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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괜찮으시면, 나가서 영화한편 보실래요? 너무 보고싶었던 영화가 있거든요 ^ ^ "
난 그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할까 고민하고있었어,
영화를 같이 보자니... 이게 도대체 어떤의미일지,
난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몰라서 대답하지 않고
심각한 표정으로 샐러드를 먹고 있었는데,
내 대답이 늦어지자 그녀가 대뜸 물었어.
" 저기.. 혹시.. 몇살이세요 ? "
허허, 이제야 작업이 들어오는건가,ㅎㅎㅎㅎ
난 좀더 색다르고 재밌는 답변이 뭔가 없을까 하고 머리를
차승원이 걸레짜듯 쥐어 짜냈지만,
결국 평범한 대답이였지ㅠ
" 올해 18살 이에요. "
" 흠.. 자퇴생이신가보죠 ? "
보통 나를 보며, 먼저 자퇴생임을 짐작하는 사람은 잘 없는데, 날 보며
자퇴생이 아니냐고 묻다니,
대단한 눈썰미다. 라고 생각햇지,
" 네, 자퇴생이에요. 하지만 나쁜놈은 아닙니다. "
원래 저 나쁜놈이란 자리에 양아치라는 단어가 언제나 들어가 있었지만,
그녀를 위해 언어순화를 한것 뿐이야.
저런식으로 이야기 하지 않으면, 세상사람모두가 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니까,
모두가 날 사고 쳐서 학교에서 쫓겨난 양아치로 바라보니까,
하지만 그녀는 달랐어.
" 알아요 ^ ^ 나쁜놈 아닌거, "
난 이 대답에 굉장한 혼란을 느낄수밖에 없었어.
그냥 나뿐놈이 아니라 ㅈㄴ 나뿐놈이라는건가; 그럼 뭐지;
역시 나의 잔머리는 이럴때 진가를 발휘하지,
0.275초만에 난 세가지 가설을 내렸어.
1. 그럴리는 없겠지만 이 여자 나에게 호감이 있어 접근하는 듯하다.
2. 이 여자 이런식으로 나에게 선물을 받아 뜯어내려는 꽃뱀이다.
3. 이런식으로 은밀한곳으로 끌고가 준비해두었던 어깨형님들과 함께 삥을 뜯으려는 수작이다.
아.. 정말 혼란이였지.
이대로 믿어도 되는건지, 괜히 나쁜여자 잘못건드려서
코끼는건 아닌지. 정말 크나큰 고민이 아닐수가 없었어
그와중에도 대화가 오고갔어
서로에 대해 정보를 얻을수 있었지.
그녀의 이름은 김재희[물론가명]이고, 19살인걸 알아낼수 있었어.
" 그럼 곧 수능 치시겠네요 ? 공부는 안해요 ? "
라는 질문에는, 웬지 그녀의 대답은 좀 느렸어.
" 아.. 아뇨, 고등학교 2학년 이에요. "
난 뭐라 말 할수가 없었지.
나와 같은 학년인데, 나보다 한살이 많다.
그리고 내가 자퇴생인걸 눈썰미로만 알아맞췄다.
이와 같은 사항으로 미루어보아, 내가 내린 결론은,
'그녀도 자퇴경험이 있을것이다.' 였어.
난 더 이상 이야기를 꺼낼수가 없었어.
그래서 다른쪽으로 이야기를 돌렸지.
그녀도 영화에 관심이 있는듯 하니, 영화에 대해서 물어봤어ㅎㅎ
" 흠... 영화 좋아하시는거 같던데 영화장르는 어떤거 좋아하세요 ^ ^? "
심각한 표정의 그녀는 영화이야기가 나오자 금방,
표정이 환하게 바뀌었어.
" 멜로, 공포빼고 다 좋아요 ^ ^
액션, 로맨틱코미디, 음... 에로도 .. 하하; ^ ^; "
에로이야기를 하기전에 볼에 바람을 넣고,
갸우뚱 하는 표정이 너무 이뻤어.
그리고 더 중요한건, 내가 좋아하는 영화장르랑 하나도 다른게 없다는거지,
아주 쪼끔 다른게 있다면 내가 그녀보다 한 만배정도 에로영화를 좋아한다는거 ?
그렇게 나름 평소에 유머쪽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박수도 쳐가면서 웃었어.
영화이야기를 하면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으면 미친듯이 박수를 쳐댔지.
아마도 내가 여태 사귄사람중에 그녀는 최단시간내에 친해진 사람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
공감대가 서로 형성되니까 정말 빨리 친해지더라고,
그리고 그녀와 난 너무나도 공통점이 많았어.
