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가서 서는바람에...

악귀흑랑 작성일 07.01.05 21:51:19
댓글 14조회 5,796추천 23
글이 약간 기니까 귀찮으신 분은 6번째나 7번째 단락부터 보시면 되고,

원작의 맛을 충실히 음미하고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손에 땀을 쥐게하는 아다리

딱딱 맞아들어가는 극의 기승전결을 제대로  느끼고 싶으신분은 처음부터 보세요. ㅋㅋ



이게.. 아마도 제대하고 복학해서 첫 학기 였을 때 였을 겁니다.

3월 중순에 서해안 해변으로 1,2,3,4학년과 교수, 꽈사 언니까지 총출동하는 총엠티를 갔었더랬죠.

 
복학생은 아실겁니다. 복학 해서의 첫 엠티란게 과연 어떤 정도의 의미로 우리들 가슴에 다가오는지..

합법적 폭력단체  군대 안에서 온갖 폭력과 폭언, 인권 유린을 당하면서도 오직 제대후 펼쳐질

엠티에서의 영광만을 생각하며 버텼습니다.

그 정도로 기대를 하던 연합엠티.. 드디어 출발했습니다.

해변으로 가는 관광 버스에서 부터 (파릇파릇한 얼굴도 모르는) 신입생들과 후배들이 귀엽게 지

들끼리 게임하면 노는걸 맨뒷자리에 몇몇 복학생들끼리 쭈욱 앉아서 흐믓하게 지켜보며 귀여움

을 즐기면서 갔습니다..


 
엠티지에 도착해서 짐 대충 풀고 예비역들이 모두 반바지로 갈아입고  

-아직도 얼음짱 같은- 바다 속으로 뛰어들면 안추운척 하면서 남성다움을 뽐내기도 하고

모래밭에다 공한개 갖다 놓고 수십명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전투축구도 하면서 놀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여학생들이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저는 예비역들 틈에 안끼고 식사 준비

하는 여 후배들을 도와주었습니다. 일종의 차별화 전략이죠. 낄낄낄



 
팔아 먹은 예비역들에겐 미안하지만

"저것들은 여자를 뭘로 생각하는거야?! 왜 지들은 다 놀고 이런건 여자들 시키냐..? 그럼 안되지"

이런류의 페미니스트적 발언을 내뱉으며 쌀도 씻고, 김치도 자르고,  똥국도 끓이면서 여후배들

(얼굴 아는 2,3,4학년 여후배쪽으로는 안가고 신입생 여후배들) 틈에 섞였습니다. ㅋㅋ  

처음엔 제가 얼굴도 모르는 선배고 학번도 많이 높은 선배라서  어??하던 신입 여후배들도,

나의 이런 페미니스트적 자세와 촌철살인의 유려한 위트에 점차 말도 잘 걸고 같이 일하는게 재

미있게 느끼는것 같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신입 여학생들 사이에서 자상하고 솔선수범하며 유머러스한 진보적인 꽃미남(?그

땐 그랬수다ㅡ.ㅡ;) 오빠라는 인상이 심어져 갔습니다.  

그렇게 준비한 저녁을 다 먹고 설거지 할때도 다른 예비역들 다 나몰라라 하며 술판 먼저 벌이

고 있을때 전 역시 수고하는 여후배(정확히는 신입생 여후배들) 사이에 껴서 설거지며 뒷정리

를 하며 있는개그 없는 개그 다 뱉어내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쯤 되니 "저쪽에 엄청 재미있고 자상한 잘생긴 선배가 있다더라"라는 소문이 나게 되서 다른

방에서 일하던 신입생 후배들까지 우리방으로 괜히 와서 딴 볼일 있는 거처럼 구경(?)하고 가

는 사태까지 속속 벌어지게 되었죠. 속으로 '이거 잘 먹혀들어가고 있군. 역시 전략적인 승부만

이 살길이다!' 하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이렇게 여후배들과 같이 뒷정리를 다 한후에 우리도 이제 술판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소문은

소문을 낳고 기대는 기대를 낳아서 어느덧 신입생 여학생의 거의 80%가 『자상하고 위트있는

꽃미남 선배』가 있는 우리방으로 모여드는게 아니겠습니까. ㅋㅋ 그덕에 신입생을 찾아다니느

라 혈안이 된 다른 예비역들도 같이 우리방으로 유입되는 역효과도 발생하는 바람에 우리방은

만원사례를 이뤘지요.

