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백수다.
학교 졸업하고, 집안에서 이래저래 갈굼을 받다보니 신경이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진 본인이다.
뭐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 집에서 노는 인간들은 항상 돈이 없기 마련이다.
며칠전에 친구랑 술 약속이 있어서.
딱 800원 만 챙겨서 친구를 만나러갔다.
800원도 그냥 생긴게 아니다.
책상 서랍 여기 저기에 짱 박혀있던 100원 짜리를..
라이언 일병 구하는것 보다 힘들게 찾고 모아서..800원을 모은것이다.
그렇게 친구를 만날려면 지하철을 한번 타야되는데.
훗.그렇다.정답!
그 800원은 바로 가는 차비인것이다.
(그 당시 부산쪽엔 차비가 800원이였다. 태클 걸지말자~)
집으로 돌아올 차비는 당연히 친구에게 삥 뜯으면 된다..라는..
참 내가 생각해봐도 괘씸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지갑이 썰렁하니 조금 불안하긴 했다.
혹시라도 그 새끼가 약속을 안지키면 난 순식간에 노숙자 되는 상황이니까;;
제기랄.설마와 혹시는 항상 들어 맞는다.-_-;
벌써 약속 장소에 20분째 안나오는 그 새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새끼가 한다는 말은 더욱더 가관이였다.
친구:야.진짜 미안하다.어제 우리 아버지가 꿈을 꿨는데
나 오늘 밖에 나가면 길거리에서 트럭에 치인 다음 ..
내 몸이 멀리 날아가서 낙동강에 빠져서..
식인 물고기 한테 갈기 갈기 찢겨진데-_-
그 녀석 아버지의 꿈 얘기는 내가 봐도 참 그럴듯 했기에..
난 고개를 끄덕이며 친구의 말에 수긍했다.
러브:*까.개쉐이야;;
친구:..................
난 지금 내 상황을 설명했다.
"*.나 지금 차비도 없단 말야...!!
지금 내 지갑엔 학생증.비디오 대여점 회원 카드.도서 대여점 회원 카드.
피씨방 회원 카드.(4년된거다)..0원 들어가있는 교통카드 밖에 없어.
그리고..코,콘돔 말구는 없어..!!"
친구는 놀라며 말을 했다.
"너 무슨 깡으로 술 마시자고 했니?"
차마 니돈이 내돈이고 내돈이 내돈이지 라는 말은 할수가 없었다.
농담할 기분이 전혀 아니였다..
러브:좀 어떻게 안되냐?
친구:마음같아선 당장 차 끌고 나가고 싶은데..
러브:그래.그거야..!아무것도 생각하지마.그냥 차 끌고 나와.
친구:근데 아버지 꿈이..
러브:*.너 연락하지마!
난 홧김에 친구에게 그렇게 말해버리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3초후에 바로 후회했다 -_-;
그때.그 친구에게로 다시 전화가 걸?쨈?
너무 감동적이라 목이 메어왔다.
친구:이해해줘서 고맙다..차비는 사람들한테 좀 빌려봐.
덜컥..
너무 괘씸해서 그 새끼의 목을 메고 싶어졌다-_-
마땅히 방법이 없었다.
지갑을 1시간째 뒤져봐도 뜯지 않은 콘돔만 만져질뿐 ;;
난 할수 없이 일단 지하철을 타는곳으로 내려갔다.
그래.딱 오늘 하루만 미친놈이 되어 돈을 빌려보는거야.
그때 생각이 난다.
서면에서 지하철을 탈려고하면..
날 쫓아와 몇 백원만 달라고 손을 벌리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는데.
난 지금 그들과 똑같은 인간이 되어 있었다.
일단 호흡을 가다듬고..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한테 말하기는 쪽팔리니까.
마음씨 착하고 자상한 노인들을 공략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건 나의 큰 착각이였다;
할아버지 한분이 내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러브:아,안녕하세요 할아버지.^^*
내 인생에서 노인들에게 이렇게 깍듯이 인사해본적은 지금이 첨이였다.
할아버지:왜?
러브:제가 지금 차비가 없어서 그러는데요..
할아버지:떼끼!!젊은놈이 일은 안하고 벌써부터 이런 짓거리여!!
썩을;;그냥 없으면 없다고 말하면 될것을 ..
왜 일부러 큰 소릴 쳐서 다른 사람들 다 쳐다보게 한단 말인가;;;
그때 할아버지와 내 옆으로 지나가는 한 커플이 ..
그 광경을 보고는..내 앞에 멈춰섰다.
남자:얼마 필요해요?
러브:아..파,팔백원요...;;
남자:자 여기 천원요..
러브:가,감사합니다.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고마워서 그런것인가?
전혀 아니다.
* 드러워서 ... 내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워서 눈물이 흐를뻔했다.
나에게 1000원을 주고 그 커플들은 다시 가던길을 갔는데.
