자신들의 순수성을 강조하려는 속보이는 시도는 그만하고 정~말로 '초심'으로 돌아가서 각자 열심히 응원에 전념하도록 하여라. 꼭 누굴 조직해서 '떼'로 응원해야만 한다는 법있냐? 하나둘 모이고 뜻이 합쳐지면 자연스레 더 큰 하나로 뭉쳐지는 경이로운 순간을, 우리는 2002년에 이미 경험하지 않았나? 왜 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한 걸까? 새로운 응원 전략, 새로운 응원가, 새로운 응원 도구... 아무리 좋게 봐줘도 축구에 대한 열정을 이용한 상업적인 몸부림에 불과하다. 아무도 2002년 응원가와 응원 스타일에 질리지 않았다. 질리길, 새로운 걸 갈구하길 강요하지 마라.
이거면 다 되는거 아냐? 이게 질릴 날이 올까? 상상하기 힘든데...
대~한 민국! 짝 짝 짝 짝짝!
축구를 사랑하는 여러분! 모두들 장사꾼들 배불리는 일 하지 말구 초심으로 모입시다. 붉은 옷, 많고 다양한 응원도구도 좋지만...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축구를 사랑하는 마음 이게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