 
아무튼 신나게 술마시고 게임하면서 놀다가 여학생들이 게임에 걸리면 흑기사도 해줬습니

다. 다른 예비역들이 흑기사를 한 후에 의례 야하고 찐한 소원을 빌어재낄때, 

저는 그냥 간단하고 쉬운 소원 (ex. 싸이 일촌신청해주기, 이오빠 전화번호 먼저 물어봐주기

등)을  말하면서 역시 전략적으로 나갔지요. ㅋㅋ. 술자리에서도 항상 위트있는 말과 이날을 위

해 군시절내내 갈고 닦고 고참들과 후임들로부터 검증받은  온 갖 종류의 개인기들을 토해내며

분위기를 주도해 갔습니다. 


중간 중간에 담배피우러 방 밖으로 나오면(다른 예비역들은 그냥 방안에서 피웠는데 전 일부러

밖에 나와서 피웠습니다. 전략적으로ㅡ,.ㅡ;;)

꼭 몇명씩 여후배들이 따라나와서 오빠는 매너가 좋다는 둥, 여자를 잘 배려해준다는 둥, 멋지

다는 둥 말을 걸기 까지 했죠. 그것도 매번 담배 피울때마다 몇명씩 랜덤으로 따라 나오드라구요. 


 
확실히 제가 봐도 이날의 주인공은 저였습니다. 다른 예비역들도 화장실 가서 오줌누면서

"까라마조프야, 오늘 너 완전 먹어준다? 컨디션 최상인데?" 하면서 저의 우위를 인정했었뜨랬

죠. ㅋㅋ

정말이지 어느정도 였냐면 워낙에 초반부터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지속적으로 포복절도의 개그

를 날려주며 분위기를 이끄니 나중에는 이제 그냥 무슨말을 해도 좌중이 전부 박장대소를 하는

지경에 까지 이른 것입니다. 흐름을 탄다는게 바로 이런거죠.

전 속으로 '역시 준비한 자만이 생존한다.' 라며 오늘이 저의 승리의 날이 될 것을 의심치 않았습니다.


엠티 출발때부터 유심히 보아두었던 유망주들(20살때 이뻐봤자 얼마나 이쁘겠냐만 1,2년 쯤

지나면 빅리거급으로 성장할) 도 모두  저를 좋게 보고  있는 듯 하고, 그 유망주들 중엔 당장에

빅리그로 승격 시켜도  손색이 없을만큼 이미 고등학교때부터 잘 다듬어져 올라온 애들도 있더군요.


이쯤되니 엠티 이후 학교생활을 상상하면 온통 핑크빚이 었죠. 잘하면 모든 예비역이 노리는 최

고의 유망주 j양과도 cc를.... 흐흐흣..

흑기사도 좀 과하게 했고 기분이 좋다보니 술을 많이 먹게되서 새벽 2시 경에 전 먼저 쓰러졌댑

니다. (기억이 안남). 그래서 동기들이 절 옆방에 눕혀 놓고 다시 우리방으로 돌아가서 계속 술

자리를 가졌다고 하더군요. 근데 제가 빠지니까 (뭐 시간도 꽤 되었기도 하고요)하나둘씩  여학

생들도 잔다고 자리를 뜨러랩니다.

 
그렇게 한참 자다가 아침녁이 되서 제가 눈을 떴는데 방 구석에서 큰대자로 쫙 벌리고 자더라구요. 주위를 둘러보니 방안에 아무도 없이 저 혼자서 이불을 세겹씩 덮고  방에서 자고 있던 겁니다.

일어나서 화장실에 아침문안 드리러 갔는데... 이게 왠일 제 똘똘이가 아침부터 성을 내고 있지 않겠습니까?


전 원래 아침에 똘똘이가 성내는일이 극히 드믄일이고 또 전 항상 새우잠을 자기 때문에 똘똘이

가 성질을 내더라도 그게 겉으로 보기엔 잘 표시가 안나는 타입이죠. 그런데 그날따라 큰대자

로 자고 있었으니 이불을 안덮고 있었더라면 큰일났을 뻔 했다 싶었습니다. 그치만 방에도 아무

도 없었는데 뭘. ㅋ 이러면서 화장실가서 문안인사 변기에 드렸습니다.

방문을 열고 나오니 벌써 부지런한 학생들이 일어나서 아침을 하고 있더군요.  저는 상쾌하고

당당한 발걸음으로 식사 준비하는 쪽으로 다가가서 활기찬 아침인사를 했습니다.


"안녕~? 잘주무셨어 들?" 
"어머! 안녕히 주무셨어요 선배님. 크크크크크크크크"
이녀석들이 지들끼리 뭔가 쑥덕쑥덕하면서 낄낄대는 겁니다.

이녀석들이 왜 웃고 그러나 하고 전 세면도구를 가지러 우리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랬더니 방에 앉아서 재잘거리던 후배들이 일제히 수다를 뚝 끊더니 또 지들끼리 큭큭큭 거리는 겁니다.  좀 이상타 싶어서 왜그러냐고 물어봐도 대답을 안합니다.