아쉽게도 좀전 커플 중에 그 여자의 목소리가 내 귀를 후벼팠다.
"자기는 왜 저런 사람한테 돈 쓰고 그래?너무 착해서 탈이야.."
남자의 목소리도 들?쨈?
"불쌍하잖아.."
그렇게 1000원 짜리 지폐 한장을 움켜쥐고 ...
부들 부들 떨고 있으니까.
왠 대학생 한명이 아주 당연하다는듯.
지하철 타는 곳에 표를 넣지 않고..
그냥 몸을 숙여서 그 밑으로 기어서 들어가고 있었다-_-;;
그날 집에 도착한 뒤..
난 밤새도록 내 자신의 한심함에 치를 떨었다..
안그래도 백수 생활 하면서 예민하고 날카로워 졌던 내 성격이 ..
그날 사건으로 인해 거의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던것이다.
그런 내 성격은 그 다음날 아침에 바로 나타났다.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난 담배 한가치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리곤 내 작은방 문이 열렸다.
어머니:너 담배 안핀다며?
난 당황 했지만 살아나가야 했기에.
곧 바로 침착함을 유지한채 변명을 대야만 했다.
러브:아 지금 담배연기로 모기 잡느라구요..
어머니:요즘 모기는 니 목에서 서식하나 보구나?
러브:..............
어머니:빨리 일자리나 찾아봐!!
쾅...
아.정말 슬픈 현실이다..
왜 군대가 다시 그리워지는걸까?
그렇다고 누가 나한테 군대가라고 막 떠밀면 그 손모가지 잘라버릴테다-_-
내 기분은 어머니의 그런 행동으로 더욱 날카로워 졌고..
방문을 열며 소리쳤다..
러브:일주일안에 일자리 찾을테니까 밥이나 줘요!!
큰 방에서 어머니가 소리친다.
어머니:차라리 일주일안에 지구에 종말이 다가온다는 말을 믿겠다!!
난 결국 화가 끝까지 달아올라 방문을 닫아버리고는 침대에 누워버렸다..
그렇게 몇분이 지났을까?
난 그때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거실에서 갑자기 타는 냄새가 나는것이다.
재빨리 방문을 열어 보니..
어머니가 가스렌지에 올려 놓은 만두국이 쫄고 쫄아서
다 타고 있었던것이다.
나도 모르게 소릴 지르기 시작했다.
러브:아.정말 뭐하시는거예요?!!!
어머니:헉.
어머니는 그때서야 거실로 급하게 달?음킴?.
러브:그렇게 자식새끼 밥 먹이기 싫었나요?
나의 그말에 어머니도 갑자기 흥분을 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어머니:그래.너 밥먹이기 싫어서 그랬다!!됐니?
러브:됐어요.제가 다 차려서 먹을테니까 신경쓰지 마요!
어머니:못된 새끼.지금껏 먹이고 키워놨더니..
어머니는 그 말을 하시며..갑자기 끝말을 흐리셨다..
그리고는 다시 큰방으로 들어가셨다.
마음같아선 집안의 모든것들을 부숴버리고 싶었다.
내 자신이 한심하다 못해 이젠 괘씸했던것이다.
다 타버린 만두국을 다시 끓여 먹고 있으니..
뭐라 표현할수 없는 감정들때문에..
내 마음속이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었다.
그래도 살기 위해선 먹어야 했다.
난 밥을 꾸역 꾸역 삼키며 먹고 있었다.
그때였다.
큰방 문이 열리며 어머니가 소리치신다.
어머니:다 큰게 왜 그렇게 한심하니?그걸 왜 먹어!!왜 먹냐구!!
어머니는 내가 먹고 있는 만두국을 뺏어서 쓰레기통에 다 부어버리고..
냄비에 물을 받아 다시 가스렌지에 올렸다.
...................
서로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냉장고 문을 열며 나에게 물었다.
어머니:계란 먹을래?
러브:네..
탁...
무슨 소린것 같은가?
어머니는 냉장고에서 계란 2개를 꺼내시다가.
실수로 계란을 바닥에다가 떨어트리신것이다.
어머니:..........
러브:.............
계란이 바닥에서 산산조각 나던 순간..
어머니는 가장 먼저 나의 눈치를 살피셨다..-_-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어쩜 그렇게 웃겼던지..
난 어머니를 보며 웃었다..
계속 웃었다.
그렇게 어머니를 보며 계속 웃고 있으니까..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그러니까 *같은 나는 울면서 웃고 있엇던것이다.
그 날 아침.
어머니가 다시 만들어주신 만두국을 먹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많이도 나던지...
우리 어머니는 내가 질질 짜면서 밥먹는 모습을 보며..
이런 말씀을 하셨다.
"괜찮아..넌 내 아들이니까.."
콤플럭스의 최근 게시물