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중순,
우리 여행동아리는 살짝 개념을 밥말아먹은 동아리라서,
고3을 물가로 끌고 간다. 올해 역시 가평이다.
......이 얼마나 개념 상실한 짓인가......
-_-..그런데 따라가는 난 뭘까...?
.....
버스를 타고 가며 창밖을 보면서,
내가 고3이 맞는지 조금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내 옆에서... 고1 신입생들과 존내 짤짤이를 하고 있는..이 태호는...
'-_-..진정 개념 없군...'
나는 가방에서 영어 단어책을 꺼냈다.
그리고 편한 자세를 잡고 좔좔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 때 앞쪽에 신입생이 나에게 사이다를 건내주었다.
신입생: 선배 드세요 ^^
나: 어 고맙다-.
참 이쁜 신입생이다. 요번에도 분명 2학년 남자 놈들의
열렬한 지지하에 뽑힌 애겠지 -_-(은진이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전혀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
난 은진이로 인해 택도 없이 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내 주제는...
-_-참 모자르지만....
....
내 주제에... 눈만 존내 높다...
...클났다...이제 결혼 못할 거 같어...
라는 생각에 미치자 영어 단어를 외우다가 '헉'했다.
otl
...
그날 저녁-
내 방에서 엎드려서 책을 보고 있는데, 태호 녀석이 맥주를 가져왔다.
나: 미린놈...
그러자 뒤에서 환타를 꺼내는 녀석.
저래서 저 놈을 미워할 수 없다.
태호: 캬캬, 내가 니 술 안 하는거 아는데-
나: 이제 '못' 이 아니라 '안' 부정문을 사용하는구나.
태호: 내 앞에서 문법 쓰지마 ㅆㅂ 새끼.- 어쨌든 너는 솔직히 술은 할 줄 알잖냐.
나: 그래, 뭐 그렇다고 치자- 근데 왜 왔냐. 가서 후배 데리고 고스톱이나 치지.
태호: 그냥 너랑 이런저런 얘기 하려고 왔다 ^^
나:... -_-..
나는 책을 엎어 놓은 뒤, 그놈과 같이 대청마루로 나갔다.
하늘엔 별이 수를 놓고 있었다.
어디선가 들?윱?귀뚜라미의 울음소리-
...평화로운 밤이었다...
나는 한 쪽에 앉았다. 태호가 내 옆에 앉았다.
나; 뭔 말을 하고 싶냐...
태호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태호: 요번에 신입생 잘 뽑지 않았냐?....크흐흐흐... 애들이 질이 좋던데 ..
나: -_-.. 그 얘기 하려고 온 거냐...
태호: 여자애들 진짜 예쁘던데- 내년 신입생 모집 때, 혹해서 올 남자애들 조낸 많을 것 같다.
나: -_-..은진이 한테는 안 돼-
태호: -_-..그놈의 은진.. 하긴 걔한테는 안되지만...
근데 너 이제 좀 괜찮냐?
나: 뭐가,
태호: 너 걔 영국가고 한 두달동안 패닉상태였잖아.
나: 좋은 패닉이었지...
태호: 미친놈... 공부만 죽어라 하고... 친구한테 일절 연락도 안 하고... 그건 정신나간 패닉이었다.
나: 그래서 모의고사 40점 올렸다... 이제 내신만 잘하고 모의고사 못하는 흐접소리는 안 듣잖아.
태호; ...꼭 그것만이 이유가 아닐텐데?... 닌 원래 그 별명 상관 안 했잖아. 글고 영어만 30점 오른게 존내 수상해.
나: 나중에 영국 갈라고-
...
태호; 뭐? -_-
나: 나중에 영국 갈라고- 그 전에 영어 공부 존내해야겠다 싶어서....
태호:...아직 못 잊었구나...
...나는 씨익 웃었다...
나: 잊었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
...
...
태호: 개세... 그래 꼭 만나서 결혼까지 해라 ㅆㅂ 새끼.- 내가 주례봐줄게-
나: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니 주례는 절대 사양이지만, 은진이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니가 주례봐도 괜찮을 거 같아-
태호: 막 꼰거 같은데 내 욕이지?
나: 아니-
.... -_-....
나는 환타 한 모금을 마신 뒤 말했다.
나: 은진이는 잘 있을까...?
태호: 아마도 백인이랑 놀아나고 있을 거 같..
나: 죽어버려!!!
발길질을 날렸다 -_-
태호: 커헉!!
나: -_-...꺼져 너...
태호는 무릎을 꿇었다.
태호; 형님! 제가 말을 잘못했습니다. 은진양은 아마도 정조를 지키고 지조있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실겁니다!
나: -_-..말은 잘한다... 구술 면접 준비 하더니..
태호: -_-v... 형님이 원래 좀 하잖니- 내가 해서 못할 건 없어.
나: 그래서 공부 전교등수가...? ㅋ
태호: ㅋㅋ...
나: ㅋㅋㅋㅋㅋㅋㅋㅋ
태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발ㅋㅋㅋ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안빱빱빱?r
...
...
정적이 흘렀다.
귀뚜라미 소리만이 마당에 울려퍼졌다.
몽환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그런 밤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도시에선 이렇게 많은 별들을 볼 수 없는데.....
....
...
지난 날....
그녀와 나,
여기 이자리에서...
같이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별을 구경한 것 같은데...
내가 애절한 감정이 만들어낸 가상의 기억일까.... 아님... 정말 그랬었던걸까....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
....
은진아...
잘 지내지...?
난 잘 지내...
....
아직 나 사랑하지...?
난 아직 널 사랑해...
나 잊지마....
멀리 있다고 나 잊으면 안되....
내가 지금 이렇게 멀쩡한 듯 살아 있는 이유도....
비록 너가 내옆에 없다해도... '네가 날 생각하고 있겠지' 라는 진심 어린 믿음 때문이야...
너가 준 커플링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손가락에 껴져있어.
....
앞으로도 절대 벗지 않을거야...
너가 돌아올 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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