서로 가장 기억에 남는 액션영화를 이퀼리브리엄으로 꼽고 있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 로맨틱코미디를 엽기적인그녀로 꼽고 있었으니까,
차이점이 하나 있다면,
非흡연자와 흡연자, 아니 꼴초라는 차이점 정도 ?
영화이야기가 나오다가 어느새 이야기는 삼천포로 빠져서,
담배에 관련한 이야기까지 오게됬어.
" 아.. 그렇구나, 그런데 누나 담배는 왜 피는거야 ? "
난 이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아.. 오버다ㅜㅜ'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심각한 나와는 달리 그녀는 무슨일이 있었냐는듯,
간단명료하게 대답했어
" 맛있잖아 ? "
이렇게 설의법을 써가면서 나에게 담배가 맛있음을 홍보하는
그녀가 참 대단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왜 피게 되었는지 궁금했어
왜 피게 되었는지 알게되면, 저절로 그녀가 소위말하는 딴따라인지,
아닌지 알게 될테니까,
그리곤 난 또 한번의 오버를 하지ㅜㅜ
" 아.. 그럼 그 맛잇는 담배를 왜 피게 된거야 ? "
앗차, 내가 또 미쳤었구나ㅜㅜ
이 질문은 끝내 노코멘트였어.
그날 저녁에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알게된 내용이였지만,
경기도에서 여고를 다니다가 2학년이 시작할때 자퇴를 했나봐,
교우관계가 안좋았다고 말은하지만,
아마도 왕따 비슷한거 였던거같은 뉘앙스였어.
부모님이 외국으로 사업차이민[??]을 가는 바람에,
외삼촌이 있는 대구로 이사를 오게되었다고 이야기를 했어.
그리고 올해 다시 복학했지만,
이번에도 여고로 전학을 해서 이번에도 좀 그런가봐.
다시 자퇴할 생각이라고,
그래서 꿀꿀한 마음
[꿀꿀한 마음이라고 하지만 나쁜애들이라도 좀 친해져보려는 마음에 그랬나봐]
에 담배를 입에 물게 되었나봐.
늦게배운 도둑질이 날 새는줄 모른다고, 어느새 하루에 반갑정도
피우는 흡연자가 되어버렸단 거지,
[별로 꼴초는 아닌거 같아 이제보니]
내가 처음본날 울고 있었던건,
아침에 외삼촌한테 자퇴이야기를 꺼냈더니, 막 호통을 치셨다는거야,
그거 때문에 너무 속상해서, 울다가 영화를 보고 나니,
돈을 몽땅썼다는거야;; 허허;;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이 여자가 왜 나한테 이렇게 잘해줬는지 알수가 있었어.
처음보는 사람이 오천원에 옷벗어 달라니까 옷까지 벗어서 빌려주니,
여태까지 자기주위에 또래들이 자기한테 했던거랑은
너무나도 다른모습에, 호감을 느꼈던거 같아.
그렇게 영화도 같이보면서, 서로 같이 웃었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그렇게 이것저것 하다보니,
어느새 저녁이 다되어서, 시계는 열시를 가르키고 있었어.
아쉽긴 하지만 난 그녀를 지하철역까지 바래다주었어.
[끝까지 그녀를 의심하긴 했지만, 그녀와 문자를 주고받은뒤부터는,
절대 의심같은건 추호도 하지 않았어]
그리고 그녀가 집에 도착할때쯔음, 그녀에게 문자를 보내
위 이야기를 들을수있었고,
그녀가 수성구의 한 아파트에 혼자산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어,
그렇게 문자를 새벽까지 보냈지.
「아웅.. 누나 나 졸려, 자야겠어, 영화 보고싶은거 있으면
혼자보지 말고 나한테 연락해, 언제든지 같이 봐줄테니까 ^ ^」
「정말이지? 정말 언제든지 연락할꺼양 ㅇㅅㅇ, 그래 그럼 잘자고
조만간 보자 ㅎㅎㅎ」
이라는 문자를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이틀동안 연락이 없었어
난 너무나도 걱정이 됐지,
혹시 집에 강도가 들거나 불이 난건 아닌지,
미국으로 강제로 끌려간건 아닌지,
너무 걱정이 되서 전화라도 해봐야 하나 했지만,
혹시 내가 유희용 장난감이 아니였을까,
그렇다면 설마 위의 문자내용은 그냥 꾸며낸게 아니였을까,
난 정말 갈등이됐어,
그래서 문자는 몇번 넣어보았지만, 답장이 없었어ㅠ
난, 거의 포기상태로 그냥 그런가부다 하고 있었찌,
그런데 이틀후 그녀에게 문자가 왔어
「나 학교 이제 안가 ^ ^
나 너무너무 보고싶은 영화가 생겼는데, 같이 봐줄꺼징 ^ ^ 내가쏠껭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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