아침 밥을 먹을때도, 방정리하고 모여서 돌아가는 버스에 승차할때도, 버스에 타서도 이녀석들이 절 보고 낄낄대는 겁니다. 어제는 그렇게 친하게 굴던 녀석들이 말도 안걸고 물어도 대답도 안하고....


예비역들에게 내가 어제 술먹고 뭐 실수했냐고 물어봐도 전부 모르는 눈치입니다. 이거 괜히 찝찝한 생각에 필름 끊긴 와중에 뭐 실수했나를 엄청 곰곰히 생각하며 집에 왔는데 도저히 아무생각이 안나는 겁니다.
 
의문과 찝찝함 속에서 집에 돌아와 토요일을 보내고 일요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에 몇명이나 일촌신청을 했을까 생각하며 싸이를 들어가 보았는데 일촌신청이 하나도 안되있더라구요.

"이상타... 분명 분위가 먹어줬는데... 아직 싸이에 들 안들어왔나?" 생각하며 예비역들 싸이 방명록에 들어가 봤습니다. 그랬더니 다른 예비역들 방명록에는 갖가지 아양과 함께 후배들이 글을 남긴게 아니겠습니까?


어.. 이거 정말 이상하다... 생각하며 예비역들 사진첩을 봤습니다... 그리고는 모든 의문이 다 풀렸습니다. 정말 앞뒤가 딱딱 맞아들어가는 반전영화를 본 것 처럼 무릎을 탁치며 "아! 그랬구나!" 라는 탄성을 내뱉었습니다.

친구놈 홈피 사진첩에서 본 것은 제가 방에서 큰大자로 쩍 벌리고 자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똘똘이는 무서운 기세로 제 몸과 90도 각도로 분연히 일어나 있었죠.

어찌나 힘차고 용맹스럽게 일어나 있던지 제 추리닝 바지를 뚫을 기세덥디다.

그렇게 추리닝 바지에 늠늠한 텐트를 치고선도 순진한 표정으로 입벌리고 큰대자로 뻗어서 자고 있다니...ㅜ.ㅜ

그리고 그 사진이 gif 파일이어서 움직이는 사진이었는데,

다음 사진은 저를 뒤따라서 방에 자

러 들어왔던 귀여운 여후배들이 제 몸위로 이불을 세개나 덮어주는 사진 이었습니다.

지들 얼굴은 다 모자이크로 하고 전 그냥 그대로 면상 다 노출된 사진...ㅜ.ㅜ


그 사진 밑에 퍼온 그 친구놈이 꼬릿말 달아 놨더군요.

"ㅋㅋㅋㅋ 미친쉑.. 넌 이제 사교계에서 매장이야 ㅋㅋㅋㅋㅋㅋ"

여후배들이 착하고 잘생기고 재미있는 선배인 저와 같은 방에서 자려고 들어왔다가 그 몰골을

보고는 놀래서 다른 애들 다 불러서 구경(?)하고 이불  덮어주고 다 딴방으로 도망가서 잤던 것

입니다.ㅜ.ㅜ
 
.ㅠ.ㅠ
전 당장 그놈이 사진을  스크랩해온  원본 주인 홈피엘 달려가 봤습니다. 여후배의 알록달록한 홈피. 
사진이 모두 전체 공개더군요. 문제의 그 사진을 얼릉 찾아 보았죠. 그리고 잽싸게 스크랩수를 확인했씁니다.
 
32.................
 
 
하늘이 무너지고 인간이 느낄수 있는 모든 감정과 맛과 냄새와 감촉이 동시에 드는 것 같았습니다.
밑에 꼬릿말들을 확인해 봤습니다.
징그럽다, 저게 뭐냐, 공공장소에서 왜 저러냐, 무슨 꿈을 꾸고 있는거냐, 완전 비호감이다
저 선배 안그렇게 봤는데 속물인거 아니냐... 등등등...거기에 제 친구놈이 절 변호한답시고
"저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다. 오해해라!  ㅋㅋㅋㅋㅋㅋㅋ" 이따위로 써 놨더라구요.
뒷통수에 살얼음이 얼었다가 쩌쩌쩍 깨지는 듯한 기분....ㅡ,ㅜ
 
그날 이후로도 매일 확인했는데 스크랩수가 100을 돌파하더군요.. 아는사람 모르는 사람 다 퍼갔나 봅니다. 어디 인터넷에 떠돌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스크랩 100 돌파한 후로는 체념하고 확인하는 것도 그만뒀습니다.



.
.

전.... 졸업할때까지 cc한번도 못하고 졸업했습니다.


- 추코를 생활화 합시다.. 조금이라도 입이 움직이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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