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에 있는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나는 올 3월에 복학했다. 2년간 국방의 의무를 다하자마자 찾은 학교. 적응이고 뭐고 할 것도 없이 어리버리 한 학기가 훌쩍 지나갔다. 그리고 맞이한 방학, 그리고 다시 개강.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나의, 복학생의 어리버리는 여전하다.
복학생 가슴을 설레게 하는 짧은 치마
복학을 하고 가장 적응이 안되었던 것이 여학생들의 짧은 주름 치마였다. 우리 학교의 계단은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가파르다. 그래서 계단을 올라갈 일이 있을 때, 앞에 짧은 주름 치마를 입은 여학생들이 먼저 가고 있으면 심히 당황스럽다.
왜냐하면 자칫 고개를 조금이라도 올려다 보면 찰랑찰랑 거리는 치마 안쪽을 보게 되진 않을까 하는 조바심과 행여나 여학생에게 내가 음흉하게 자신의 다리를 본다고 오해를 사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 ㄹ ㅕ 움때문이었다.
실제로 얼마 전에는 학교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옆에 앉아 있는 짧은 미니스커트 입은 여성이 신고 있는 신발이 여자친구의 신발과 비슷한 거 같아 몇 번 쳐다보다가 여학생이 나를 불쾌하게 쳐다보며 자리를 뜬 적이 있었다. 쫓아가서 신발을 본 거라고 설명할 수도 없고, 대략 난감한 상황이었다. 이렇다보니 조심, 또 조심을 할 수밖에….
계단을 오를 때, 앞에 여학생들이 짧은 주름 치마를 입고 올라가고 있으면 가슴이 설렌다. 또한 어디선가 바람이라도 불어온다면 더욱 설렌다. 하지만 이것이 성적 자극에 의해서라기보단 혹시나 파렴치범으로 오해받지는 않을까 하는 긴장에 의한 두ㄹ ㅕ 움이 아닐까 싶다.
현재 나는 계단을 오를 때 앞에 미니스커트의 여성이 있으면 여학생을 제치고 뛰어가든가, 아니면 신발만 보고 계단을 오른다. 이거야 원, 여학생들이 신화에 나오는 뒤돌아보면 돌이 되는 메두사도 아닌데…. 갑갑하다.
복학생 가슴에 대못질 하는 조별 발표
복학을 한 나에게 고민거리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이번 2학기 수업은 방학 동안 하던 일이 있어 수강신청 기간에 신청을 하지 못하고 수강신청 정정기간에 등록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들어야 될 수업을 듣지 못하고 엉뚱한 타학과 수업을 듣게 되었다.
가뜩이나 친구도 후배도 없는 복학생인 내가 생판 모르는 타과 수업을 아무 정보 없이 들을라치니 죽고 싶었다. 교수가 어떤지, 수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강의계획서가 있긴 했지만 본다고 한들 형식적으로 만들어진 강의계획서로는 수업의 내용을 짐작하기는 힘들었다.
첫 수업 시간, 오리엔테이션을 하는데,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프랑스 문화에 대한 수업인데 프랑스 각 지방에 대해 조별로 발표를 한다고 교수가 말했다.
이런 내용은 강의계획서에 없었는데….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조를 짜고 주제를 정했다. 하지만 난 소심한 복학생이기에 어느 누구에게도 말을 붙이지 못하고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다. 결국 혼자 남게 된 나, 교수가 혼자 남은 내가 측은한지, 조를 짠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이 친구와 함께 조별 활동 같이 할 사람 없나요? “...” “이 학과 수업은 처음이라 친구가 없는 거 같은데,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
결국 사람이 적은 조에서 나를 받아줬지만, 난 얼굴이 이미 붉어진 상태였다.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 교실에서 혼자 벌거벗고 있는 기분이었다.
복학생은 외로워~
(두번째사진)▲ 복학생은 혼자 밥을 먹는다. 아니 책과 같이 밥을 먹는다. 하지만 혼자 먹는 밥은 왠지 어색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2006 허환주 혼자라는 생각은 교실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점심시간 때면 길게 늘어서 있는 학생식당의 배식 줄, 삼삼오오 남학생, 여학생들이 잡담을 하며 순서를 기다린다. 나 그렇지만, 같이 밥먹을 사람이 없기에 혼자 어색하게 서 있는다. 이따금 괜히 책을 읽는 척하거나 귀에 이어폰을 꽂고 기다리기도 한다. 괜히 혼자 밥을 먹는게 부끄럽고 주위의 눈이 따갑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요즘 학교에서는 학과별 대항 운동회를 한다. 발야구, 축구, 족구, 농구 등….
나도 풋풋한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축구 등을 함으로서 많은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지만 그것이 쉽지가 않다. 재밌게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가서 선뜻 나도 함께 하자고 말하는 것이 참 어렵다. 왠지 내가 불청객이 되는 것 같고, 나이 들어 주책없이 끼어드는 거 같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결국 난 운동장 구석 벤치에 앉아 그들이 노는 모습을 부럽게 쳐다볼 뿐이다.
공강시간에 만날 사람도, 갈 곳도 없는 복학생인 나는 결국 도서관에 있을 수밖에 없다. 미래에 대한 대비도 있겠지만, 솔직히 딱히 갈 곳이 없다는 것이 더 큰 이유다. 이제 가을도 왔는데, 도서관에 앉아 책과 씨름하는 내가 왠지 안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어쩌랴, 소심한 복학생인 내가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